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한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4. 19:30
 




AM 7:42




21화


소중합니다.




“잘 자요.”

“네.”

채경이 전화를 끊는다.


“하아.”

조금은 서로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경의 가슴은 여전히 설레고 두근거린다.


“휴우.”


진호의 목소리를 듣고 나면, 항상 이렇게 깊은 심호흡을 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안 그러면 심장이 계속 두근 거려 잠을 잘 수가 없다.




“오빠도 참 지극 정성이다.”

“응?”

진희가 입을 삐죽거린다.


“사랑하는 동생한테는 그렇게 지극 정성이십니까?”

“야, 너는 동생이잖냐.”

“치.”

진희가 볼을 부풀린다.


“곁에 있는 사람부터 잘 챙겨야지.”

“너는 내가 안 챙겨도 되잖아.”

진호가 싱긋 웃는다.


“오빠 잔다.”

“그래 자라!”

“공부 열심히 하고.”

“그래.”


“잘 자.”

“남이사.”

“킥.”

진호가 방으로 들어왔다.


“하아.”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한숨을 쉬는 진호다. 아까 정수의 말이 생각이 나서다.




‘♩♫♪♬’


정수다.


“여보세요?”

“나에요.”

“네, 어머님.”

진호의 어머님 소리에 정수가 낮게 웃는다.


“그거 듣기 기분 좋네.”

“그러세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우리 점심이나 같이 하죠.”

“점심요?”

진호가 태균을 바라본다. 태균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은 괜찮아요.”

“그럼 네가 강남으로 갈게요.”

“네?”

“어차피 그 근처에서 일이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조금 있다 봐요.”


“네.”

진호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닫았다.


“무슨 일이야?”

“점심 같이 하시재.”

“뭐?”

태균의 눈이 커다래진다.


“왜?”

“몰라.”

“흠.”

태균이 인상을 쓴다.


“또 헤어지라고 하시는 거 아니야?”

“설마.”

“그래도.”

“이미 다 허락하셨다고.”

“정말?”

“정말.”

“그래?”

태균이 손톱을 물어 뜯는다.


“그럼 왜지?”

“가보면 알겠지.”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일찍 오셨네요?”

“아, 시간이 좀 남아서요.”

정수가 먼저 앉아 있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기는요, 시간을 딱 맞춰서 오셨는 데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앉아요.”

“네.”

“뭐 좀 마실래요?”

“그냥 아무 거나.”

“그래요?”

정수가 손을 든다.


“여기 코코아 한 잔이요.”

“!”

“왜요?”

정수가 낮게 웃는다.


“제가 코코아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채경이가 자랑하더라고요.”

“네?”

“뭐, 채경이도 코코아를 좋아하고, 다행이네요.”

“아.”

진호가 수줍게 웃는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대학 가야 한다고요?”

“네.”

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런데?”

“내가 등록금을 내주고 싶어요.”

“!”

“아, 오해는 하지 말아요.”

윤호의 표정이 살짝 굳자,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채경이랑 헤어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그럼?”

“형편이 썩 좋지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


“아, 비꼬려는 건 아니니까, 기분 나빠하지는 말아요. 다만 내 딸의 첫 남자친구이니만큼, 이 정도는 해주고 싶어요.”

“감사하지만,”

“이 정도는 그냥 받아줘요.”

정수가 진호의 손을 잡는다.

“!”

차갑다. 너무나도.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부담 가질 거 없어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기분 나빠할 지 모르겠지만, 내가 진호 씨 뒷조사를 좀 해봤어요.”

“!”

“그런데 아주 뛰어난 학생이었더라고요. 그래서 꼭 우리 채경이 남자 친구가 아니라도 후원회주고 싶습니다.”

“어머님.”

“장학금이라고 생각해줘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나는 딸 하나뿐이라, 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진호 씨 같은 사람을 보니, 정말 좋아요. 부탁이에요. 내 성의 무시하지 말고, 좀 받아주면 안 될까요? 부담을 느끼지 말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조금만 더 생각해봐도 될까요?”

“그래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가벼운 일이 아니란 건 알아요.”

“고맙습니다.”

“아직 식사 전이죠?”

“네.”

“그럼 식사나 해요.”

“하지만, 이미 코코아를 시켰는 걸요?”

정수가 미소를 짓더니, 손을 든다.


“네,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우리 지금 식사할 건데, 코코아는 조금 있다 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뭐 먹을래요?”

“저요?”

진호가 메뉴판을 편다.


“!”

“저는 배가 안 고파요.”

“값이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오늘의 스페셜이 뭐죠?”

“오늘의 스페셜 말씀이십니까?”




“잘 먹었습니다.”

“입에 맞았어요?”

“네.”

진호가 싱긋 웃는다.


“그렇다니 참 다행이네요.”

“돈이 많이 나와서 어떡해요?”

“이런 말 하면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어요. 기분이 나쁠지는 모르겠지만, 진호 씨에게는 큰 돈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그리 큰 돈이 아니에요. 오히려, 돈이 덜 나간 편이군요.”


“아.”


“기분 나쁜 거예요?”

정수가 조심스럽게 진호의 안색을 살핀다.


“아닙니다.”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아!”

그 순간 갑자기 정수가 자신의 이마를 짚는다.


“어, 어머님!”

“괜찮아요.”

정수가 재빨리 가방을 뒤진다.


“여기요!”

진호가 손을 든다.


“무슨 일이십니까?”

“물 좀 가져다 주실래요?”

웨이트리삭 정수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응급차를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물 좀 주세요.”

정수가 차분히 말한다.


“네 알겠습니다.”

웨이트리스가 황급히 물을 떠다주고, 정수는 천천히 아스피린을 삼켰다.


“괜찮으세요?”

“놀랐죠?”

정수가 인상을 쓰며 미소를 짓는다.


“내가 요즘 두통이 심해요.”

“병원을 가시지 그래요?”

“병원요?”

“네.”

“시간이 없어요.”

“네?”

“진호 씨가 잘 알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그리 적지가 않아요. 그래서 시간이 없어요.”

“말도 안 돼요.”

“네?”

“지금 당장 가세요.”

“!”

진호가 정수의 손을 잡는다.


“이봐요!”

“어머님 아프시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는 지 모르십니까?”

“!”

“이런 말 안 하려고 했어요.”

“무슨?”

“어머님 아프신 거, 채경 씨도 알고, 아버님도 아십니다.”

“!”

“이 기사님이 모든 걸 말씀해주셨대요.”

“이 기사가요?”

정수의 목소리가 떨린다.


“이 기사님 탓할 생각하지 마세요. 이 기사님도 분명 어머님을 걱정해서 그런 걸 테니까요.”

“별 일 아닐거예요.”

정수가 어색하게 웃는다.


“겨우 두통으로 병원을 가다니요?”

“요즘 무리하신다면서요?”

“네?”

“요즘들어 일이 더 많아 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함께 병원 가세요, 어차피 저랑 얘기가 길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을 테니까, 지금 바로 들어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진호 씨.”

“부탁입니다.”

“알았어요.”

정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꼭 지금 가야?”

“네!”

진호는 단호하다.


“더 이상 채경 씨가 걱정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요.”

“알겠습니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죠.”




“흠.”


채경이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팀장님 뭐하세요?”

“어?”

“아, 오늘은 그 분 문자가 없구나?”

은호가 장나스럽게 묻는다.


“어머, 대답 못하시는 거 보니까 진짜신가봐요?”

윤우까지 합세한다.


“그,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요.”

“우리 팀장님은 다 보인다니까요. 어떤 생각을 하시는 지.”

“치.”

채경이 볼을 부풀린다.


“그나저나 진짜 왜 연락이 없지?”

“그럼 먼저 문자 해보세요.”

“이미 해봤어.”

채경이 시무룩하다.




“병원으로 가줘요.”

“네?”

진호와 함께 탄 것도 놀라운데, 병원으로 가라니.


“그게 무슨?”

“이 기사가 다 말했다면서?”

“네?”

이 기사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 그게 무슨?”

“알아요. 나 걱정해주는 거.”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다들 걱정 안 하게 병원으로 간다는 거잖아요.”

“네.”

이 기사가 어색하게 웃는다.


“이 기사가 이토록 나를 챙겨줄 줄 몰랐어.”

“제게는 어머니 같은 분이니까요.”

이 기사가 미소를 짓는다.


“말이라도 고마워.”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진호 씨는 안 돌아가봐도 돼요?”

“저요?”

진호가 시계를 본다.


“친구가 있으니까요.”

“그래?”

정수가 낮게 웃는다.


“그럼 다행이고.”

“그리고 일이 있어도 어머님 옆에 있어야죠.”

진호가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

정수가 진호의 손을 잡는다.


“두 분 참 좋아보이세요.”

“응?”

이 기사가 웃으며 뒤를 본다.


“모자 지간 같으세요.”

“그래?”

“정말요?”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얘는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태균이 울상을 짓는다.


“나 참.”

오늘 따라 장사가 잘 돼도 너무 잘 된다.


“이봐요!”

“네 갑니다!”


“돈 안 받아요?”

“네!”

돈을 받기도 벅찬 태균이다.


“강진호, 오기만 해봐라.”

태균이 이를 간다.


“이봐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