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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호수의 이방인, 쓴 약을 씹었다.

권정선재 2016. 6. 4. 23:25

[맛있는 영화] 호수의 이방인, 쓴 약을 씹었다.

 

Good 진지한 감정 변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게이 꺼져.

평점 - ★★★☆ (7)

 

동성애자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호수의 이방인]은 그들의 낯선 방식,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 등을 다룬 영화입니다. 사실 그 동안 볼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감독이 칸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볼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는데 사실 한 번에 보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을 했던 것보다 수위가 너무 높아서 놀랐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표현을 해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문란한 동성애자들의 삶의 방식 가튼 것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들이 쉬운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이고, 임신 같은 부담은 없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그렇게 자유롭게 관계를 맺을 수가 있는 걸까요? 물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들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잖아요. 영화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것은 묘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서로 호감을 갖고, 거기에서 살해가 벌어지는 상황 등 말이죠.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누고 다시 또 낯설어지는 그 안에서 주인공은 관계를 맺어갑니다.



 

 

  

  

 

기본적으로 수위가 아주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영화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삼기는 하지만 영화는 게이들의 삶의 방식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영화는 동성애자들을 그리기는 하지만 단순히 동성애자들만이 아니라 현대인을 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SNS라는 것 등을 통해서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결국 호수에 모여서 서로를 탐색하면서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낯선 존재들인 동시에 우리와 닮은 존재들인 거죠. 물론 우리가 사람들을 만날 때 단순히 성관계를 하려고 만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우리에게 삶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한 건의 살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는 이 영화를 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일 겁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숨기지 않습니다. 살인을 하는 것도 그대로 보여주고,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덤덤하게 그것을 보게 할 따름이죠. 그 안에서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할지 못합니다. 다만 호수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그것을 바라본 주인공의 감정도 천천히 변해갑니다.

 

사람의 섬세한 감정을 묘사한 [호수의 이방인]은 그 이방인이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순간까지를 포착하게 됩니다. 그저 지나가기만 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들. 그저 한 순간의 유희만을 생각을 하던 주인공은 그 유희를 넘어서는 어떤 사건. 그리고 자신이 그곳에서 관계를 맺던, 육체적인 게 아니라 정말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라고 느끼던 누군가. 유대감을 느끼던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 흔들리기까지. 영화는 이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거기에 동성애적 장면 등은 그냥 부수적인 것으로 그려집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이거 보라고 게이들이란 이런 존재들이라고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그런 것을 말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섬세한 변화 같은 것을 따라가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안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서 묻는 영화. 그 묵직함 같은 것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영화입니다. 물론 보고 나서도 그리 마음이 편한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관객이 바라는 그 어떤 지점으로 쉬이 나아가지는 않으니 말이죠. 낯선 누군가와의 관계. 그리고 유대에 대한 어두우면서도 서러운 영화 [호수의 이방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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