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은비 씨는요?”
“아, 류 팀장님.”
오픈 준비를 하던 은희는 머뭇거렸다. 은비에게서 류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색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직 집에요.”
“오늘은 늦네요.”
“네.”
은희가 이상한 것을 눈치를 챈 류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상황을 보니 은희도 알게 된 것이 분명했다.
“아시죠?”
“네?”
“저랑 은비 씨요.”
“아, 네.”
은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는 척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마음을 숨길 정도로 영리한 사람은 아니었다.
“놀랐죠?”
“네. 많이 놀랐어요.”
“죄송해요. 그런 마음이 있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빠르게 은희 씨에게 말을 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말이에요.”
“왜요?”
“네?”
“왜 저에게 말을 해요.”
“그야 언니니까요.”
“아.”
그제야 은희는 자신이 조금 까칠하게 굴었음을 깨달았다. 은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치마를 맸다.
“그럼 커피를 드려요?”
“아니요.”
“네?”
류하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하자 은희는 놀란 눈으로 류하를 바라봤다. 매일 커피를 마시던 양반이 무슨 일일까?
“어제 커피에 무슨 문제가 있었어요?”
“아니요.”
“그런데 왜 커피를 안 드세요?”
“제가 원래 커피를 못 먹거든요.”
“커피를 못 먹는다고요?”
“네.”
류하의 말에 은희는 당혹스러웠다. 그럼 이 남자는 그저 은비를 위해서 커피를 마신 것일까?
“그럼 전부 은비 때문에 그런 거예요?”
“네.”
류하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 이런 것도 이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죠. 제가 제 마음을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그 꼬맹이도 나오지 않네요. 혹시 어제 일을 하고 그만 둔 것인가요?”
“상현이요?”
“네.”
“아니요. 이제 올 거예요.”
“아.”
류하의 얼굴에 곧바로 실망한 표정이 떠오르자 은희는 오히려 자신이 잘못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류 팀장님.”
“네.”
“은비가 왜 좋으세요?”
“그런 질문이 어디에 있어요?”
“그럼요?”
“그냥 처음 본 순간부터 되게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은희 씨도 누가 뭐라고 해도 참 좋은 사람인데 말이에요. 은비 씨는 이상한 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깊었어요.”
“그렇구나.”
은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은비의 사이에 있는 차이라는 것이 그러한 것일까? 은희는 애써 미소를 지우고 생각을 지웠다.
“그럼 오늘은 왜 오신 거예요?”
“케이크요.”
“케이크요?”
“네. 여기에서 파는 케이크가 인근에 있는 그 어떤 베이커리의 케이크 보다 맛있는 케이크잖아요.”
“설마요.”
“진짜인데.”
은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류하는 확실히 매력이 넘치고 친절도 괜찮은 남자였다.
“그럼 케이크 드려요?”
“은비 씨가 많이 늦을까요?”
“아마도요.”
“그럼 그냥 케이크 주세요.”
류하가 케이크를 포장을 하고 나가자 은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류하는 확실히 은비를 좋아하고 있었다.
“조은희. 네가 겨우 좋아하게 되는 사람도 여동생에게 양보를 해야 하는 거네. 그나저나 저 사람도 되게 너를 좋아하는가 보다.”
은희는 밀가루를 내리고 반죽을 시작을 했다. 오븐에서 쿠키를 꺼내고 있을 때 은비와 상현이 들어왔다.
“늦었네?”
“설거지 하고 오느라요.”
“하여간.”
상현의 대답에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다르게 은비는 분명히 남자 복이 있었다.
“두 사람 어떻게 하기로 했어?”
“일단 비밀이요.”
“비밀?”
“네.”
상현의 대답에 은희는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두 사람의 일이니까.
“그럼 일 합시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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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실망했지?”
“아니.”
집에 와서 오이를 붙이면서 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동생에게 실망을 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
“네가 네 삶을 선택을 하는 것인데 내가 괜히 실망을 할 것이 뭐가 있어? 그런 것이 우스운 거지.”
“그래도 이거 하나만 알았으면 좋겠어. 나도 사실은 이렇게 될 줄 전혀 모르고 그런 거거든.”
“알아.”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정말로 모르는 거잖아.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알면서 사람이 어떻게 사니?”
“그런 거지?”
“응.”
은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은비에게 다른 걱정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을 터였다.
“그래서 정말 말을 안 해줄 거야?”
“뭘?”
“두 사람 관계 말이야.”
“일단 생각을 하기로 했어.”
“너 나이 잊지 마.”
은희가 미간을 모으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언니부터 시집을 가야 내가 뭐라도 하지. 언니도 시집을 가지 않았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해?”
“너는 내가 무슨 상관이니?”
“왜 상관이 없어? 그래도 언니가 나보다 시집을 가는 것이 순서로 맞는 것인데 말이야. 기다릴래.”
“너 그럼 평생 못 가.”
“그러지 마.”
은비의 대답에 은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니 미안해.”
“아니야.”
은희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은비니까 자신이 자꾸 미안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야.”
“어떤 거?”
“네가 행복한 거.”
“언니.”
은비가 자신을 안자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그런 은비의 등을 토닥였다. 은비는 그런 은희의 품에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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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왔네?”
“네.”
승현의 물음에 상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날은 회식이었고, 어제는 외박이었으니.
“어제는 누구 집에서 잔거야?”
“대학 친구요.”
“아직 군대를 안 간 사람이 있었어? 지난번에 네 동기 전부 다 군대에 갔다고 말을 하지 않았나?”
거짓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승현의 기억력에 상현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잘못했다가는 크게 터질 폭탄은 여기에 있었다.
“일 년 후배 중에 절아 동갑인 사람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친구처럼 지내기로 해서 거기에 갔어요.”
“그래.”
다행히 승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들 쉬어.”
“네.”
승현이 나가자 상현은 겨우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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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 씨.”
“류 팀장님.”
지하철 역 앞에서 상현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류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류하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에서 뭐 해요?”
“누구 좀 기다려요.”
“아, 그 꼬맹이.”
류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서 조금 장난을 쳐도 괜찮은 것일까?
“나도 끼어도 되는 걸까요?”
“네?”
류하의 물음에 은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저도 데이트를 할 기회를 달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 꼬맹이랑 먼저 데이트를 하면 아무래도 은비 씨의 마음이 꼬맹이에게로 기울기가 쉬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제게 기회를 주셔야죠.”
“류 팀장님.”
“부탁이에요.”
류하가 장난스럽게 말을 하면서 두 손을 모으자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싫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불편했다.
“이러지 마세요.”
“제가 좀 그렇죠?”
“네?”
“알아요. 제가 원래 한 번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되게 부담스러워 할 때까지 다가가는 버릇이 있어요. 제가 학창 시절에 이사를 굉장히 자주 다녔거든요. 그래서 조금 그런 편이에요.”
“류 팀장님.”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미워하지 말아요.”
“다행이다.”
은비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상현은 함께 있으면 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류하는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기 류 팀장님.”
“네?”
“저랑 데이트를 해요.”
“네?”
류하가 눈을 크게 뜨고 은비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잠시만요.”
은비는 황급히 상현의 번호를 눌렀다.
-어, 누나. 지금 가고 있는데?
“우리 다음 주에 데이트를 하자.”
-다음 주? 왜?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말이야. 이런 식으로 갑자기 미뤄서 미안. 하지만 내 말을 좀 들어줘.”
-하지만
“부탁이야.”
잠시 상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솔직히 이런 식으로 데이트를 취소를 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일 것이 분명했다.
“상현아. 정말로 미안해. 하지만 지금 내가 확인을 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래서 그러는 거야.”
-알았어.
겨우 상현은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한 가지만 물을게.
“어떤 거?”
-다음 주에 나에게 데이트 기회가 있는 거야?
“어?”
-대답을 해줘.
상현의 물음에 은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자신이 상현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무조건 줄게.”
-알았어. 그럼 내일 카페에서 보자.
“응.”
전화를 끊으니 류하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비는 일부러 씩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갈까요?”
“그래요.”
==========
“뭐야?”
상현은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멀리 은비와 류하를 바라봤다.
“저 남자 때문에 나를 거절을 하는 거야?”
상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은비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내가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 마음은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부족한 모양이었다. 하긴 자신이 제대로 은비에게 마음을 보여주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잘했어야 하는 건데. 애초에 누나를 놓친 것이 바로 나니까. 다시 무조건 기회를 달라는 것도 우습지.”
상현은 아랫입술을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원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잘 될 거야.”
분명 다음 주에 데이트를 할 기회를 준다고 했으니까. 상현은 돌아서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깔끔한 옷차림. 오늘 데이트를 위해서 어제 밤을 새며 준비를 한 데이트 코스들.
“다음 주에 쓰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상현은 묘하게 불안한 마음에 드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인데 이상하게 불안했다.
“누나 아니지?”
상현은 멀어지는 은비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절대로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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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어서오세. 어머. 상현아.”
“누나.”
고개를 들던 은희는 놀란 눈을 떴다. 오늘 은비와의 데이트라고 그렇게 좋아하던 아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은비는?”
“데이트요.”
“데이트?”
“네.”
“누구랑?”
“류하라는 사람하고 말이에요.”
“류 팀장님?”
“네.”
상현의 씁쓸한 표정을 본 은비는 당혹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은비가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까지 한 상현을 두고 그 사람하고 데이트를 하고 간 것인가? 은희는 황급히 카운터를 벗어났다.
“뭐 마실래?”
“누나.”
“응?”
“나는 왜 이럴까요?”
“상현아.”
은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테이블에 앉았다. 상현의 잘못이 아닐 것이 분명했다.
“은비 그게 미쳐서 그래. 아니 어떻게 사람이랑 약속을 다 하고도 그렇게 그냥 가버릴 수가 있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안 거야?”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을 봤어요.”
“아.”
은희가 입을 가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내쉬고 입구로 가서 클로즈로 바꾼 후 문을 잠갔다. 그리고 발을 모두 내린 후 커피를 두 잔 내려서 다시 상현의 앞에 앉았다.
“마셔.”
“고마워요.”
“걔가 착해서 그럴 거야. 아마 류 팀장님이 녀석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말을 했겠지.”
“알아요.”
상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서운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으면. 적어도 저랑 있기로 한 날에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그래요?”
“겁이 났을 거야.”
“겁이요?”
“응.”
은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상현을 바라봤다. 지금 이 아이의 표정을 보니 은비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상현이 너 눈치 되게 없는 사람이구나?”
“제가 좀 그래요.”
“은비 너 정말로 많이 좋아해.”
“은비 누나가요?”
“응.”
“아닐 걸요?”
상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비가 만일 자신을 정말로 좋아한다면 이렇게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누나 말처럼 은비 누나가 나를 좋아한다면 오늘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나를 무시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겁이 났을 거야.”
“겁이?”
“네.”
“무슨 겁이 나요?”
“너랑 데이트를 하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을 인정을 해야 하니까 말이야. 녀석에게 그것은 싫은 거겠지.”
“은비 누나는 그렇게 겁쟁이가 아니에요.”
“그 녀석 많이 달라졌어.”
“뭐가요?”
“취업도 되지 않았잖아. 그 시간 동안 그 아이의 용기는 되게 많이 줄어들고, 겁도 되게 많아졌어.”
은희는 손을 만지작거렸다. 상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은비에게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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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어때?”
“오. 오늘 면접이라더니 신경을 썼네?”
“그럼.”
은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은비를 보면서 은희는 살짝 걱정스러웠다.
“너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뭘?”
“너 떨어질 수도 있어.”
“내가?”
그래도 학점 관리에는 자신이 있었던 은비였기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겨우 회사에서 사보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선배가 먼저 취업을 한 후 알려준 일자리였다.
“이런 곳에서 잘리겠어?”
“모를 일이지.”
“언니는 걱정이 너무 많아.”
“네가 걱정이 너무 없겠지.”
“걱정이 많아서 뭐가 좋아?”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해야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은희가 계속 걱정을 하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나치게 태평한 은비를 보며 은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그러다가 만에 하나라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충격이 더 클 걸? 그러니까 너무 자신만만하지 마.”
“하여간 재수 없게. 언니는 동생이 면접을 보러 가는 날에 그런 말을 하고 싶어? 아무리 그래도.”
“너무 그렇게 떠있지 말라는 거야. 그리고 면접을 보는 사람들도 너처럼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 적당히 차분한 사람을 좋아하지 말이야. 그러니 너무 너도 그렇게 행동을 하지 마.”
“알았어.”
은비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면접을 보러 갔다. 은비도 면접을 잘 봤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결론은 불합격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지방에 있어서 가고 싶지 않다던 출판사도 그녀를 거절했다.
“제가 왜요?”
-저희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아닙니다.
“월급도 덜 받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죄송합니다.
상대방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고 끊었다. 은희는 그렇게 우울한 은비의 어깨를 가만히 쓸었다.
“언니 내가 뭐가 문제인 것일까?”
“네 문제가 아니야.”
“그런데 내가 왜 취업이 안 되는 거야?”
“네 잘못이 아니야. 다들 너를 몰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은비 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언니.”
자신의 품에 안겨서 우는 은비를 어떻게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은희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은비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은희도 카페를 막 오픈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던 터였다.
“너 나가지도 않아?”
“나갈 일이 있어야지.”
“언니가 돈을 줄게.”
“아니야.”
은희가 돈까지 건넸지만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염치가 있어서 더 언니 도움을 받아.”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 안 그래도 지금 카페를 오픈하는데 엄청 힘이 들잖아. 그러니까 그냥 언니를 위해서 사용을 해.”
“너 왜 이러니?”
은희가 고개를 저으면서 단호히 은비의 손에 돈을 쥐어 주었다. 은비는 물끄러미 그 돈을 바라봤다.
“언니.”
“왜?”
“나 언니 카페에서 일을 하게 해주라.”
“어?”
순간 은희는 당혹스러웠다. 한 달에 수익이 얼마나 날지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지금 자신의 인건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은비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었다.
“장사가 어떨 지도 모르잖아.”
“월급은 받지 않을게.”
“너 그러지 마.”
은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자신의 카페가 아니라 번듯한 곳에서 일을 해야 했다.
“너 앞으로도 계속 면접을 보러 다녀야 하잖아.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카페에서 일을 하겠다는 거야?”
“누가 나를 뽑아주기나 할까?”
“은비야.”
“언니 나 잠시만 쉬고 싶어. 언니의 직장이 쉬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저 언니에게 빌붙는 것도 조금 그렇고 말이야.”
“네가 뭘 빌붙어?”
“솔직히 언니에게도 부담이잖아.”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은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은비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싫었다.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라니? 네가 뭐가 부족해서. 네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너를 모르는 거야.”
“아마도 영원히 모를 거야.”
“은비야.”
“나 상현이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했어.”
“어?”
은희는 놀란 눈을 하고 은비를 바라봤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상현이랑 왜 헤어져? 지금 네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왜 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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