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흔들리는 사람들 2
“무슨 일이에요?”
“아니에요.”
세연의 물음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사람들을 흔들 이유는 없을 거였다.
“강지아 씨는 좀 괜찮아요?”
“모르겠어요.”
세연의 말에 나라는 입을 내밀었다. 모두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섬에 와서 모두 흔들리는 거였다.
“다들 새로운 곳에 오면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게 없으니 당황하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특히나 강지아 씨는 자기가 주장해서 다른 곳으로 온 거니까 더 당황하는 거겠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무슨?”
갑자기 세연의 말이 사나워지자 나라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연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 말 되게 이상하잖아요.”
“뭐가 이상한데요?”
“아니 뭐든 다 지아 언니 탓이라는 거. 그거 우스운 거 아니에요? 언니가 아니었다면 우리 여기까지 못 왔어요.”
“그래요.”
나라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다른 문제를 더 일으키는 것도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알았어요.”
“뭐가 알았는데요?”
“무슨 일이에요?”
윤한이 놀라서 다가오자 세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세연 씨 무슨 일이에요.”
“아니 나라 씨가. 마치 이렇게 된 모든 것이 전부 다 지아 언니 탓인 것처럼. 그렇게 말을 하잖아요.”
“내가 언제 그랬어요?”
“지금 그랬잖아요.”
“그랬어요?”
“아니요.”
윤한까지 묻자 나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냥 내 생각에 대해서 말한 거예요. 그리고 강지아 씨 덕분에 우리가 여기에 온 거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말을 왜 그렇게 하는 건데요? 마치 언니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생긴 것처럼 말했잖아요.”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없어요. 그거 지금 맹세연 씨가 잘못 들은 거예요. 나는 그저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거라고요. 이 섬에 아무 것도 없는 거. 그것에 대해서 강지아 씨가 당황할까봐.”
“그게 언니 탓이라는 거잖아요.”
“뭐라고요?”
나라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더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됐어요. 그만 두죠.”
“뭘 그만 둬요.”
돌아서려는 나라를 세연이 붙잡았다. 나라는 곧바로 미간을 모은 채로 세연을 가만히 응시했다.
“뭐 하는 거에요?”
“뭐 하는 거 같은데요?”
“맹세연 씨. 이거 놔요.”
“싫어요.”
나라는 다소 거칠게 세연의 손을 밀어냈다. 세연은 손목을 만지며 나라를 노려봤고 윤한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뭐 하는 거예요?”
“뭐가요?”
“둘 다 그만 둬요.”
윤한은 세연을 안아서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나라는 멀어지는 두 사람을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
나라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윤한의 물음에 세연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지금 잘못했다는 거예요?”
“그런 면에 있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윤한의 대답에 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키었다. 윤한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이상하네. 그 상황에서 내 편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윤한 씨도 지아 언니 알잖아요.”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왜 화를 내요?”
“내가 언제 화를 내요?”
세연의 말에 윤한은 혀로 입술을 적셨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연 씨 제발 그러지 마요.”
“뭘 그러지 마요.”
“그만 두죠.”
윤한이 그대로 돌아서려고 하자 세연은 그의 등을 세게 때렸다. 윤한은 한숨을 토해내고 돌아섰다.
“왜 그래요?”
“그냥 그렇게 돌아서는 거예요?”
“그럼 뭘 하자는 건데요?”
“대화를 제대로 나눠야 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다가 가는 게 어디에 있어요? 그렇게 하면 될 이야기도 제대로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마치 지금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말하잖아요.”
“그럼 지금 맹세연 씨가 잘한 겁니까?”
윤한의 물음에 세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세연 씨도 잘한 거 없잖아요.”
윤한의 태도에 세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윤한이 이럴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너무하네.”
“내가 뭐가 너무해요?”
“아까 그 여자 봤잖아요.”
“나라 씨가 뭐요.”
“나라 씨?”
윤한이 나라의 성을 붙이지 않고 말하자 세연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세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상황에서도 그 여자 편을 들어야 하는 거예요? 그거 너무하잖아. 연인은 당신과 나 아니에요?”
“아무리 우리 두 사람이 사귄다고 하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있어야 하는 거죠. 아닌 것을 그냥 맞은 거라고 우기면서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연 씨가 잘못한 거예요.”
“뭘 잘못해요?”
“아까 나라 씨가 한 이야기 그런 뜻 아니잖아요. 지아 누나 무시하고 그런 거 아니었잖아요.”
세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뭐라고 답을 하고 싶었지만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좋아요.”
“뭐가 좋아요.”
“더 이상 윤한 씨는 아닌 거 같아.”
“뭐라고요?”
“여기에서 헤어진다고 안 보는 건 무리겠지만 아무튼 싫어요. 나 이제 윤한 씨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아.”
“그게 무슨.”
윤한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갑작스러운 세연의 통보에 윤한은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로 혀로 입술을 축였다.
“더 이상 그러지 마요. 그런 말 갑자기 감정적으로 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세연 씨 그러지 마요.”
“아니요. 윤한 씨는 이 상황에서도 내가 우선이 아니잖아요. 연인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거 같아요.”
“내가 모른다고요?”
윤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세연을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요. 아까 내가 조금 심했을 수도 있어. 그래도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잖아요.”
“뭐가 그런 거예요? 나는 내가 틀렸을 때 세연 씨도 제대로 말해주기 바라요. 억지로 좋은 말을 해주지 않기를 원한다고요. 그런데 지금 세연 씨는 내가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까? 그런 거예요?”
“네. 그래요.”
세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연인이니까.”
“아니요.”
세연의 대답에 윤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연인 아니에요.”
“그럼요?”
“그런 식으로 무조건 옳다고 해주는 거. 그게 무슨 연인이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라고요.”
“그래서 윤한 씨는 지금 윤한 씨가 옳다는 거잖아요. 그 생각. 전혀 바꾸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그건.”
윤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세연의 미소에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세연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한 씨를 뭐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지금 이것도 내가 남자 사귄 거 가장 오랜 시간이야.”
“세연 씨.”
“됐어요.”
윤한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지만 세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윤한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뭐가요?”
“이상하잖아요.”
“나는 윤한 씨가 이상해.”
세연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이런 섬에서 만난 인연이 뭐 얼마나 더 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에요?”
“뭐라고요?”
“됐다고요. 다 그만 둬요!”
세연은 이렇게 외쳤다. 윤한은 잠시 그런 세연을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고 돌아섰다. 세연은 더 이상 그런 윤한을 잡지 않았다.
“우리 이제 그만 하지 않을래요?”
영부인의 여유로운 물음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
영부인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상할 거 없잖아요?”
“이상한데.”
“그런가?”
대통령의 대답에 영부인은 낮게 웃었다.
“아무튼 뭐 이제 와서 우리가 더 싸울 것도 이상한 것 같고. 이제 그만 두지 그래요? 나는 재희만 지키면 돼.”
“재희?”
대통령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 아이가 자기 뜻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거라면 나는 반대야. 나는 그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엄마와 딸이 원수라니.”
영부인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말이 돼요?”
“부부가 원수인건?”
“우리가 원수인가?”
영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에게 다가왔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우리는 그저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이지. 안 그래?”
“아.”
대통령은 잠시 멈추다 품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영부인에 건넸다. 영부인은 미간을 모은 채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죠?”
“이혼 서류.”
“뭐라고요?”
“이혼 합시다.”
대통령의 말에 영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물끄러미 대통령을 응시했다. 그리고 서류를 꺼내 확인하더니 그대로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그대로 서류를 찢었지만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새 서류를 영부인에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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