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남잔다늑대2[완]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6장]

권정선재 2015. 1. 31. 07:00

 

6

그나저나 오늘부터 일을 하게 되신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자매 분들하고 많이 친하신 것 같더라고요?”

.”

 

상현은 살짝 류 팀장이라는 사람을 경계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은 재빨리 그를 살폈다. 옷은 깔끔했고 직장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믿기 힘든 분위기였다.

 

어떤 사이입니까?”

은비 누나랑 사귀었어요.”

.”

 

순간 남자의 얼굴에서 아차 하는 기색이 스쳐 가는 것을 보면서 상현은 속으로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쪽도 많이 친한가 봐요?”

그쪽이 아니라 류하입니다.”

류하요?”

. 성이 류. 이름이 하입니다.”

이름 좋으시네요.”

고맙습니다.”

 

상현은 류하라는 사람이 싱긋 웃어보이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이 정도 커피를 사주는 사람은 카페에 분명히 중요한 손님일 테니까. 류하는 상현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밝았다.

 

그런데 제가 싫습니까?”

?”

지금 표정이 말이죠. 너무 귀엽군요.”

 

상현은 얼굴이 붉어진 채 시선을 피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 이 말이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그냥 제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사람 표정은 보거든요.”

 

상현은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 남자의 말은 듣고 싶지만 남자가 괜히 자신의 표정을 보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요?”

?”

지금도 사귀는 겁니까?”

아니요.”

 

상현은 힘겹게 답을 했다.

 

그런데 그것은 왜 묻는 거죠?”

그 여자가 좋으니까요.”

 

류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상현이 놀란 눈을 하고 류하를 바라봤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겁니까?”

농담이죠?”

왜 농담이라고 생각을 하죠?”

 

아니.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뭐예요?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왜 말이 안 되는 겁니까?”

 

상현은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저었다.

 

혹시 누나가 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만만한 사람으로 보기라도 하는 겁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런 거 아닌데요?”

그럼요.”

그냥 좋습니다.”

 

류하는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그런 류하의 모습을 보면서 상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건 아니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세요?”

왜 말이 안 됩니까? 그리고 그쪽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도 알 수 없군요.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라면서.”

아무 사이가 아닌 것은 아니죠.”

?”

전 애인이니까요.”

.”

왜 웃는 겁니까?”

, 미안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류하라는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 미안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누나라는 것을 보니 연하인 모양입니다.”

. 여덟 살 어립니다.”

와우. 대단하군요.”

 

상현은 가만히 류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가만히 고개를 저으면서 얼굴에서 표정을 완벽히 지웠다.

 

나를 막지 마십시오.”

?”

나를 막지 말라고요.”

 

갑자기 변한 류하의 분위기에 상현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사람 내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던 사람입니다. 그 동안은 그저 농담이었지만 이제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정말로 좋아합니다.”

 

류하의 고백에 상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는 그저 농담을 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누나를 좋아한다고요?”

.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여태까지 은비 누나를 잡지 못한 겁니까?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류하를 바라보며 상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뭐가 그렇게 웃깁니까?”

자기 마음에도 하나 확신이 없는 사람이 지금 어떤 여자를 좋아한다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이야기를 한다고요.”

.”

그게 맞습니까?”

그럼 틀립니까?”

. 틀리죠.”

 

상현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이야기를 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류하라는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잘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만일 당신이 은비 누나를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지금 저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거겠죠.”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그럼 저에게도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고요.”

그건 아닙니다.”

?”

당신은 여전히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상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당신을 모르는 것은 아니죠? 당신의 얼굴에 조은비 씨를 좋아한다고 쓰여 있지 않습니까?”

제가 그렇다고요?”

.”

 

상현의 물음에 류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미리 당신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나를 방해할 생각이 있으면 그러지 말라고요.”

일단 저는 은비 누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어쩌면 누나에게 아직 미련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지금 당신이 말을 하는 그러한 감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잘 되었군요.”

 

상현의 대답에 류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신은 제가 은비 씨에게 뭐라고 고백을 하건 그것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그건 또 다릅니다.”

?”

 

상현의 대답에 류하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당신이 은비 누나의 곁에 있는 것이 싫습니다.”

내가 있는 것이 싫다고요?”

. 당신 같은 사람은 은비 누나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당신은 굉장히 우스운 사람이니까요.”

 

상현의 말에 류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커피를 곁의 쓰레기통이 모두 넣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버리는 겁니다.”

이봐요.”

이 커피를 왜 산 줄 압니까?”

 

상현은 가만히 류하의 눈을 바라봤다.

 

왜 산 겁니까?”

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요.”

단순히 재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런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그 사람에게 기억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알겠습니까?”

그럼 당신은 틀렸네요.”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당신이 누나를 좋아하는 것이 맞다면. 아무리 당신이 마시기 위해서 산 커피가 아니더라도 그런 식으로 버리면 안 되는 거죠. 누나가 그 커피를 내리는 것이 장난으로 보이지 않으면 말이죠.”

 

류하는 아랫입술을 물고 상현을 바라봤다. 상현은 자신이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고 쓰레기통에서 커피를 꺼냈다.

 

지금 그걸로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마시려고요.”

?”

마신다고요.”

 

상현은 뚜껑을 열고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다른 커피를 또 벌컥벌컥 들이켰다. 류하는 그런 상현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현은 류하가 보건 말건 남은 커피를 모두 마셨다.

 

지금 뭐 한 겁니까?”

커피를 마신 겁니다.”

내 커피입니다.”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내 커피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커피라면 버리면 안 되는 거였죠. 그렇게 은비 누나를 생각을 한다면 버리면 안 되는 거였죠.”

 

상현의 말에 류하는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상현의 말을 들으니 그게 맞았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당신은 은비 누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간단한 것도 몰랐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신경을 쓸 일도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건 내 실수이니까요.”

아니죠.”

 

상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류하를 노려봤다. 이 일에 자신이 신경을 쓰는 것은 우스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과 은비가 아무런 사이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당신이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면 결국에는 은비 누나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그것을 왜 당신이 신경을 쓰죠?”

좋아하니까.”

미련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네요.”

뭐라고요?”

미련이 아니라고요.”

 

상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이 은비에게 가지고 있는 것이 단순한 미련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보니 단순한 미련은 아니었다.

 

저 누나를 좋아하네요.”

그렇다고 달라질 것 같습니까?”

그렇지는 않겠죠.”

그런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만일 당신이 누나를 괴롭히거나 한다면 내가 당신이 다가서지 못하게 막을 거라는 경고입니다.”

경고라.”

 

상현의 경고에 류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행동을 하더군요. 그런 것도 모두 어린 날 할 수 있는 것이죠.”

당신이 잃을 것이 많아 보이나요?”

?”

나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단 하나를 절대로 잃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게 은비 씨입니까?”

. 처음 보는 사람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우습지만 말이죠. 그래도 당신도 나에게 처음 보는데 은비 누나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으니까 나도 당신에게 똑같은 고백을 하겠습니다.”

 

상현은 류하에게 한 발 다가서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한 번만 더 은비 누나에게 작업 걸면 죽여 버릴 거야.”

 

류하는 이런 상현을 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지금 협박을 하는 겁니까?”

협박일지 행동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궁금하군요.”

 

류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자신의 앞에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

 

그렇다면 한 번 은비 누나에게 그 말도 안 돼는 수작 한 번 걸어보시죠.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도대체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겁니까?”

뭐라고요?”

이미 헤어진 지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카페에서 내가 단골이 된 것도 일 년이 다 되어 가니까요.”

시간이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류하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류하를 보면서 상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대답을 바로 하지 못하시는 것을 보니 조은비 씨와 이별을 하신 기간이 꽤나 길었던 모양입니다.”

일 년이 조금 넘을 겁니다.”

그러면서 지금 나에게 터치를 하지 말라고요?”

다시 시작을 할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죠.”

 

류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쪽이 조은비 씨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솔직히 상관이 없습니다. 아니, 솔직히 더 좋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나오니까 나는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뭐라고요?”

당신이 조은비 씨의 마음을 사로잡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잡도록 할 겁니다. 당신은 그럴 용기도 없으니까요.”

 

상현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녀가 만든 커피를 버리는 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것인지. 상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가볍게 류하를 뒤로 밀었다.

 

지금 친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정말로 치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밀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치고 싶다고요.”

수준이 낮으시군요.”

수준이 낮은 것은 그쪽입니다.”

내가요?”

그렇습니다.”

 

상현은 잠시도 고민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이 은비의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슬펐다.

 

앞으로 카페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당신이 나설 일이 아니라고요.”

아니요. 내가 나설 일이 맞습니다.”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들고 왔던 커피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눈으로 류하를 바라봤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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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미치겠네.”

 

은비는 무릎을 안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은 상현을 좋아하는 것이 맞았다.

 

이게 뭐냐고.”

 

하지만 좋아하면 안 되는 거였다. 자신은 상현을 밀어냈고, 그렇게 마음 정리도 끝이 났으니까.

 

그렇게 지난 일이 왜 이래?”

 

은비는 울상을 지었다. 어쩌면 은희의 말이 맞을 지도 몰랐다. 제대로 상현을 잊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주 만나게 되니 더욱 이렇게 변하는 것이라고. 겨우 세 번 만나고, 한 번의 통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마음에 있는 불씨가 달아오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고, 충분한 만남이었다.

 

미쳤어. 조은비.”

 

절대로 안 되는 거였는데. 자신도 모르게 이 마음속의 불꽃을 더욱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현과 다시 시작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현은 생각이 다를 테니까.

 

아니. 내가 왜 이런 걸로 고민을 해야 하는 거냐고? 내가 상현이를 그렇게 찬 것인데 말이야.”

 

가만히 생각을 하면 그 때 상현이를 차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들자마자 은비는 고개를 흔들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래. 그 상황에서 내가 상현이랑 헤어지지 않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었고, 결국에는 상현이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 되었을 것이 분명해. 우리 둘은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직 미련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 미련이라는 것은 아주 오래된 시간을 건너고 나서도 여전히 남아 있을, 그런 추억이라는 이름의 미련일 뿐이었다. 이러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래. 조은비 착각을 하지 말자. 너는 그저 상현이의 얼굴을 자꾸 봐서, 이전의 자상하고 편안하던 상현이를 다시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런 상현이는 이제 없어. 나는 상현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우스운 거지.”

여기에서 뭐해?”

?”

 

은비는 화들짝 놀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달 다녀온 거야?”

. 왜 밖에 있어?”

그냥.”

그냥. 그렇구나.”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비의 앞에 조심스럽게 섰다. 은비가 떨리는 눈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

지금 너 무슨 일이 있었던 표정이야.”

누나는 무슨 자리를 차려도 되겠다.”

내가 원래 촉이 좋잖아.”

 

은비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상현의 표정이 심각한 것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정말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니잖아.”

그런 것이 다 보여?”

그럼.”

어떻게 보여?”

내가 너랑 그래도 사귄 시간이 일 년이 넘어. 나는 네 표정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보인다고.”

그렇구나.”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은비의 표정이 읽히지가 않았다. 알 수 없었다.

 

나는 못 그러는데.”

?”

나는 되게 나빴나 봐.”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누나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아직 누나의 얼굴을 읽을 수가 없어.”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지.”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상현의 손에 들려 있는 커피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거 뭐야?”

?”

커피 말이야.”

.”

 

상현은 당황했다. 자신이 들고 있던 커피를 고스란히 들고 왔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게 사람 수를 잘못 셌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남은 커피를 어떻게 하나 해서 그냥 내가 가지고 온다고 했어.”

?”

시음도 좋고. 나도 커피를 마시고 싶고.”

그러면 말을 하지.”

됐어.”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밖에 있어? 정말로 그냥 있는 것은 아닐 거고 말이야. 설마 은희 누나랑 싸우기라도 한 거야?”

.”

?”

그냥 그럴 일이 있었어.”

그래.”

 

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묻지 않았다. 자매 사이의 일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끼어들 일은 아니었다.

 

내가 일을 해서 불편하지?”

아니.”

아니긴. 얼굴에 다 보이는데.”

아니라고.”

 

은비는 싱긋 웃으면서 상현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일부러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는 사람 얼굴을 정말로 못 읽는다니까.”

진짜로 내가 못 읽는 거야?”

그래. 하긴, 상현이 너는 우리 두 사람이 사귈 적에도 눈치가 없어서 실수를 하곤 했으니까. 아무튼 나는 너랑 일을 해서 좋아. 너랑 같이 있으면 편하고. 아무래도 남자가 있으니까 낫네.”

. 그런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워낙 눈치가 없는 탓에 은비가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면 지금 은비가 왜 화를 냈는지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인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조금 둔하지?”

많이 둔하지.”

그래서 여기에 있는 거야?”

.”

아니, 내 말은.”

 

상현은 아랫입술을 물고 은비를 바라봤다.

 

이 시간에 말이야.”

이 시간?”

여기 앉아도 될까?”

? .”

 

은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현은 은비가 앉았던 자리 옆에 앉았다. 은비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지금은 카페에 손님들이 적지?”

. 우리 가게는 아무래도 대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아침에 손님 보다는 점심을 먹고 나서, 그리고 저녁에 손님들이 조금 있는 편이야. 그래서 여기에 잠시 쉬어도 무리가 없어.”

저기 누나.”

?”

나 아직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상현의 고백에 은비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이런 상현의 고백이 갑자기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누나 우리 다시 시작을 하는 것은 우스운 거겠지? 한 번 헤어진 사이이니까 말이야. 그렇지?”

 

은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자신이 상현을 좋아하는 마음은 알았지만 상현도 그럴 줄 몰랐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이야? 우리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보자는 거야?”

. 사실 나는 우리 두 사람이 끝이 났다는 것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우리 헤어진 거잖아.”

그렇지만 우리 이미 헤어진 거잖아. 그리고 그 때 너도 내 말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면 우리 두 사람이 정말 제대로 헤어지기로 한 것 아니야?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누나를 보니까 설레네.”

 

상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정말로 좋아하는 거잖아. 나는 누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

 

상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마음이 바뀌거나 해서는 안 되는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서 가슴이 더욱 두근거리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누나를 잡고 싶어.”

나를 잡아서 뭘 어떻게 하게?”

그 시절에는 내가 분명히 어린 아이라서 누나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고 미래도 약속을 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제 조금 복잡한 것은 끝이 났으니까. 누나에게 미래를 약속을 할 수도 있어. 그게 과연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누나에게 정말 소중한 미래. 그거 약속을 하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야.”

미래.”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과 헤어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래라는 것이었다. 아직 군대도 채 마치지 않고, 아직 대학도 삼 년이 넘게 남은 상현과의 미래는 어려웠다. 은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도대체 상현과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현과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를 지금 이 순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상현 한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