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맛있는 영화

[맛있는 영화] 메종 드 히미코, 행복은 어디에?

권정선재 2016. 6. 14. 19:01

[맛있는 영화] 메종 드 히미코, 행복은 어디에?

 

Good 잔잔한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게이 더러워.

평점 - ★★★★ (8)

 

오다기리 조가 나온 [메종 드 히미코]는 게이들의 실버타운을 그리는 영화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게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늙은 게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할 틈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동성애자가 소재로 나오는 영화도 잘 나오지 않으니 말이죠. 지난해 [야간비행], 그리고 올해 [아가씨] 정도가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동성애자들의 쉼터를 그리는 [메종 드 히미코]는 게이의 삶, 그리고 노인의 삶을 동시에 다루고자 하는 영화입니다. 그 누구도 돌봐주지 않는, 쓸쓸한 노년의 게이들. 그러면서도 가족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 가족이라는 것. 자신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많은 것을 말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면서 우리들이 어떤 모습을 생가을 해야 하는 것인지. 또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쓸쓸함이 전반적으로 묻어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행복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신을 떠난 게이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유산이라는 이야기에 메종 드 히미코에 온 여성이 전면에 나오는데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들이 멀어진 이유는 자신의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죠. 비록 딸의 입장에서 이런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테지만, 그들은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갑니다. 사실 [메종 드 히미코]를 보다보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결국 아버지라는 존재의 이기심 탓에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이니 말이죠. 물론 단순히 그를 욕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그는 그저 더 행복해지고 싶은 것이 전부였거든요. 자신을 억누르면서 가족들까지 힘들게 하는 것 보다는 이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 딸에게 그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겠죠.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사라진 소녀가 느끼기에 그 모든 공허함이나 실망 같은 것은 꽤나 큰 것일 겁니다. 아무리 아버지가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떠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자신에게 너무 아픈 상처가 될 수 있는 거겠죠. 그렇게 홀로 모든 것을 다 감내하면서 돈만 있으면 되는 소녀로 자라온 소녀가 다시 자신의 아버지를 조우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상처 같은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종 드 히미코]는 그 모든 상처를 치유하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시바사키 코우가 연기한 사오리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증오한 채로 오랜 시간 살아온 소녀입니다. 사실 직장까지 다닐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그녀는 그저 소녀의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앞을 보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데 그녀에게 그런 여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요. 딱히 하고 싶은 것이 보이지도 않고, 그녀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것이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결국 당장 돈을 벌어서 빚을 갚는 것이 우선이고,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것이 우선이죠. 그러다 우연히 하루히코가 찾아와서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 매주 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밀어내기만 하고 거기에 있는 늙은 게이들을 혐오했지만 그녀는 천천히 그들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도 결국 그저 행복하고 싶었던 사람들이었던 거라고. 그들도 뭔가를 할 수 없기에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누른 채로 거기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아버지 역시 조금씩 이해하고, 사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머니와 그렇게 사이가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를 천천히 배워가면서 사오리는 진짜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오다기리 죠하루히코를 연기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남자입니다. 오다기리 죠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모두 다 쏟아부은 것처럼 사랑스러움을 연기하는 역할인데요. 처음에는 여유로움 같은 것을 가진 채로 사오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능글맞은 캐릭터라고 생각을 했지만, 영화가 진행이 되다 보면 결국 진짜 사랑을 믿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랑을 하면서도 그것에 대해서 전혀 부끄러움 같은 것을 갖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만든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사실 게이 역할로 나오기에 거부감이 갈 수도 있는데 오다기리 조이기에 그 선택이 이해가 되고 그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 모든 순간의 감정을 한 순간 터뜨립니다. 자신의 힘이 너무 작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동안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에게 그 모든 은혜를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가 느끼는 슬픔. 그것이 꽤나 진지하게 그려집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현자처럼 행동하면서도 또 여린 존재를 섬세하게 연기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불편하지 않고 애틋하게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늙은 게이를 사랑한 젊은 게이와 젊은 게이를 사랑한 늙은 게이의 딸에 관한 이야기는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꽤나 잔잔하게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그리 자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성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그려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 노출 수위도 짙지 않고 그들의 감정 선을 고스란히 따라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리 폭력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사랑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같은 것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영화였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독특한 존재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적당한 유머 코드도 있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느낌입니다. 결국 가족을 사랑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바라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그들도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도 어쩌면 누군가의 눈에는 특이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 등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굉장히 잔잔하고 아름다운 영화. 보통 영화를 보면 결말이 어떤 식으로 날까 궁금해지는데 [메종 드 히미코] 같은 경우에는 결론 같은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잔잔한 아름다움을 지닌 영화 [메종 드 히미코]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