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수다] 퇴마록, 진짜 영화를 만나다.
[영화와 수다] 퇴마록, 진짜 영화를 만나다.
원작 [퇴마록]을 보지 않았지만 워낙 평이 좋아 기대되었던 [퇴마록]은 간만에 만난 영화 같은 영화다. 꽤나 긴 호흡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인지라 풀어나가야 할 것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세세하게 그 모든 것을 풀어내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한 편으로 방대한 세계관을 풀어야 하다 보니 축약되는 부분도 꽤나 많고 세계관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면 살짝 혼란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소하기 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고 미친 속도감으로 달려가며 아쉬움을 기대감으로 바꿔낸다. 기본적으로 오컬트 장르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소재인 데다가 동양과 서양의 퇴마까지 한 번에 섞이다 보니 이게 뭔가 싶으면서도 바로 푹 빠지게 만든다. 특히나 최근 [검은 수녀들]이 구마에 대한 갈증을 모두 달래주지 못한 만큼 이 영화 행복하다.
앞으로 풀어나갈 것이 더 많아 보이는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모든 인물들이 이토록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완벽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도 탁월하다. 명확한 선과 악을 묘사함으로써 관객의 입장에서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미연에 방지한다. 관객은 영화에 올라타서 주인공과 같이 휘말리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 분명히 단점이 많지만 영화는 자신이 가진 미친 장점으로 이 모든 것을 커버한다.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구조 역시 호랑이 등에 올라 달리 듯 그냥 넘어가는데 이 미친 속도감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동시에 신부 ‘박윤규’가 이전 동료였던 ‘장호법’과 동료가 되어 ‘준후’를 구하는 이야기와 동생의 복수를 하는 ‘이현암’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는데 짜릿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무기 삼아 신과 악마, 술법 등을 다양하게 보여주는데 눈이 즐거운 영화다. 요즘 영화관에 가면서 돈 값 못하는 영화를 참 많이 보는데 적어도 [퇴마록]은 볼거리 하나만으로 봤을 때는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다소 어두운 화면이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이게 부족한 실력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불교와 밀교, 천주교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교가 등장하며 각 종교 별로 다른 능력을 보이기에 이걸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특히나 색을 통해서 그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천주교는 녹색으로 복수에 기인한 힘은 붉은 색이고, 선교를 더하면 파란색으로 변한다. 여기에 불법은 금빛인데 이 다채로운 색만 보더라도 영화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다만 제목에서처럼 악을 퇴치하는 영화이니 만큼 생각보다 무서웠기에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어른이 보기에는 그리 놀랍지 않은 장면들이지만 중간에 뭔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 그리고 깜짝 놀라게 만드는 분위기 등은 실사 영화 못지 않으니 해당 부분에서 깜짝 놀라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잘 묘사했는지. 특히나 이 영화 극장에서 보기에 더욱 좋은 영화다. 음향도 좋을뿐더러 효과도 좋은 영화라, 개인적으로 2D 일반 포맷으로 봤었는데 바로 스크린 X를 끊었다. 모든 점에 있어서 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객이 극장에 가는 경험이 어떤 건지 제대로 증명한 영화이기에 이 영화 꼭 봤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마음으로 나머지 시리즈도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이 마음은 영화를 본 모든 관객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퇴마록] 쿠키는 한 개다. 다만 '몬스터 엑스' 노래가 좋으니 끝까지 있는 것도 추천한다.
영화 보는 권정선재 https://poongd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