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어깨

권정선재 2010. 5. 8. 07:00

어깨

 

권순재

 

 

 

너의 어깨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축 쳐진 어깨에 마음이 아프다.

어느 순간,

너의 어깨는 내려갔다.

그 당당하던 너의 어깨가 내려갔다.

 

아무리 세상이 모질게 너를 괴롭혀도

당당히 맞설 거라고 외치던,

너의 치기는 어디로 향했는가?

 

그 젊은 날의 치기가 무모하리만큼

내가 보기에 답답하리만큼

한심스럽던 네가 세상에 동화되고

천천히 지쳐가고 있었다.

 

마치 내가

내가 너를 그리 만든 것인냥

마음이 아리고

마음이 슬펐다.

 

너의 어깨를,

그 축 쳐진 어깨를 다시 올려줄 수 없기에

더더욱 나의 이 한심한 몰골에 마음이 아프다.

 

내가 아플 적

너는 나를 도왔는데

네가 아플 적

나는 너를 못 돕는다.

 

나는 아직도 과거에 갇혀서,

너를 미워하고 미워하고 있는데,

너는 여전히 현재로 다가와,

나를 위로하고 외로하고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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