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열한 번째 이야기
“작은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삼촌은 어린 애가 아니잖아요. 곧 돌아올 거예요.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면서 말이에요.”
“그럴까?”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내 생각에는 지금 민용 오빠의 그 말 진심으로 한 말 같아. 다시는 돌이키지 않을 마음으로 한 말 말이야.”
“동서. 그런 말 하지 말아.”
해미가 신지의 손을 잡았다.
“서방님이 말은 까칠하게 하셔도 그럴 분이 아니잖아. 그 누구보다 동서를 사랑하고 있다고.”
“맞아. 신지야.”
민정이 반대 편 손을 잡았다.
“지금은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은데, 이 선생님 그 누구보다도 너를 아끼고 있는 분이야.”
“그래. 고마워.”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고마워요.”
신지가 해미와 윤호를 바라봤다.
“으, 으앙! 엄마!”
“주, 준아!”
신지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서 어서 가 봐. 준이가 자다가 일어나서 동서가 없어서 많이 놀랐나 보네. 어서 가서 달래 줘.”
“네.”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신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응?”
그리고 신지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윤호를 향해 몸을 돌리는 해미다.
“세 사람 삼각관계였니?”
“아, 네.”
윤호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해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삼촌과 조카 사이에 삼각 관계라니.”
“정말 죄송합니다.”
민정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게 모두 다 제 탓이에요. 제가 이렇게,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머님.”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 죄가 뭐가 있겠어요? 다 서방님과 윤호 때문일 텐데 말이에요.”
“맞아. 엄마.”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집을 나가겠다고?”
“응.”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집에 있어봤자, 삼촌과 자꾸 부딪히면서 일만 만들 거 같아. 그렇게 되면 할머니랑 할아버지 마음도 그리 편하지 않으실 거 같고, 준이도 많이 놀랄 것 같고 말이야. 아빠가 아는 것도 싫어.”
“그래.”
해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윤호 아기인줄 알았는데 다 컸네?”
“그럼.”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에 다 컸다고요.”
“풋.”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도 나가겠습니다.”
“아니에요.”
민정이 나간다는 말을 하자 해미가 황급히 민정을 붙잡았다.
“하지만, 제가 있어서.”
“노.”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동서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을 해요? 서방님? 저? 어머니? 아버지? 으으음, 아니죠.”
해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로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동서의 유일한 친구분이시잖아요. 지금은 동서에게 반드시 필요해요.”
“차라리 자주 만나겠어요.”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히 제가 있으면서 이 선생님과 부딪힌다면 신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이 선생님도 그렇고 너무나도 불편할 거예요. 이건 우리 세 사람 뿐만 아니라 준이를 위해서도 안 좋은 일이에요.”
“후우.”
해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있는 지 모르겠는데, 꽤나 복잡한 일이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해미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그, 그게.”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형은 알고 있었어.”
“뭐?”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호는 알고 있었단 말이야?”
“응.”
윤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미가 너무나도 유쾌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어쩔 때 보면 정말 서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 난 것같이 보여도 형제간의 우애는 깊다니까.”
“킥.”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아직 짐 안 푸셨죠?”
“어.”
윤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도 지금 짐을 뺄 거거든요.”
“아, 그래.”
“엄마.”
“응?”
해미가 윤호를 돌아봤다.
“왜 불러?”
“차 좀 빌려주세요.”
“차를?”
“나도 짐 가게로 옮겨야 하고 선생님 짐도 옮겨 드려야 하잖아.”
“윤호야 선생님은 괜찮아. 짐도 없는 걸?”
“아니에요. 선생님.”
해미가 미소를 띄었다.
“윤호가 이럴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제가 차 빌려드릴 게요. 괜히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 없으시잖아요.”
“저는 괜찮은데.”
민정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해미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
“아무리 선생님이라고 해도 그렇게 답답하게 구는 건 별로라고요. 괜히 빼지 마세요. 나중에 고생하세요.”
“맞아요. 선생님.”
윤호가 씩 웃었다.
“이상한 짓 하지 않고 딱 원하시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그, 그래. 그러면.”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머리가 아파왔다.
“후우.”
이혼, 쉽게 꺼낼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민용 역시 쉽게 꺼낸 말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힘들게 고민을 하고 꺼낸 말이었다. 신지에게는 너무나도 미안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사랑이 바탕이 된 결혼은 아니었다.
‘탁’
민용은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술을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은 점점 더 맑아왔다.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다. 사람이 불편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후우.”
민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
민용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
민용이 다시금 술을 따랐다.
“신지.”
그리고 그 술을 들이켰다.
“이민용.”
그리고 잔을 테이블에 내려 놓았다.
“미치겠다.”
너무나도 엇갈린 내 사람이었다. 사실 엇갈릴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이기도 했다. 삼촌과 조카, 그리고 둘도 없는 다정한 고등학교 동창 사이. 정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사이였다.
“후우.”
민용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나 때문인 걸까?’
민용은 머리를 헝클어 뜨렸다. 모든 걸 다 자신이 망가뜨린 것 같았다. 다시 겨우 얻은 평화로운 가정을 마치 자신의 두 손으로 부숴버린 것 같았다. 그 순간에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지만, 그랬지만 적어도 그렇게 행동을 해서는 안 되었던 것 같았다.
“제길.”
민용은 다시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무언가 찌르르한 것이 몸 속을 타고 흐르자, 조금은 슬픔이 중화되는 기분이었다.
“신지야.”
자신이 가장 사랑했고 사랑했던 사람. 하지만 지금 더 이상 그 사랑이 남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의무? 그런 것.
“후우.”
꽤나 오래 전에 끊었던 담배 생각이 절실했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민용이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너무나도 지끈 거렸다. 자신이 풀 수 없는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제길. 제길. 제길. 제길.”
민용이 연신 욕을 중얼거렸다.
“후우.”
하지만 민용의 가슴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면 내뱉을수록 그 욕들이 가슴 속에 쌓이는 느낌이었다.
“신지야.”
민용의 눈에 차분히 눈물이 차올랐다.
“흐읍.”
눈물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 내렸다.
“쪽 팔리게.”
민용이 눈물을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하아.”
이렇게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미쳤지.”
하지만 모두 망쳐졌다.
“후우.”
민용은 다시 술을 들이켰다.
“제길, 바보 같은 이민용.”
그리고 술을 다시 따르려고 하는데 술병이 비었다.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손님 그만 드세요.”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민용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민용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에 엎어졌다.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 슈주, 중국콘서트서 키스 퍼포먼스ㄷㄷ ★ (0) | 2009.01.22 |
---|---|
[스크랩] 꽃남들의 화려한 외출..^^ (0) | 2009.01.22 |
[스크랩] 보이냐~!! 이게 내 마음이야 ㅋㅋㅋ (0) | 2009.01.21 |
[스크랩] 꽃보다남자 f4 구준표!!!멋있다 (0) | 2009.01.21 |
[스크랩] ★ㅄ윤지후던 구준표던 (0) | 2009.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