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의 시간[완]

[로맨스 소설] 우리의 시간 [36장. 운수 좋은 날]

권정선재 2016. 10. 14. 21:42

36. 운수 좋은 날

염소망. 좋은 아침.”

. 힘들어 죽겠다. 괜히 기획안 올렸나봐. 나 그게 올라갈 줄 몰랐잖아. 진짜 너무 힘들다.”

. 남들이 들으면 비웃어.”

그런가?”

 

소망은 가볍게 우리의 옆구리를 치고 우리도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편했다.

 

미안해.”

뭐가?”

 

갑작스러운 우리의 사과에 소망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우리가 말하려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더 미안해. 친구라는 년이. 친구가 말을 못하면 그런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걸 꼭 그렇게 다 물어봐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내가 괜히 너한테 뭐라고 한 거 같아서. 너 힘들게 한 거 같아.”

힘들게 하긴.”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소망이 없었더라면 그나마의 회사 생활도 너무 힘들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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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망 씨. 이거 좀 확인해줘요.”

. 대리님.”

 

소망은 더 열심히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녀의 서류가 통과가 되었다는 것이 더욱 그녀를 힘나게 하는 모양이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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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 진짜 열심이죠?”

그렇죠.”

 

우리의 물음에 정식은 젓가락을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살짝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거 서우리 씨에게 안 좋은 거 아닙니까?”

저한테 왜 안 좋아요?”

두 사람 같이 이번에 승진 기회 노리는 거니까요.”

아니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그 자리는 자신과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라 소망에게 어울렸다.

 

소망이가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알고 있는데 그 자리 제가 가지겠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그래도요. 서우리 씨도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데요. 일단 두 사람 다 제가 위에 올렸습니다.”

아니요.”

 

우리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뭐가 아닙니까?”

그거 소망이가 오해하고 그럴 거라고요. 저는 아무 것도 한 것도 없는데요. 이번에 소망이 기획안이 주목을 받은 거잖아요.”

그래도요.”

 

정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염소망 씨의 기획안이 올라간 것은 맞지만 그 동안 더 많은 일을 한 것은 서우리 씨입니다. 그리고 권 대리가 다른 곳으로 가고 나서 그 일을 하는 것도 서우리 씨고요. 다른 사람들은 이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히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였다. 물론 자신도 승진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사원으로만 있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승진한다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였다.

 

저는 괜찮아요. 일단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저를 올려주세요.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까요. ?”

그거 벌써 올렸습니다.”

하지만.”

 

정식은 그제야 걱정스러운 표정의 우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우리에게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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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서우리.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거지.”

 

우리는 한숨을 토해내며 눈을 감았다.

 

그래. 잘 될 거야.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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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우리는 아침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평소에 늘 출근해야 하는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잘 필요도 없는. 우리는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휴대전화의 알람이 켜지기 무섭게 끈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쌀쌀한 공기가 느껴졌다.

 

춥다.”

 

아침부터 샤워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날씨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리저리 목을 풀고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 회사 가기 싫다.”

 

우리는 그러다 정식의 집 쪽을 바라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후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슬리퍼를 밟는 순간 뒤로 체중이 실리는 것을 느끼고 바로 벽을 짚었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뭐야?”

 

우리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욕조에 들어가 샤워기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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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일이야?”

뭐가?”

이거 봐.”

 

놀란 목소리의 은화는 우리에게 방금 만든 달걀 프라이를 보여주었다. 모두 쌍란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일부러 이런 거 산 거 아니야?”

미쳤어?”

원래 그런 거 있다고 하잖아요. 일부러 하나만 다 모아놓은 거. 그래도 아침부터 재수가 좋으려나.”

 

우리는 입을 쭉 내밀고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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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한 번도 안 걸렸죠?”

그러게요.”

 

정식도 우리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 괜히 운수가 좋은 거 같아요.”

뭐래? 운수. 완전 아저씨잖아요.”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이라고 있는데.”

알아요. 안다고요.”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아침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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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어?”

?”

기획 3? 거기 팀장이 자기 애인이랑 사귄다고 사원을 이번에 대리로 추천을 했다고 하잖아.”

 

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소망은 귀를 세웠다. 다행히 옆에서 떠드는 여자들은 소망이 3팀인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 여자를 대리로 추천했다고 하더라고.”

어머 말도 안 돼.”

대리?

 

소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한 자리가 비긴 했지만 그 자리를 우리와 자신 둘이 함께 경쟁해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소망은 손을 씻고 복도로 나섰다. 멀리서 우리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일찍 출근했네?”

좋겠다.”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날카로운 말이 나왔다. 우리는 자리에 멈춰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이번에 대리로 올라간다며?”

아니야. 누가 그래?”

아니긴.”

 

소망은 말을 차분하게 하려고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강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뭐가 아니야? 회사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좋아? 내가 그 기획안 통과시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면서도 너는 좋아?”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거 없어. 그리고 너랑 나랑 같이 올렸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거야?”

뭐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었다. 소망은 머리가 복잡했다. 같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더 열심히 일한 것은 자신이었다. 실수가 있기는 하지만 더 큰 성과를 낸 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네 기획안은 통과된 적이 없잖아.”

소망아.”

오지 마.”

 

우리가 앞으로 오자 소망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하는 솔직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 너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이잖아.”

뭐라고?”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녀가 고생하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소망이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소망이 이런 식으로 말했다.

 

권 대리 나가고 나서 그 일 전부 하는 거 나야. 그런데 어떻게 네가 그걸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

그거 네가 아니어도 하는 거잖아. 아니야?”

 

소망의 차가운 말에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아니라도 그거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네가 특별해서 그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마.”

염소망.”

 

소망은 우리의 말을 더 듣지 않고 멀어졌다.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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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파요?”

아니요.”

 

정식의 걱정이 가득 담긴 물음에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

그럼 먼저 들어가요.”

아니요.”

들어가요.”

 

괜찮다는 우리에게 정식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회의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겁니다. 그러니까 괜히 나 기다린다고 피곤한데 여기에서 있지 말이요. 서우리 씨가 그러면 내가 오히려 더 미안해집니다. 서우리 씨는 내가 미안하기 바라는 사람이에요?”

아니죠.”

그러니까요.”

 

우리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더니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정식의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혹시라도 소망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럼 나 먼저 갈게요.”

그래요. 들어가요.”

 

우리는 정식에게 살짝 손을 흔들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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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손님이 왜 이렇게 적어요?”

왔어?”

 

카운터에 앉아있던 선재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장사 안 되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방송에 나온 메뉴는 다 팔려서 지금 있는 사람들 없으니까. 저기 문에 있는 거 안 봤어?”

파니니 다 팔렸다는 거요?”

.”

아니. 오빠 가게는 카레도 맛있고, 오야코동도 맛있는데. 왜 다들 그런 건 안 먹고 그런데요?”

그러게. 아마도 방송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겠지. 밥 먹으러 온 거야?”

. 혹시나 해서 왔는데 다행이네요.”

 

우리는 늘 앉는 자리에 앉았다. 선재는 미소를 지은 채 메뉴판을 들고 와서 우리에게 내밀었다. 우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왜요?”

네 애인도 오는 거 아니야?”

. 아니요.”

 

우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선재는 입을 살짝 내밀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가만히 창밖을 내다봤다. 그리고 재필이 오는 모습을 보고 침을 삼켰다.

 

쟤는 왜 오는 거야.”

 

우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재필의 뒤에 있는 사람은.

 

어머니?”

 

순정이었다.

 

우리는 재빨리 가방을 들었다. 여기에서 나가야만 했다. 잘못한 것은 없지만 마주한다면 귀찮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우리가 돌아서려는 순간 두 사람이 나란히 선재의 가게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서우리.”

 

우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이미 여기에서 나갈 상황은 아니었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순정의 말. 우리는 애써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운수 좋은 날. 그 끝은 역시나 소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