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7:42
프롤로그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시겠습니까?
‘또각또각’
같은 시간. 오늘도 7시 42분이다.
“구두 닦죠?”
“물론입니다.”
도도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그녀는 매일같이 이 시간에 구두를 닦으러 온다.
“힘드시죠?”
그녀가 구두를 닦는 진호에게 말을 건넸다.
“먹고 사는 일이 다 그렇죠 뭐.”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래도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다 되었습니다.”
“얼마죠?”
“삼천 원입니다.”
그녀는 가방을 열었다.
“여기요.”
지폐를 건네는 그녀의 손은 하얗고 부드러웠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그 돈을 돈 통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좋냐?”
“어?”
진호가 태균을 바라보았다.
“왜?”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진호는 얼굴이 붉어졌다.
“무, 무슨.”
“꿈 깨라.”
태균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진호의 인상이 조금 구겨졌다.
“말 그대로 이제 그만 두라고. 너무 높은 별이야.”
“김태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강진호. 그러다가 너만 상처 받는다. 나 진심으로 네가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야.”
“그만해. 듣기 싫어.”
“강진호!”
“그만 하라고!”
“후후.”
채경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올랐다.
“채경 씨 뭐 좋은 일 있어?”
“아니요.”
하지만 자꾸만 솟아오르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무슨 일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든요.”
마침내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고백하고 만다.
“진짜?”
“네.”
“누군데?”
“누군지는 몰라요.”
“정말?”
직원들이 호기심으로 빛나는 눈으로 채경을 바라본다.
“어떻게 만난 거야?”
“지하철에서요.”
“지하철?”
“자세한 건 잘 되면 말씀 드릴 게요.”
“피.”
채경은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하아.”
정말 그렇게 높은 별인 걸까? 진호는 멍하니 빌딩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높은 별일 것이다. 진호는 강남역에서 구두를 닦는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아침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강남역에 온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일 것이다.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 아까 태균이 한 말이 맞다. 자신이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
“어?”
태균이 진호에게 캔 커피를 건넨다.
“마셔.”
“고마워.”
진호가 멋쩍어 하며 커피를 받는다.
“기분. 나쁘냐?”
“아니.”
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니까 네 말이 다 맞더라.”
“진호야 미안해.”
“아니야.”
진호는 자신의 오랜 친구를 바라보았다.
“네가 내가 걱정이 되어서 해준 말이잖아. 그런데 뭐가 미안해. 오히려 분수 모르고 너에게 화를 낸 내가 더 미안하지.”
“난 그냥, 네가 다칠까봐.”
“그래 고마워.”
진호는 밝게 웃었다.
“그리고 미안해하지 마라. 친구 사이에 미안한 게 어디 있냐?”
“고맙다.”
“그런데.”
“?”
진호가 슬픈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은 욕심을 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 된다.”
“!”
“가끔은 말이야.”
“진호야.”
“한 번쯤은 말이야.”
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풀리기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진호야, 설마?”
“응,”
진호가 밝게 미소 지었다.
“한 번쯤은 나 같은 녀석에게도 빛이 들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고백이나 한 번 해보려고, 어떤 결과를 낳든 고백이라도 딱 한 번이라도 해보려고 그래. 그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 너무 슬프잖아. 안 그래?”
“진호야.”
“태균아 넌 참 좋은 친구야.”
“네 진심을 그 사람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킥.”
“너의 마음. 그 사람도 그걸 본다면 분명 너에게 반하고 너의 고백을 받아들일 거야. 분명해. 내가 장담해.”
“말이라도 고맙다.”
“진심인데.”
태균이 볼을 부풀린다.
“아무튼.”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쯤은 내가 원하는 삶을 직접 만들고 싶어.”
“유 팀장님.”
“어?”
채경이 고개를 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맞아요. 하루 종일 창밖만 바라보시고요.”
강윤우 대리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혹시 그 남자 분?”
“아, 아니야.”
손사래를 치는 채경의 얼굴이 붉다.
“에? 맞는 걸요.”
“우와 우리 팀장님 은근 순정파시네.”
채경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조금 실망이에요.”
“어?”
강 대리의 말에 채경이 고개를 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유 팀장님은 언제나 당당하게 먼저 대시하고 그러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소극적이시네요. 의외에요.”
“아, 아니야.”
“네?”
“그, 그게.”
직원들이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고백이라도 하시게요?”
“정말요?”
채경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진짜신가 봐.”
“우와!”
“그, 그게.”
채경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내일 보자.”
열 한 시 구두 수선소의 문을 내리며 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태균이 미소를 지으며 지하철 개찰구로 들어간다.
“하아.”
진호는 버스를 타러 위로 올라온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아직까지 강남에 여기저기에 모여 있다. 이제는 무덤덤해지련만 아직도 이런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진호이다.
“으”
채경이 기지개를 켰다.
“시간이, 어? 벌써 열한 시네?”
채경은 후다닥 컴퓨터를 껐다. 열한 시 오 분이면 빌딩에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중지 되는 데, 채경은 허겁지겁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휴우.”
겨우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한숨을 쉬는 채경이다.
“하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진호. 말은 그렇게 해도 정말 자신이 고백을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괜히 태균에게 당당하게 말한 것 같기도 하다.
“미치겠네.”
도대체 뭐라고 헤야하는 거지?
“여보세요?”
“엄마다.”
“어. 엄마.”
채경이 글라스에 호박색 위스키를 부으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너 시집은 언제 갈래?”
“시집?”
“그래 이것아. 네 나이도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서른이야! 서른!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휴. 제발 선이라도 보거라.”
“엄마는 그게 도대체 언제 이야기야? 고리타분하게 시리. 풋.”
채경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너희 아버지가 성화여.”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하신가보네.”
“유채경!”
“엄마 내 일은 나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로 했잖아.”
“네가 미련하게 구니까 그러지. 이 맹추야!”
“엄마 자꾸 그러면 나 엄마 전화 안 받는다.”
“으유.”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너 혹시 남자 생겼니?”
엄마의 목소리에 살짝 화색이 돈다.
“에?”
채경이 인상을 찌푸린다.
“엄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아닌데 너 왜 이렇게 당당한 거니?”
“아니 요즘 여자 혼자 사는 게 흉도 아니고.”
“흉이야!”
엄마가 언성을 높인다.
“도대체 언제 철이 들지.”
“엄마가 걱정 안 해도 다 시집가요. 나 끊어.”
“채, 채경!”
채경인 슬라이더를 내려버렸다.
“휴우.”
그리고 눈을 감고 깊이 심호흡을 했다.
“도대체 엄마는 왜.”
요즘 들어 자신의 결혼에 더 집착을 하는 어머니다. 처음에는 정말 엄마의 말대로 시집을 가버릴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점점 더 극성을 부리면서 시집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솔직히 채경은 결혼보다는 연애나 동거가 더 편하다. 그리고 그 편이 마음도 더 편하다. 결혼을 한다면 헤어지는 데 문제가 생기지만 연애나 동거는 그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물론 자신도 친구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왠지 가슴 한편이 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나이 서른. 이제야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결혼을 하면서 도태가 되는 것은 싫다. 더 열심히 일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일단 채경의 꿈이다.
“하아.”
하지만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또각또각’
또 그 소리다. 진호는 심호흡을 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먼저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래 오늘은 고백하는 거다. 채경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향해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겨우 먼저 인사를 했다. 내가 지금 웃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네, 안녕하세요.”
그도 웃으면서 대답을 한다. 그런데 내 눈을 보지 못한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건가? 설마 화장이 뭉쳤나?
“다 됐습니다.”
“얼마죠?”
“삼천 원입니다.”
그녀는 지갑에 손을 넣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데, 지금 꼭 말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 데.
아, 유채경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지금 말을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고작 건다는 말이 얼마에요? 그거 매일 묻는 질문이잖아! 하여간 이 멍청이. 이름이 뭐에요? 애인 있어요? 라고 물었어야지!
“여기요.”
나는 쭈뼛거리며 돈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돈을 받았다.
“아, 이게 아닌데.”
“네?"
헉 혼잣말을 한다는 게 입 밖으로 나왔나 보다.
“뭐라고 그러셨어요?”
“에라 모르겠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애인 있으세요?”
“네?”
“제가 그쪽을 조금 좋아하거든요. 아니 많이 좋아하거든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시겠습니까?”
젠장, 대답이 없다. 분명 화를 내고 있을 거다. 그래 분명하다. 나 같은 구두닦이가 주제넘게.
“좋아요.”
어? 이, 이건.
“좋아요. 저도 그 쪽이 좋다고요.”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다. 밝게.
“우리 사귀는 거죠?”
성공? 성공이다!
“제 이름은 진호입니다. 강진호요.”
“제 이름은 채경이에요. 유채경.”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채경. 너무 예쁘다.
“제 나이는 스물 하나입니다.”
“!”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는다.
“스물 하나요?”
“네.”
나는 긴장하며 미소를 지었다.
“흠.”
그녀가 갑자기 인상을 썼다.
“무슨 문제 있으세요?”
“저는 스물아홉이거든요.”
“!”
“나이 차이가 조금 나네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그래서 싫으세요?”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좋아요. 지금 이 상황 너무 좋아요.”
다행이다. 다행이다.
“제 핸드폰 번호에요.”
그녀가 갑자기 내 팔을 잡아끌더니 립스틱으로 내 팔에 숫자들을 적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읽는 즉시, 그 숫자들을 모두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순서대로, 그리고 그녀의 글씨체 그대로 저장을 했다.
“전화해요.”
“아, 네.”
그녀는 미소를 짓고 나와 천천히 멀어져갔다.
“오.”
태균이 나타나서 등을 두드렸다.
“대단한데?”
“하, 하.”
지금 나 고백해서 성공한 거야? 웃음이 자꾸만 나온다.
“짜식 웃고 싶으면 웃어.”
“푸하, 푸하 푸하하”
웃음이 주체 못하고 터져 나온다. 그래 이제 그녀와 나는 연인이다! 연인이라고! 우리는 연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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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권순재입니다 *^^*
새롭게 소설을 들고 와서 인사를 드리네요.
AM 7:42는 매일 아침 만나던 두 사람의 신분극복 완소커플 거듭나기 소설입니다. *^^*
하루에 한 편이나 두 세 편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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