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7
“네가 공부를 한다고?”
“왜?”
“아니.”
기웅은 얼떨떨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공부를 안 해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다고 의기양양하게 책을 덮던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이 카페에 있으려면 공부를 하래.”
“오호.”
기웅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자 수현은 입을 내밀었다.
“나는 지금 무지하게 싫거든. 아니 학생이 꼭 공부만 해야 하나? 학생도 해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지.”
“박기웅.”
“왜?”
“네가 그러면 안 되지?”
“뭘?”
“지도 공부 안 하면서.”
“이 형님은 알아서 다 하고 있습니다.”
수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 사람이 나를 믿어주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를 그냥 아이로만 보고 있는 것 같아.”
“네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너 그냥 아이 맞아.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그냥 고등학생이다.”
“그게 뭐?”
“그 사람에게는 너나 나나 그냥 꼬맹이라는 거야.”
“아닐 걸?”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수현의 눈에 불안함이 스쳤다.
“정말 그럴까?”
“당연하지.”
“미치겠다.”
바닥에 주저앉으며 수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남자로 보일 수는 없는 건가?”
“일단 자꾸만 눈에 보이는 것이 더 좋을 거야. 그렇다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다르게 볼 기회라도 생길 테니까.”
“그럴까?”
“나도 잘 모르지.”
수현은 입을 내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제집 여러 권을 골라서 계산대로 가지고 갔다. 기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다 뭐야?”
“문제집이요.”
“반항이라도 하는 거야?”
“네.”
“미쳤어?”
현우는 문제집들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아니 공부를 하라고 해서 문제집을 사가지고 왔는데 왜 갑자기 뭐라고 하는 건데요? 사람이 이해가 안 되게.”
“아니 문제집을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이게 말이 되게 가지고 와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네가 가지고 온 문제집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이거 지금 네가 풀 거 아니잖아.”
“왜요?”
“학년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고.”
“처음부터 하려고요.”
수현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보고 열심히 하라고 해서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런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면 솔직히 안 되는 거죠.”
“너 원래 공부 잘 한다고 했잖아. 그런 거라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문제집을 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뭐 나름 취미 생활을 한다고 해야 하나?”
“취미?”
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이걸 왜 다 가지고 온 거야?”
“여기에 두고 가려고요.”
“뭐?”
“이걸 다 어떻게 들고 다녀요?”
“그러니까.”
“네?”
“전부 다 가지고 가.”
“그럴 수 없어요.”
“김수현!”
현우는 문제집들을 두고 달아나는 수현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미 수현은 저 멀리 달아난 후였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들어.”
문제집을 잠시 보던 현우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현우가 자신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 참 귀여웠다.
“시킨다고 다 하냐.”
문제집을 만지면서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문제집 정도 풀게 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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