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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연인 - [아홉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7. 8. 29. 23:38
 





9화. 남자가 되다.




“하아.”

달래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잘 한걸까?”


오지랖도 넓은 년. 처음 보는 남자. 첫 눈에 반해놓고,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있다니까, 그렇게 보내버리냐?

“에라이, 모르겠다.”


달래가 머리를 괴고 누웠다.


“휴우.”




“커피 드실래요?”

“응.”


원두의 향이 부드럽게 풍겼다.


“여기요.”


“고마워.”


민정이 원두의 향을 한껏 들이마셨다.


“너무 좋다.”


“그럼요, 누가 내린 건데.”


윤호도 도피오를 들고 민정의 옆에 앉았다.


“우리 이제 오해가 다 풀린 거예요?”


“응.”


민정이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윤호가 밝게 웃었다.


“그런데 선생님.”


“어?”


“나 바람필 뻔 했어요.”


“바람?”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떤 여자를 만났거든요.”


“어제, 그 여자?”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여자에게서 선생님을 느꼈어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런데요. 조금 흔들렸는데, 아니에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흔들린 줄 알았는데, 선생님을 보고 알았어요.”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흔들린 게 아니라는 걸.”


“윤호야.”


윤호가 손을 꽉 잡았다.


“절대 놓지 않을게요.”


“응.”


“이 손.”




“어떻게 됐어요?”


“네?”


남수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윤호랑요.”


“아.”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잘 됐구나?”


“네.”


남수가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요.”


“네.”




“어떻게 됐어요?”


“엄마야!”


갑자기 달래가 나타나자 윤호가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간다.


“에? 무슨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아요?”


“이, 이건 겁이 아니죠.”

윤호가 일어나서 엉덩이를 턴다.


“치, 재미 없어.”


달래가 혀를 낼름 내밀더니, 윤호의 앞에 앉아버린다.


“뭐 하는 거에요?”

“나, 손님이에요.”


달래가 싱긋 웃었다.


“오늘의 커피는 뭐에요?”




“서민정 선생.”


“네?”


부장이 민정을 부르자 민정은 저도 모르게 초조해진다.


“김남수 선생님에게 다 들었어요.”


“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고?”


“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집에 가서 서민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어요.”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부장이 미소를 지었다.


“내 생각이 짧다고 하더군요.”


“!”


“어차피 졸업했고, 재학 중이어도 무슨 상관이냐고, 솔직히 나도 재학 중이라면 엄청난 반대를 하겠지만, 어차피 윤호는 졸업을 했고, 이제 두 사람 모두 성인이니. 나도 그냥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부장님.”


“부러워요.”


부장이 웃었다.


“그렇게 당당한 사랑을 한다는 게.”


“!”


민정은 눈이 동그래졌다.


“축하해요. 진심으로 말입니다.”


부장이 손을 내밀었다.


“고, 고맙습니다.”


민정이 그 손을 꼭 잡았다.


“선생님, 윤호 한 번 학교로 데려오세요.”


“네?”


교무실 선생님들 모두가 웃고 있었다.


“우리도 진심으로 축하해줄게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거에요?”


“그건 아닌데요. 그게 은근히 만들기 어려운 거거든요. 그래서 만들어 준 거니까, 그냥 먹어요.”

“에?”


달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윤호가 내민 커피를 바라본다. 무언가 특별한 커피를 원했건만, 그냥 단순하게,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만 얹었다. 하다못해, 계피 가루, 코코아 가루도 얹지 않았다.


“이게 뭐에요?”


“콘 파나라는 거 에요.”


“콘 파나?”

달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에요?”


“보다 시피, 에스프레소에 휘핑크림을 얹은 거 에요.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고,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엄청난 공이 들어간 커피에요.”


“어디에요?”


달래가 커피를 여기 저기 쳐다본다.


“휘핑크림은 잘 녹거든요.”


“?”


“에스프레소는 뜨겁잖아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그래서 바리스타들은 가장 꺼려하는 주문 중 하나에요. 콘파나는 그만큼 오랜 경력이 필요하죠. 흔히 사람들은 더치커피를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죠. 그도 그럴 것이 커피를 내리는 데 3시간이나 걸리거든요.”


“세 시간이나요?”


윤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는 콘파나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요.”


“왜요?”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씩도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야만 만드니까요.”


“아.”


그제야 달래가 콘 파나를 한 입 마신다.


“엑! 맛없어요!”


하지만 커피를 마시고 난 달래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휴.”


달래는 그냥 달달한 커피를 줘야 겠다고 생각하는 윤호다.




민정은 히죽이죽 웃고 있다.


“선생님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아, 또 윤호랑 데이트 있구나.”


“네!”


신지가 눈을 흘겼다.


“아주 부러워요.”


“네.”


민정은 시계만 바라본다.




“저 그럼 퇴근 할게요!”


윤호가 앞치마를 끄른다.


“아, 데이트?”


“네.”


사장이 미소를 짓는다.


“그럼 내일 봐요!”


“네!”




“흠.”


민정이 구두를 또각거리며, 시계만 바라본다.


“올 때가 됐는데.”




“우와!”


길을 걷다가 윤호는 보라색 장미를 보았다. 너무 예쁘다.


“아줌마, 이거 얼마에요?”


“이거? 비싼데.”


아줌마는 5만원을 요구했고, 윤호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었다.


“그러면요, 아주머니. 제가 제안 하나 할게요. 저기 저 시들어가는 장미 다 팔 거였죠?”

“그렇지.”


아줌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한 송이에 얼마에요?”


“이천원.”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다 팔아드릴테니까, 파란 장미 2만원에 주시면 안 되요?”


“뭐, 다 판다면, 그냥 주지.”


“진짜죠?”


윤호가 싱긋 웃었다.


“여기 아름다운 장미꽃이 있습니다!”




“하아.”


민정은 또 혼자서 아이스라떼를 물고 있다.


“하여간, 약속에 먼저 오면 덧나요.”


민정은 고개를 젓고,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새로운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서 일어섰다.




“아줌마! 다 팔았어요!”


“정말?”


아줌마가 놀란 표정을 하고 나왔다.


“대단하네.”


아줌마가 흡족한 미소를 보이시더니, 바로 파란 장미를 포장해주었다.


“여자친구 주려고?”


“네.”


“그런데, 너무 늦어서 어떡해?”


“네?”


윤호가 시계를 봤다.


“!”


“말리려고 했는데, 너무 열심히 하더라고.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우고, 그 모습 보느라, 나도 시간이 지나는 줄 몰랐네.”


“괜찮아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아유, 내가 더 고맙지. 아 참!”


아주머니가 황급히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


“이거.”


아주머니의 손에 흰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게 뭐에요?”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고마워서. 꽃 값 절반만 넣었어.”


“아니요.”


윤호가 손사레를 친다.


“이미 꽃을 받은 걸요.”


윤호가 싱긋 웃으며 아주머니의 손에 다시 봉투를 들려드렸다.


“저 갈게요!”


“총각! 총각!”




“하아,하아.”


또 엄청 늦어버렸다.


“선생님!”


아무도 없다. 아니 선생님이 없다.


“!”


“혹시 이윤호씨 되세요?”


“네.”


직원이 다가와서 메모를 건네주었다.


“여자 분이 급하게 나가셨어요. 꼭 전해드리래요.”


윤호가 쪽지를 들여다봤다.




“여보세요?”


민정의 눈이 커졌다.


“어, 언니가요?”


민정이 황급히 핸드백을 찾아든다.


“아!”


민정이 윤호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만 가고, 윤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얼 하는 건지. 민정은 초조하다.


“저기요.”

“네?”

“여기, 혹시 종이 좀 구할 수 있을까요?”




‘엄마가 입원하셨대. 지금 급히 병원에 가는 중이야. 미안해.’


윤호가 메모지를 구겼다.




“여보세요?”


“나에요.”

“아. 미안. 엄마 때문에.”


“어느 병원이에요?”


“어?”

민정의 눈이 동그래진다.


“왜?”


“병문안 가야죠.”


“네, 네가 왜?”


민정이 말을 더듬는다.


“왜라뇨?”

“네가 왜 우리 엄마 병문안을 와?”

“우리 연인이잖아요.”

“그래도.”


“내가 부끄러워요?”

윤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그런 데 왜 나를 숨겨요.”


“윤호야. 나 지금 너무 힘들거든. 그러니까.”

“나도 힘들어요!”

윤호가 악을 쓴다.


“나도 선생님에게 무언가가 되어주고 싶어요.”


“알았어.”


민정이 심호흡을 한다.


“여기가 어디냐면.”




“네, 알아요. 네. 거기. 알아요. 네. 갈게요.”


윤호가 슬라이더를 닫는다.


“하아.”


어리광, 부리기 싫은데 자꾸만 부리게 된다.




“언니!”

“민정아.”


언니가 눈이 충혈된 채로, 민정을 맞는다.


“어떻게 된 거야?”

“일 하시다가 쓰러지셨대. 거기 병원에서도 위급하다고 해서, 바로 서울로 후송한 거야.”


“하아.”


민정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수술, 중이야?”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뭐래?”

“아무 말도 안 하지,”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엄마는 그냥 우리가 주는 돈으로 살면 얼마나 좋아. 그까짓 농사 지어서 몇 푼이나 된다고!”


“야!”


“언니도 그렇잖아!”


민정의 눈이 눈물이 범벅이다.


“알아, 나도 안다고, 엄마가 농사지어서, 우리 먹이려고 그 노력한다는 거. 그런데 그런 거 여기서도 손쉽게 사서 먹을 수 있잖아. 엄마, 그렇게 노력 안 해도 되잖아! 요즘같이 편한 시대에 왜 그렇게 혼자 미련스럽게 고생을 하는데! 우리가 언제 엄마한테 해주라고 한 적 있어? 엄마 혼자 그렇게 설쳐 놓고, 왜 나를 나쁜 딸년으로 만드는데! 내가 나름대로 얼마나 잘 하는데!”


‘짝’


“나쁜 년.”


민정의 고개가 돌아갔다.


“언니?”

“너, 정말 이기적이구나. 그래 서울에서 못 구하는 게 어딨겠니? 그래도 엄마가 우리한테 조금 더 나은 거 먹게 해준다는 거잖아. 조금 더 깨끗한 거 먹게 해주겠다고 그 고생 하시는 거잖아!”

“누가 해주랬냐고!”


민정도 지지 않는다.


“누가 해주랬냐고. 왜 혼자서 그 난리 피고, 우리 나쁜 딸 만드냐고, 그럼 괜히 나만 미안해지잖아! 내가 아무리 잘 해도 미안해지잖아!”


“하아.”


언니도 민정의 옆에 걸터 앉았다.


“나도 말렸었다.”

“?”


민정이 언니를 바라본다.


“뭐?”


“나도 예전에 혼자 서울 올라와서 살 때, 엄마한테 제발 그런 짓 하지 말라고 미친듯이 소리 친 적이 한 두 번 아니었어.”


“!”


“너는 대학교 다니느라, 몰랐겠지. 하루가 멀다하고 엄마랑 싸웠어. 엄마한테 너랑 똑같이 말했어. 그런 거 서울가면 훨씬 좋은 것도 널리고 널렸다고. 값도 엄마가 이 고생하는 거 보다 훨씬 헐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말하더라.”

“?”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거. 얼마 안 된다고. 자기 가면, 이런 거 해줄 사람이 없다고, 가기 전에 정말, 많은 거 해주고, 또 해주고 싶데. 엄마 원래 아팠잖아. 원래 심장 아프셨잖아. 그래서, 그래서 빨리 가신다고, 다른 엄마들보다 자신이 먼저 가신다고, 그래서 해주는 거래, 그런데 무슨 말을 해! 어떻게 그러니. 나도 내가 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몰랐을까 너무 후회했어. 어떻게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고도, 내가 뻔뻔하게 아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칠 수 가 있는지, 나조차도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치겠는데, 눈물만 나더라. 그런데 엄마는 내가 그렇게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는데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어. 그래서 알았어. 이래서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는 거구나라고. 그리고 엄마에게 더 이상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말 안 하기로 혼자 결심했어. 내가 해주지 말라고 하는 거는, 엄마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리는 거니까. 엄마는 얼마나 슬프겠어, 그래서 그랬어.”


“언니.”


민정의 언니의 어깨에 기댔다.


“나도 알아. 그런데 너무 미안하잖아.”


“괜찮아. 엄마니까.”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 얼굴이 상기되고 숨을 헐떡이는 윤호가 보였다.


“어머니는요.”


민정이 눈짓으로 응급실을 가리켰다.


“!”

윤호가 황급히 민정에게 다가온다.


“어떻게 되신 거에요?”


“밭일 하다가 쓰러지셨대.”

“!”


“날이 좀 뜨겁잖아. 요즘 날씨 봐.”


“그래요.”


윤호가 민정을 살짝 안아주었다.


“선생님 알아요.”


“어?”

“이 병원에 준규 아버지가 박사세요.”

“진짜?”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가 여쭤볼게요.”




“안녕하세요.”


“어, 윤호 군 아닌가.”


아저씨가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맞아주었다.


“갑작스럽게 죄송해요.”


“아니야.”


아저씨가 자리를 가리켰다.


“앉게.”


“네.”


“무슨 일인가?”

“저희 선생님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이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아.”


아저씨가 안경을 고쳐 쓰셨다.


“설마, 아까 응급실에 실려온 그 분인가?”

“네?”

“전주에 있는 병원에서 급히 후송되신 분.”


“아, 맞을 거예요.”

아저씨의 인상이 급격히 나빠졌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흠.”


“아저씨!”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늦었어.”


“?”


“우리 몸에서 암이 안 걸리는 곳이 어디인 지 아나?”

“네?”

“배꼽과 심장이야.”

“?”

“배꼽은 살아있는 세포가 없기 때문에 암에 걸리고, 심장은 계속 활동하기 때문에 암이 생기지 않아.”


“네.”

“이 두 군데를 빼놓고 전신이 암이야.”

“!”


윤호의 얼굴이 굳었다.


“네?”

“전신에 암이 퍼져계시다.”


“!”


윤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단순히 심장병이라고 하셨는데.”


“심장도 문제가 있으시더군.”

“!”




“뭐라셔?”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보았다.


“말해봐!”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하아.”


민정이 무너져 내렸다.


“엄마, 엄마.”




“너 가.”


“괜찮아요.”

윤호도 팔에 완장을 차고, 빈소를 지키고 있다. 남편도 친척도 없이, 딸 둘만 키우던 민정의 어머니에게 남자가 꼭 필요했다. 그리고 윤호는 그 일을 하고 싶었다. 아마 민정의 언니에게 애인이 없던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너 피곤하잖아.”


“선생님이 있는데, 내가 왜 피곤해요?”


윤호가 씩 웃었다.


“이렇게라도 장모님께 결혼 허락 받아야죠.”


“!”


“이렇게라도.”


민정의 눈이 붉어졌다.


“에, 또 울어.”


윤호가 엄지로 민정의 눈물을 닦아준다.


“울지 말아요.”


“응.”


“선생님이 울면 내가 너무 아파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우리 엄마 고향이야.”


“아.”


산이 푸르고, 강도 맑았다.


“엄마, 사위랑 같이 왔어요.”

“!”


“여기, 나 좋다는 멍청한 애가 하나 있다.”

“선생님.”

“엄마, 우리 결혼할거야.”


“!”


“엄마에게 너무 늦게 보여준 것 같다.”


민정이 싱긋 웃었다.


“그래도 이해해줄거지?”

민정이 먼저 단지를 언지에게 내민다.


“언니가 먼저 해.”


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단지에서 엄마의 유골을 한 줌 꺼내 뿌렸다.


“엄마, 행복해요.”


“이번에는 네가 해.”

“제가요?”

민정이 웃으면서, 윤호에게 단지를 내민다.


“너도 이제 한 가족이잖아.”

“!”


“맞아요. 제부.”


“아, 네.”


윤호도 유골을 한 웅큼 집었다. 따뜻했다.


“장모님, 이렇게 예쁜 딸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윤호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너무 감사합니다.”


윤호가 바람에, 장모의 뼈를 날려보냈다.


“행복할게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꼭 행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