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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아가씨, 아주 단 사탕

권정선재 2016. 6. 2. 09:30

[맛있는 영화] 아가씨, 아주 단 사탕

 

Good - [핑거스미스]를 잘 본 사람. ‘박찬욱의 팬

Bad 어색한 커플. 어색한 동성 친구. 직장 동료. 그리고 팝콘 무비 좋아하시는 관객들 보지 마세요. 제발.

평점 - ★★★★ (8)

 

영국의 동명 영화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아가씨]박찬욱감독이기에 기대가 가는 동시에 원작이 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기도 하는, 동시에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는 달랐습니다. 원작을 보고 본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영화는 그 원작의 호흡을 고스란히 따라가지 않습니다. 여기에 그 모든 것을 적어내려가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는 적지 않겠지만, 영화는 어느 한 지점부터 완벽하게 틀어놓은 채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박찬욱감독 특유의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인데 한 순간 영화가 틀어지면서 [스토커]에서 보았던 그 섬세한 감정이 고스란히 다시 드러나게 됩니다. 그 아름다움, 섬세함. 그 조심스러움 같은 것들. 이 모든 것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냈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도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물론 원작을 전혀 모르고 이 영화가 그저 박찬욱감독의 영화래. 라고 오신 수많은 아주머니 관객들은 당황하시더군요. 11시에 이렇게 많은 관객이 들어간 것도 참 신기하지만, 그 아주머니들이 영화가 뭔지 모르고 언다는 게 더 신기했습니다. 미리 기대? 같은 것을 하고 영화를 아신다면 더욱 아름답게 보실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성의 시선으로 쓰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이 [아가씨]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부분이었습니다. 요즘 들어서 더욱 여성이 나오는 영화가 없는 것 같은데 [아가씨]는 그 중에서도 여성이 돋보이며 전면에 나서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시선의 영화였습니다. 그 아름다움, 그리고 섬세한 것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죠. 여기에 감성 묘사 같은 것도 부담스럽지 않게 진행이 되면서 영화는 더욱 아름답고 반짝거리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갇힌 공간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펼치는 데도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박찬욱이 들려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인데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있다니. 물론 기존 영화의 러닝타임보다 길다 보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영화는 1장과 2. 그리고 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장부터가 원작하고 완전히 다른 지점으로 가는 부분입니다. 미리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 같은 경우에는 바로 여기에서 다소 혼란을 느끼시기도 하더라고요. 뭐야? 지금? 이런 기분. 살짝 느린 이야기의 끝에 이런 반전이 더해지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2장이 시작이 되고 이야기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힘을 얻고 다시 한 번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김민희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이모부와 결혼할 처지에 있는 히데코를 연기했습니다. [화차]에서부터 연기를 참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그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넘어설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서 더욱 놀랐습니다. 아름다우면서도 고혹적인 존재. 유혹을 해야 하고 사기를 쳐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절대로 깨져서는 안 되는 보물 같은 어떤 존재를 연기했는데 정말 김민희가 아니고서 누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하더군요.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을 할 수가 있는 건지. 그리 많은 대사가 있지도 않고, 하녀 숙희에 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많지도 않지만 그 한정된 분량 안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아우라를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한국 제목의 [아가씨]처럼 영화는 모두 김민희가 연기한 아가씨를 위해서만 달려갑니다. 그녀를 중심에 둔 채로 여러 이야기가 동시에 벌어지는데, 반전 이후에서도 사실 아가씨는 그렇게 전면에 등장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모든 그림에 다 존재하면서, 반대로 그 어떤 그림에도 중심에 등장하지 않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향해서 나아가기까지의 걸음이 꽤나 어려우면서도 당차 보이기도 합니다. 섬세한 감정의 변화와 떨림 같은 것을 김민희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김태리아가씨를 설득해야만 하는 하녀 숙희를 연기했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심은경남보라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는데, 순수하면서도 되바라지기도 한 역할이었습니다. [핑거스미스]에서는 이 역할이 맡는 캐릭터가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이해하기가 쉬운데, 이번에는 그런 식으로 풀어내지 않아서 그녀의 행동에 있어서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슬픈 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울거나 흔들리지 않는 그녀에게 왜? 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일단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아가씨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서 대저택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버리고, 그녀를 위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핑거스미스]에서는 완벽한 하녀였던 캐릭터가, [아가씨]에서는 가끔 실수도 하고, 관객의 눈에도 어설프게 보일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순간들이 숙희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섬세하면서도 돋보이는, 그리고 소녀처럼 귀여운 순간들이 모두 [아가씨]를 반짝이게 하는 거죠. 마치 [은교]에서 은교처럼 순진한 어떤 지점이 나타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핑거스미스]에서처럼 되바라지기만 한 소녀가 아니기에 더욱 안타깝고 사랑스러운 역할이었습니다.

 

하정우백작신사사기꾼 역을 연기했는데 꽤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하정우라는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장난기나 여유로움 같은 것이 묻어나는데, 약간 느린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훅 들어오는 어떤 지점이 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아가씨]의 경우 완벽하게 스토리를 여성들이 이끌어가면서 [핑거스미스]에서보다 비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매력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소화합니다. 특히나 그가 복숭아를 먹는 그 순간은 관객 모두가 탄성을 내지를 정도로, ‘하정우개인의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서 소비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때로는 장난기가 가득한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그리고 1장과 2, 3장에서의 캐릭터가 모두 변하는 특이한 캐릭터였습니다. 오직 하정우이기에 이 모든 캐릭터의 변화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조진웅이 연기한 삼촌은 굉장히 악랄하지만 그 정체를 쉽게 알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핑거스미스]에서도 그랬지만 이 영화에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습니다. 분노하는 순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한정된 장면 안에서도 이 역할을 꽤나 밉상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그 뱀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 것은 모두 조진웅의 연기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거꾸로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 일본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 등에서 자신을 너무 쉽게 드러내기도 하는 이중적인 역할이었습니다. 여성 위에 군림하고자 하나 더 강한 남성들에게는 비굴할 정도로 숙이는 더러울 정도로 역겨운 캐릭터를 조진웅은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개인적으로는 [핑거스미스]에 비해서 조금 더 여성이 적극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라서 좋았습니다. 물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극히 남성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감독 자체가 남성이기에 굳이 그렇게까지 그렸어야 했을까? 싶은 성행위 장면 등에 있어서는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그렇게 어려운 영화가 아니라는 것, 3장을 제외하고는 보기 거북한 장면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등은 [아가씨]를 굉장히 편한 영화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반전을 알고 봐도 꽤 괜찮은 영화였고, 후반으로 가면 그 반전이 확 틀어지는 부분도 좋았으니까요. 다만 그 감정을 쌓아가는 부분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다룰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서로에 대해서 어떤 감정을 쌓아가는 순간이 더 있었다면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납득이 가는 것이 더 쉬웠을 텐데 말이죠. 뭔가 첫눈에 반한 그런 사람들의 느낌이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김민희김태리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 짧지만 압도적이었던 문소리의 연기까지. 여성이 스크린을 장식하는 영화가 많지 않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더욱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다만 흔히 말하는 상업 영화의 재미랑은 다소 다르니, 팝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은 보지 마세요. 제발.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아가씨의 이를 갈아주는 숙희

반전의 순간 히데코의 두 번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