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재의 스물셋: 스물둘. 김기덕은 멋졌다.
지난 대종상 시상식을 기억하시나요?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수상을 예감하고,
미리 시상식장을 나가버린 사건을 말이죠.
이 사건을 통해서 참 여러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의 행동은 참 멋졌어요.
저만 하더라도 [광해]의 수상이 불편했거든요.
다른 영화들은 하나도 배려를 해주지도 않은 채로,
오직 한 영화에만 몰아주는 그런 모습이 말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김기덕’ 감독의 행동에 대해서 찬성을 했었죠. 아무리 [광해]가 좋은 영화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5관왕이나 할 그런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대종상 자체가 워낙 상업적인 영화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준다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도둑들]과 [광해]가 사이좋게 나눠먹는 가운데, [댄싱퀸]이나 [연가시]도 어느 정도 표를 얻고, [피에타]는 해외 수상을 이유로 몇 자리를 챙겨주는 그런 그림을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벌어진 일은 한 영화의 지나친 독식. 실제 스크린에서도 일어나는 독식도 무서운데 상 마저도 독식을 하더군요.
저도 CJ라는 그룹의 문화 정책 자체는 사랑합니다. 무비꼴라쥬 등으로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는, 하지만 요 근래 CJ에서 만드는 영화가 CGV에서의 독점이 너무 심해졌습니다. 물론 CJ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독 사람들이 CJ라는 그룹 자체엔 대해서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워낙 큰 그룹인 만큼, 지금은 문화 공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인 만큼, 조금은 작은 영화들을 생각을 하고 다양한 이들을 배려를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수익을 내야 하는 그룹이라는 차원에서 조금 더 다양한 문화를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김기덕’ 감독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억울했을 겁니다. 그의 영화가 재미가 없다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기회 자체가 적은 것 자체가 사실이니까요. 물론 개인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고지전] 같은 영화나 [마이웨이] 같은 영화 보다는 [피에타]처럼 개인의 감성에 기대는 [피에타] 같은 영화를 더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거대한 자본의 영화는 기회가 많기는 하지만 작은 영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나기가 어렵잖아요. 지난주에 [복숭아나무]라는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거의 상영을 하는 극장이 없더군요. 아무리 자신들이 흥행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죠?
물론 제가 ‘김기덕’ 감독이라면 그런 식으로 나가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다 했을 겁니다. 이건 제가 속이 좀 좁은 사람이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겁니다. 아무리 [광해]가 흥행에 성공을 한 영화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을 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미 천만이 넘었다는 것 자체가 관객들이 어느 정도 그 영화를 인정을 해주었다는 것인데 굳이 이렇게 뭔가 흔적을 더 이상 남겼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은 덜 집중을 해도, 그렇게 하더라도 [광해]의 작품성은 다들 알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광해]에게도 이렇게 상을 많이 주는 것은 오히려 [광해]의 의미에 대해서도 부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현실 정치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준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동 자체가 이런 수상 남발로 묻혔죠. ‘이병헌’ 역시 인기상에 남우주연상까지 주면서 그의 연기에 대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천만을 넘은 데다가, 그의 첫 사극인 데다가, 사실 연기에 대해서 반감이 많았던 것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상의 남발에 그의 남우 주연상 자체의 의미도 사라져버렸고, [광해]의 상 자체도 가벼워져버렸죠.
물론 관계자들이 생각을 하기에 대종상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영화, 영화계 자체를 생각을 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조민수’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이유가 그녀가 출연한 [피에타] 자체가 황금사자상을 받기에 그랬다고 하잖아요. 조금 더 다양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을 수 있게 어느 정도 배려를 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면 안 되는 건가요? 게다가 대한민국 영화대상도 사라진 지금, 청룡영화제와 더불어서 가장 큰 이름을 가진 상인데 말입니다. 이 상 자체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영화계는 앞으로 더 많이 나아갈 거고, 지금도 이전보다 판이 많이 커졌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 자체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더 적은 상을 더 중요하게 권위를 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상이라는 것은 더 적은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종상은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너무 많은 상을 남발을 하면서 그 의미 자체를 많이 퇴색을 시키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영화 자체가 존중을 받는다면 특별한 영화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영화를 주목했으면 합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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