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
권순재
공허하다.
너무나도 공허하다.
네가 없어서 공허하다.
너는 누구인가?
어느 순간
나의 마음에 들어와
이리도 나를 잡아먹는가?
이리도 나를 삼키는가?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리도 말을 했는데,
그리도 이야기를 했는데,
천천히
하루하루 살다보니
네가 없어도 되더라,
그래도 되더라
그런데 문득
네 생각이 난다.
네가 없으면 공허한데
이리도 가슴이 텅 비었는데,
너는 어떨까?
너는 어떨까?
나만큼 아플까?
나만큼 공허할까?
아니면,
아니면,
나를 잊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