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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네게 가는 길 [12장 - 1]

권정선재 2014. 12. 16. 07:00

 

12

좋아합니다. 이나라 씨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까?”

 

은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건 모르더라도 나라에게 고백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적어도 이 사람은 자기 분수 정도는 알아야 하는 거였다.

 

아무리 당신이 나라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 나이 차이가 나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저 나이 차이가 난다고 해서 누군가를 포기해야 하는 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건 너무나도 비겁한 일이죠. 내가 마음에 대해서 비겁하고. 적어도 이나라 씨에게 알 기회를 줘야 하는 겁니다.”

이봐요.”

그쪽은 왜 그러는 겁니까?”

?”

왜 내가 고백하는 걸 말리는 거죠?”

그건.”

 

은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태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은우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였다.

 

그쪽도 지금 이나라 씨를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서 밀어내려고 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죠. 당신 역시 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가고 싶은 거겠죠.”

아닙니다.”

 

은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일단 나라의 친구였다. 그 자리를 버리거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나는 나라의 친구입니다. 그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거라 이 말입니다.”

그럼 왜 나를 말립니까?”

뭐라고요?”

이나라 씨의 대답을 알고 있습니까?”

 

태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냥 이나라 씨에게 대답을 듣고 싶은 겁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고. 나에 대해서 무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지금 내가 그런 대답을 듣고자 하는 것 역시 욕심이란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하다고요?”

아니. 나이 차이를 생각을 해야죠. 아무리 나라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우선 배려해야 하는 거죠.”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겁니까?”

뭐라고요?”

나는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 역시도 나이에 대해서 늘 우선으로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을 해보니 나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그 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마음에 대해서 숨기거나 그러는 것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나라 씨가 나를 보고. 내가 나이가 너무 많아서 부담스럽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는 그녀를 밀어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나의 손을 잡아달라고 부탁을 할 겁니다. 나는 그녀가 좋습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나도 내가 낯설어요.”

진심이군요.”

.”

 

은우의 물음에 태현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조금씩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이 들었다.

 

사실 그쪽을 만나기 전에는 내가 정말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것이 고민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보고 나니. 당신과 마주하고 나니 내가 정말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사람이 곁에 있기에. 더 행복할 수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확실하게 듭니다.”

그 이야기는.”

 

찾으러 갈 겁니다.”

 

은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망설이지 않을 거였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무조건 찾을 겁니다.”

정태현 씨.”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그게 그 녀석에게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

그게 왜 그런 거죠?”

이나라 씨도 궁금해하고 있을 테니까요.”

 

은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아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나라를 막는다고 끝이 날 수 있는 일도 절대로 아니었다. 나라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거였다.

 

제가 그 녀석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요?”

이건 반칙이죠.”

 

은우의 투정에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뭐가 반칙이라는 겁니까? 나는 내 마음에 대해서 확신하기 바라고 있는 거고 그러기 위해서 그 녀석의 곁에 가고 싶은 것이 전부입니다. 설마 이런 마음이 반칙이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제가 이나라 씨에게 고백을 하기 전에 태은우 씨는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할 생각을 한 번이라고 했습니까?”

그건.”

 

은우는 뭐라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태현의 말이 옳았다. 자신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금 그쪽이 품고 있다는 그 마음. 그거 정말 이나라 씨를 좋아해서 그러는 겁니까? 아니면 그저 이나라 씨의 곁에 누가 있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겁니까?”

그건.”

그거부터 명확히 하시죠.”

 

태현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은우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콱 막혔다.

 

도대체 뭐야.”

 

은우는 억울했다. 하지만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도 더욱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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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초 비빔밥 하나 주세요.”

 

나라는 자리에 앉아서 밖을 바라봣다. 먹자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었다. 곧 찬들이 많이 나오고 비빔밥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라는 밥을 맛있게 슥슥 비벼서 입에 넣었다. 톡 하고 터지는 수많은 해초들의 상큼함이 식욕을 돋우었다. 요 근래 이러게 밥을 달게 먹은 것이 언제일까? 그렇게 열심히 밥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수는 아름다웠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를 튼 채로 멍하니 바다를 응시했다. 여수는 생각보다 조용한 도시였다. 꽤나 큰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바쁘지 않았고 친절했다. 그리고 음식들은 맛있었다.

 

정말 좋다.”

 

작은 웅얼거림. 하지만 이 말 뒤에는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묻어나기에 답답했다.

 

이나라 뭐 하자는 거냐.”

 

이 순간에 태현의 얼굴이 떠오르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참 우스웠다.

 

그 아저씨가 뭐가 좋다고. 길거리에서 막 담배나 피는 그런 무례한 사람인데. 이나라 정신 차리자.”

 

절대로 담배 피는 남자는 만나지 말자. 그리고 자기 멋대로인 사람은 싫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태현에게는 자꾸만 끌렸다. 태현이 그런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마음이 갔다.

 

뭐 하자는 거야 이나라 정신 차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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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씨 어디에 있습니까?”

정태현 씨.”

가고 싶습니다.”

 

태현의 단호한 태도에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두 사람이 잘 되었으면 하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억지로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에는 무조건적인 찬성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라가 과연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할지. 그것을 생각을 하는 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일단 나라 번호를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무작정. 다짜고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라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게 낫지 않아요?”

아니요.”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싫습니다.”

정태현 씨.”

이우리 씨도 알지 않습니까? 제가 그러고 나면 이나라 씨가 다시 또 도망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더 이상 도망을 가지 않기 바랍니다. 저도 지금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보려고 하는 버니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용기를 내는 겁니다.”

용기라.”

 

우리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용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 거죠?”

지금 이나라 씨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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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잘 있는 거야?’

걱정은.”

 

우리의 전화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못 지낼 것이 뭐가 있어? 돈도 있겠다. 그리고 혼자서 자유롭게 여해하기 좋겠다. 여수. 정말 좋다. 밤바다. 계속 버스커버스커 노래만 듣고 있는데 하나도 질리지 않는 거 있지? 그냥 달고 너무 행복해.”

나도 같이 갈 걸 그랬다.’

그럼 편의점은?”

엄마랑 아빠도 우리 두 사람에게 그냥 떠맡기고 간 거니까. 우리도 그래도 되는 거 아니었나?’

그런가?”

 

나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먼 바다를 내다 보았다. 새까만 바다에 전등이 내리는 것이 참 아름다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냥 같이 오고 싶은 사람은 있었는데.”

정태현 씨?’

아니.”

빼기는.’

 

우리의 지적에 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어도 우리는 자신의 언니였다.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숨기는 일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자신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도 그 사람이 다시 너에게 돌아와주기를 바란 거면서 왜 이렇게 튕기고 있는 거야. 그냥 그 마음 받아들이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러기에는 이것저것 고민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잖아. 나 솔직히 겁이 나. 그리고 그 사람하고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나보다 언니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우리 두 사람 그냥 헤프닝이야. 헤프닝. 그런데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거 되게 우스운 일이잖아. 안 그래?”

너 지금 그거 누구에게 변명을 하는 건데?’

?”

겁쟁이인 너에게 하는 거 아니야.’

언니.”

 

나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말을 하려는 것 뿐이야. 적어도 나는 내 마음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호감이 간다고 해서 무조건 사랑할 수 없는 거.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나 더 이상 그렇게 어린 아이가 아니야. 그러니까 언니가 그렇게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내가 직접 결정을 한 거고. 이 일에 대해서 결론도 내가 내릴 거야.”

누가 뭐라니?’

 

우리의 심드렁한 대답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자신을 걱정해준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

 

언니 이제야 언니 같은 거 알아?”

그 동안은 아니었어?’

.”

서운하다.’

서운하기는.“

 

나라는 입을 살짝 내밀었다.

 

아마 내가 너무 날을 세우고 있어서 그랬던 건지 몰라. 언니에게 조금만 손을 내밀고 나면 언니도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었을 텐데. 내가 그냥 그런 것이 자존심을 허락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라고.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면 지금이라도 정태현 씨에게 다가가. 그 사람이 네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알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입을 꾹 다무는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남자라는 동물이 얼마나 미련한지.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현명한 네가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잘 대해주면 안 되는 거야? 적어도 너는 네 마음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고 있잖아. 내가 보기에는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언니 지금 나에게 설교를 하려고 하는 거야?”

설교가 아니라.’

알아.”

 

우리가 당황하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놀라게 하거나 놀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그냥 나도 다 알고 있어서. 그래서 언니가 그런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련하다는 것 알고 있으니까. 언니까지 그러면 내가 정말로 견딜 수가 없거든.”

네 탓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야.’

알아.”

그나저나 이제 다 된 건가?’

?”

이나라 씨.”

 

나라는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태현이었다. 우석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차에 타서 멀어졌다. 나라는 멍하니 있다가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갔다.

 

언니 이거 뭐야?”

뭐긴? 이벤트지.’

아니 저 사람이 도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거냐고.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그냥 내가 보기에 오지랖 한 번 부렸어. 네가 되게 어이가 없다고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언니가 되어서 너에게 할 수 있는 일이 그게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을 했거든. 두 사람 잘 어울려.’

언니.”

 

나라는 전화를 끊은 우리를 향해서 소리를 쳤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태현에게 손을 들었다.

 

안녕하세요.”

네 반가워요.”

 

태현도 씩 웃으면서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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