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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3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24. 19:44

 

 

 

추억에 살다.

 

 

Season 3

 

네 번째 이야기

 

 

 

오빠는, 오빠는 아직도 나 신지가 그저 오빠의 마누라였던 그 신지로만 보이고, 그러는 거야?

 

왜 화를 내?

 

민용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후우.

 

신지가 심호흡을 했다.

 

화 낸 거 아니야.

 

신지야.

 

오빠.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오빠 지금 너무나도 바보 같다는 거 알고는 있니?

 

“…….

 

너무나도 한심해.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 같은 사람을 사랑했다는 게 부끄러울 것 같아.

 

신지 너!

 

듣기 싫어?

 

신지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그만 좀 해.

 

?

 

그런 바보 같은 것들 말이야.

 

신지가 민용의 눈을 바라봤다.

 

나 오빠가 이러는 거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아.

 

나도 이해가 가지 않아.

 

민용이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게 참 많이 변하게 하더라.

 

사랑?

 

신지가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 앞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니?

 

?

 

후우.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리, 아무리 우리 두 사람 이혼을 했고 더 이상 오빠가 내게 아무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사랑을 한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정말, 정말 너무 하다.

 

, 그런 게 아니라.

 

민용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저, 그저 말 했던 거야.

 

됐어.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나 형님이 부탁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오빠 들어오게 한 거야.

 

“…….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무리 준이의 아버지가 지금 우리 둘째의 아버지지만, 그래도, 그래도 절대로 오빠의 얼굴 보지 않으려고 했었어. 너무나도 잔인한 사람이니까, 너무나도 냉정한 사람이니까.

 

, 내가 뭘?

 

모르는 구나?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 그래.

 

, 나는 아니야.

 

맞아.

 

신지는 민용을 다부지게 바라봤다.

 

오빠 맞아. 내가, 내가 가장 잘 알아. 아무리 오빠는 나를 여자로 보지 않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 오빠랑 한 침대에서 한 이불 덮고 정까지 줬던 여자야.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하아.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나도 모르는 걸?

 

.

 

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도, 내가 모르고 있는 나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잖아. 안 그래?

 

, 그래.

 

민용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아.

 

나도 마찬 가지야.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오빠는 그런 게 있어.

 

후우.

 

민용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모르겠어.

 

무책임 하잖아.

 

신지가 원망스러운 듯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오빠가 모를 수가 있어?

 

미안해.

 

민용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 이런 놈인 가 봐.

 

하아.

 

신지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뭐가 되니?

 

?

 

내 사랑 뭐가 되냐고.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나 오빠 사랑했어. 사랑했는데.

 

신지야.

 

하아.

 

신지가 애써 울음을 삼켰다.

 

나 그렇게 착한 사람 못 돼.

 

“…….

 

하지만 나 그렇게, 정말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 나오는 그렇게 나쁘고 못 된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

 

무슨 의미야?

 

오빠가, 오빠가 민정이가 정말로 좋다고 하면, 민정이 사랑한다고 해도 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신지가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그러지 마.

 

신지야.

 

제발.

 

신지의 표정은 간절했다.

 

나 죽을 지도 몰라.

 

!

 

정말.

 

신지가 고개를 떨구었다.

 

솔직히 나도 지금 내가 웃긴 거 알아.

 

“…….

 

오빠가, 오빠가 어떤 사랑을 하든지, 이미 나는 더 이상 관여할 수도 관여할 필요도 없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지금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럽고 미워. 오빠라는 사람 없이 한 번 잘 살아 보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든 건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정말 모르겠어.

 

신지야.

 

정말, 정말 모르겠어.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나 혼자서 다짐했었어. 다시 오빠가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이민용이라는 사람이 나타나도 마음 주지 말자.

 

!

 

흔들리지 말자.

 

신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 신지야.

 

미안해.

 

신지는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정말, 정말 오빠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어쩔 수 없어. 나라는 여자는 아무리 오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도, 아무리 오빠라는 사람의 마음을 벗어나고 싶어도, 결국은, 결국에는 오빠의 여자여야만 하나 봐.

 

, 미안해.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네가 그래도,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너를 사랑할 수는 없어.

 

알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바보 아니야.

 

, 그런데 왜 그 말을 하는 거야?

 

그냥, 그냥 알아두라고.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나 오빠 원망 안 해.

 

!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신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나 오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 신지야.

 

진심이야.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행복하면 나 그걸로 그만이야.

 

후우.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행복한 것?

 

.

 

신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슬프잖아.

 

하아.

 

민용이 심호흡을 했다.

 

나 행복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바보인 거잖아. 어차피 행복하지도 않을 거 알고 있으면 그냥 내 품에 둬도 되었던 거였잖아.

 

그렇네?

 

그렇지?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빠의 마음에 내가 없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당분간은 그저 우리는 아이들의 아빠와 엄마로 지내자.

 

, 신지야.

 

그건 거절하지 마.

 

신지의 눈이 애절했다.

 

그 정도는 맞잖아/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부모는 맞지.

 

그렇지?

 

.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하지?

 

?

 

왜 따로 사냐고.

 

사실대로 말 할 거야.

 

!

 

준이 이제 어린 아이 아니니까.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모르고 있었니?

 

.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제는 조금 적응이 가네.

 

정말?

 

.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