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여는 이야기
“흐음.”
민정은 인천에 내리자마자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랜만의 한국, 한국의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헤헤, 역시 한국이 좋네.”
민정이 씩 미소를 지었다. 한국, 오랜만에 오는 한국이었다. 민용과 그렇게 헤어지고, 윤호에게 그런 감정이 생긴 이후 잊고만 싶었다. 괜히 다른 사이 좋은 관계를 끊어 놓고 싶지는 않았다. 1년이 조금 넘은 시간,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민정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얘, 준이 애미야.”
“네, 어머니.”
작곡을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신지가 연필을 내려 놓는다.
“무슨 일이세요?”
“나 지금 좀 나가서 친구들 좀 만나려고 하니까 네가 준이 좀 봐라.”
“아, 네.”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준아, 엄마에게 와 봐.”
“엄마.”
신지는 미소를 지으며 준을 안아 들었다.
“어머니 그러면 언제쯤 돌아오세요? 제가 저녁을 해 놓아야 할까요?”
“아니야.”
문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녁 안 해놔도 돼. 많이 늦을 거야. 너도 힘이 들면서 무슨 밥을 하려고 그러니?”
“하지만 아버님 계시잖아요. 아버님께서는 밥 없으시면 화 많이 내시는데 정말 안 해도 괜찮을 까요?”
“그래.”
문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조금 있다가 집에 들어오면서 그 양반도 좋아하는 족발 좀 사들고 올 테니까 그거 자시게 하면 돼지. 너 안 그래도 준이 동생 가져서 몸도 무거운데 괜히 힘든 일 하지 말어. 알았지?”
“네.”
문희가 한 없이 따뜻한 눈으로 신지를 바라보면서 신발을 신었다.
“괜히 또 저번처럼 뭐 한다고 설쳐서, 배 아프다고 구르지 말고. 저번에 나 정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알겠습니다.”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 다녀오마.”
“네, 다녀오세요!”
문희가 문을 닫고 나서자 신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도 지우고 싶었다. 준이의 동생을 하지만 지울 수가 없었다. 그녀가 일을 위해서 준이의 동생을 지운다고 했을 때 집안 식구들이 보여주었던 반응을 생각하면 신지는 너무나도 두려웠다. 어떻게 산 생명을 죽이냐고 너무나도 많은 말들을 들었었다.
“엄마.”
“응?”
준이가 바짓가랑이를 당기자 신지는 자신만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왜?”
“준이 배 고파요.”
“우리 준이 배 고파?”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준이를 바라봤다.
“잠시만 기다려,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네.”
준이가 미소를 지으며 소파로 달려갔다. 신지는 그런 준이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부엌으로 향했다.
“우리 준이 오늘은 뭘 해줄까나?”
그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순간.
‘Rrrrr Rrrrr’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신지가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서 귀에 가져갔다.
“신지야.”
“!”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민정의 목소리였다.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소중한 친구.
“민정아!”
신지는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
“어쩐 일이야? 미국은 지금 전화할 시간 아닐 텐데.”
“나 한국이야.”
“한국?”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 언제 들어왔어? 나에게 아무 말도 없었잖아.”
“그냥.”
신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지금 어디야? 내가 바로 나갈게.”
“아니야.”
“응?”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 못 봐?”
“아니.”
민정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내가 너희 집에 맛있는 거 사가지고 갈게.”
“그래.”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기다릴게.”
“응.”
신지는 전화를 끊으며 미소를 지었다. 소중한 친구 민정이라,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모두 얽혀 있는 사이였지만 그래도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했던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
“엄마. 간식 안 주세요?”
“아, 그래 줘.”
준이가 재촉을 하자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냈다.
“준아, 엄마가 오늘 특별한 거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오늘 엄마 친구가 온다고 해서 엄마 화장 좀 해야 하거든. 그러니까 오늘은 엄마가 준이에게 특별한 거 못 만들어줄 거 같은데, 그냥 이 케이크만 먹어도 될까?”
“네.”
준이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그러면 먹고 있어.”
“네.”
준이가 케이크를 먹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짓고 신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하아, 뭘 좋아할까?”
베어커리 숍에 들어선 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들을 바라봤다. 갖가지 색을 지닌 맛있는 케이크들이 민정을 유혹했다. 민정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케이크들을 한참이나 들여다봤다.
“케이크를 고르는데 좀 도와드릴까요?”
“네.”
민정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들다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유, 윤호야!”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윤호가 씩 미소를 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유, 윤호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왜 있긴요?”
윤호가 서글서글한 눈웃음을 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저 빵 만들거든요.”
“빵?”
“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대학교 안 다녀?”
“히히.”
윤호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냥 갑자기 빵 굽는 게 너무나도 하고 싶어서요. 이렇게 빵을 굽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외국에 계신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작은 엄마도 선생님하고 연락이 전혀 안 된다고 하시던데요?”
“연락 했는데?”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자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됐어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래.”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케이크 보실려고요?”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윤호를 바라봤다.
“어디에 가져가실 케이크인데요?”
“신지.”
“작은 엄마요?”
“응.”
윤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민정은 전혀 그런 것을 눈치재지 못했다.
“그러면 잠시 기다리실래요?”
“어?”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윤호를 바라봤다.
“저도 어차피 집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저 조금 있으면 퇴근하는데, 선생님 좀 기다려주세요.”
“그래.”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신지, 너 왜 이렇게 꽃 단장이야? 어디 가?”
“아, 오빠.”
민용이 방으로 들어서면서 화장을 하는 신지를 향해 비꼬지만 신지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늘 민정이가 온대.”
“서 선생?”
“응.”
민용의 얼굴이 굳자, 신지 역시 얼굴이 굳었다.
“오빠, 설마.”
“아니야.”
민용이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예쁜 마누라가 있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겠어?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말아.”
“누가 이상한 생각을 한다고 그래?”
신지는 미소를 짓지만 그 미소가 영 떨떠름하다.
“그나저나 오빠가 준이 좀 봐줄 수 있어?”
“준이?”
“민정이 오면 데리고 나가야지. 집에 있을 수 없잖아. 아버님도 계시고, 어머니도 계신데 말이야.”
“왜? 있으면 뭐가 어때서? 민호 자식도 서 선생 보면 무지하게 좋아할 텐데, 그냥 집에서 보지.”
“윤호 있잖아.”
신지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보면 또 방황할 거야.”
“방황은.”
민용에 침대에 걸터 앉는다.
“너 아직도 걔가 철 없는 고등학생이라고 생각 해? 서 선생 가고 나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그런 거 보면 모르겠어?”
“오빠.”
신지의 얼굴이 밝지 못하다.
“나는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든다? 사실 오늘 민정이에게 전화 왔을 때 너무나도 무서웠었어.”
“뭐가 무서워?”
“그냥.”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좀 그렇네.”
“그런 생각 하지를 말아.”
민용이 신지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
“나 더 이상 서 선생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어. 괜히 네가 이상한 생각하고 그러는 거야. 네가 괜히 그러니까 내가 미안해지잖아. 나 이제 서 선생 싹 지웠어. 너랑 이렇게 잘 사는데 무슨 말이야.”
“그러게.”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겠지?”
“그럼.”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겠지?”
신지의 마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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