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AM 7:42 [완]

AM 7:42 <스물다섯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 28. 19:30
 




AM 7:42




25화


모두들 고마워요.




“일찍 일어났네?”

“응.”

진희가 기지개를 켠다.


“오늘 아침 메뉴는 뭐야?”

“꽁치김치찌개랑 달걀부침”


“그럼 오늘은 밥 먹고 가야지.”

“그래, 씻고 나와.”

“응.”


진희가 화장실로 들어가고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상을 차린다.




“우와!”

진희가 눈을 감고 냄새를 맡는다.


“잘 먹겠습니다!”

“먹자!”

진희가 힘차게 숟가락질을 한다.


“오빠 정말 밥 잘해, 나중에 결혼하면 사랑 받을 거야.”

“정말?”

“응.”

진희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나 오빠 때문에 완전 짜증난다니까.”

“뭐가?”

“오빠 때문에 내가 다이어트를 못 하잖아.”

“네가 다이어트는 무슨?”

“왜?”

진희가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본다.


“몸무게가 50kg도 넘는다고.”

“네 키가 있는 데.”

“오빠, 모델들은 키가 180cm인데도 몸무게가 겨우 50kg 이래, 나는 겨우 키가 172cm이라고,”

“네 키도 남자들 평균 키다.”

“내 친구들은 막 40kg이란 말이야.”


“그게 비정상인거지. 오빠 눈에는 네가 딱 예뻐.”

“오빠니까 그러지.”

그러더니 주먹을 불끈 쥐는 진희다.


“나 밥 안 먹어.”

“왜?”

“다이어트.”

그러더니 화장실로 가버린다.


“그냥 가면 어떡해?”

“나 바, 아 머그다니까.”


어느새 입에 칫솔을 문 진희다.


“에휴.”

진호가 진희의 밥까지 자신의 밥에 비벼버린다.


“음식 버리면 벌 받는데.”




“기분은 좀 어때?”

“떨려요.”

“떨려?”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있잖아.”

“그러니 믿고 수술하러 가는 거예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나오면 당신이 있을 게 분명하니까.”

“당연하지.”

“그러니까요.”

‘똑똑’


“들어와요.”

진호다.


“이 아침부터 어쩐 일이에요?”

“어머니 수술이시잖아요.”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 온다.


“오늘 일해야 하잖아요.”

“친구 있어서 괜찮아요.”

“그래도.”


정수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이러면 안 돼는데.”

“왜?”

뒤이어서 채경이 들어온다.


“너 오늘 출근해야 하잖아.”

“그래도.”

채경이 싱긋 웃는다.


“엄마가 여기 있는데.”

“채경아.”

“좋겠군.”

주현이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주니 말이야.”

“네 좋아요.”

정수가 모두를 바라본다.


“어머님 수술 잘 받고 나오세요.”

“네.”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진호 씨도 기다려줘요.”

“물론입니다.”

“진호 씨.”

“네?”

“이리와봐요.”


진호가 정수에게로 다가간다.


“!”

정수가 진호를 따스히 안는다.


“정말 고마워요.”


“어머님.”

“내가 참 나쁜 사람인데.”

“아니에요.”

“아니, 나 나빠.”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나를 이렇게 좋아해줘도 돼?”

“채경 씨 어머니니까요.”

“후후.”

정수가 낮게 웃는다.


“내가 채경이 덕을 다 보네.”

“그럼, 내가 누구 딸인데.”

채경이 미소를 짓는다.


“그래,”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똑똑’


“?”

정수가 고개를 갸웃한다.


“또 누구지?”

“들어오라고 하지.”

“네.”

정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들어오세요.”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진희다.

“!”

모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진희 씨.”

“진희야.”

그리고 이 기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아시는 분이세요?”

“네.”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 딸 남자친구 동생이에요.”

“아.”

이 기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저.”


진희의 손에 작은 상자가 들려있다.


“안녕하세요?”

“여기 어쩐 일이에요?”

“오늘 수술 받으신다면서요.”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선물 드리려고 왔어요.”


“선물?”

“네.”

진희가 상자를 내민다.


“풀어봐도 돼요?”

“네.”

정수가 조심스럽게 선물을 푼다.


“!”

그리고 안에 있는 것은 예쁜 장갑이었다.


“퇴원하시면 목도리도 드릴게요.”

진희가 미소를 짓는다.


“시간 날 때마다 하느라, 아직 목도리 뜰 시간이 없었어요.”

“어머.”

정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손 줘보세요.”

정수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민다. 진희가 그녀의 손에 장갑을 끼운다.


“예쁘다.”

“그렇군.”

주현도 고개를 끄덕인다.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예요?”

“네?”

정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내가 그렇게 나쁘게 굴었는데,”

정수의 어깨가 들썩인다.


“여보.”

주현이 정수를 가볍게 안는다.


“분명히, 내가 그렇게 모질게 행동했잖아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거예요?”


정수가 진호와 진희를 바라본다.


“어머님이 나쁜 게 아니니까요.”

“!”

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정수를 바라본다.


“저를 진실로 미워해서 그러신 게 아니잖아요.”

“맞아요.”

진희가 말을 잇는다.


“모두 채경 언니를 위해서였잖아요.”

“흑.”

정수가 눈물을 터뜨린다.


“진정하지.”

“흐윽.”

주현이 정수의 등을 토닥인다.


“고마워요.”

채경이 작게 속삭이면서 진호의 손을 잡는다.


“아니요.”

진호가 미소를 짓는다.


“진희 씨.”

“네?”

“정말 고맙습니다.”

정수가 고개를 숙인다.


“아줌마!”

“풋.”

그 순간 채경이 웃음을 터뜨린다.


“채경 씨.”

“그래도.”

채경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우리 엄마가 아줌마 소리 들은 거 처음이에요.”

“푸하하.”

주현도 웃음을 터뜨린다.


“푸하!”

이어 진호도 웃어 버린다.


“훗.”

과묵하던 이 기사도 웃음을 터뜨린다.

“풋.”

“헷.”


정수와 진희 마저도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 처음이네.”

“실례된 거예요?”

“아니.”

진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정수가 바로 부정을 한다.


“너무 고마워요.”

“아줌마.”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서.”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모두들 고마워요.”

정수가 모두를 바라본다.


“만일 내가.”

정수가 조심스럽게 숨을 고른다.


“어떻게 된다고 해도.”

“여보!”

“엄마!”

“어머님!”


“회장님!”

“아줌마!”


정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다들 왜 그래? 어차피 수술 성공 가능성 자체도 그리 높지 않다면서? 회복도 절반에 불과하고,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이렇게 웃으며 모두를 볼 일이 없을 지도 몰라.”

“흐윽.”


채경이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까 나 지금 말할래요.”

주현이 정수의 손을 잡아준다.


“모두들 정말 고마워요.”

정수가 한 사람 한 사람 바라본다.


“이 기사, 그동안 내 옆에서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다시 내가 일하게 된다면,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주기를 바라요. 알았죠? 그동안처럼, 앞으로도 말이에요.”

“물론입니다.”

이 기사가 울먹이며 대꾸한다.


“진희 씨.”

그리고 정수가 진희를 바라 본다.


“나라는 사람 용서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정말 보잘 것 없는 사람인데, 어설픈 객기를 부린 거였어요. 내 손으로 채경이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한 실수니까, 너무 힘들어 하지는 말았으면 해요. 물론 힘들겠지만, 잊혀지지 않는 상처이겠지만, 그래도 나를 용서해줘서 고마워요.”


“아줌마.”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줘서 정말 고마워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진호 씨.”

“네.”

정수가 지긋이 진호를 바라본다.


“전에도 말했듯이, 나의 천방지축인 채경이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채경이 열심히 사랑해주기를 바라요. 그리고 그동안 내가 진호 씨에게 나쁘게 군 거 정말 미안해요. 앞으로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여태까지 못해준 거 만큼 더 열심히 진호 씨에게 해주고 싶어요.”

“네.”


진호가 고개를 숙인다. 눈물이 그의 운동화로 떨어진다.


“울지 말아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나 진호 씨가 그렇게 눈물 흘려줄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아니요.”

진호가 정수를 바라본다.


“충분히 그럴 분이세요.”

“고마워요.”

정수가 행복한 눈으로 진호를 바라 본다.


“그리고 채경아.”

“엄마.”

이미 채경은 울먹이고 있다.


“엄마가, 엄마답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

“다른 엄마들처럼, 소풍 때 김밥 한 줄 싸준 적 없고, 네 생일에 제대로 된 생일상 한 번 차려준 적 없었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그 때의 나는 정말 바보였어. 돈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 내가 벌어서 너를 잘 살게 해야한다고 생각했었거든.”


“엄마.”

정수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이제는 알았어, 돈이 전부가 아닌 걸. 채경아 정말 사랑해”

“사랑해요.”

채경도 울먹이며 대꾸한다.


“그리고 당신.”

“이제 내 차례인건가?”

“네.”

주현이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그동안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당연한 거지.”

“아니.”

정수가 고개를 젓는다.


“나 참 나쁜 부인이었잖아.”

“아니.”

주현이 고개를 젓는다.


“당신 단 한 번도 나쁜 부인인 적 없어.”

“그것 참 듣기 좋은 소리네.”

“진실이니까.”

“그런가?”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꼭 당신 다시 보기를 바라요.”

“나도.”

“그럼 우리 더 열심히 사랑해요.”

“그래.”

정수가 모두를 바라본다.


“꼭 모두 다시 보기를 바라요.”

모두들 미소를 지으며 정수를 바라본다.


‘똑똑’


간호사가 들어온다.


“박정수 환자분, 이제 수술실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네.”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따라 갈 거야?”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참 재미 없는 사람들이라니까.”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


“같이 가도 되나요?”

“문 앞까지라면 괜찮습니다.”

“그럼, 모두 그래요.”

정수가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