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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연인 - [여덟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7. 8. 24. 22:22
 





8화. 다시 시작하다.




“다녀왔어.”


“왜 이렇게 늦었나?”

진표는 다시 원래의 진표로 돌아가 있었다.


“달래 씨랑 놀다가 왔어.”


“!”


진표가 윤호를 바라보았다.


“둘이 사귀는 거냐?”


“아니. 무슨.”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물을 따랐다.


“그냥 해장 해준다고 해서.”


“쯧쯧쯧.”


진표가 혀를 찼다.


“여자 마음도 모르냐?”


“뭘?”


“달래씨가 너를 좋아하는 가 보군.”


“아, 아니야.”


“아니긴.”


진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또 언제 만나기로 했느냐?”


“그런 거 없는데?”


“왜?”


“거기서 서민정 선생님 만났거든.”


“!”


진표의 얼굴이 굳었다.


“왜?”


“어떤 남자, 아 김남수 선생님이랑 왔더라.”


“김남수 선생님?”


진표도 기억이 났다. 민정에게 찍접대는 그 남자선생.


“왜 같이 왔대?”


“사귄다던데?”


윤호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뭐라고?”


하지만 진표는 담담하지 못한 가 보다.


“왜 네가 화를 내냐?”


“화가 안 나냐?”


진표가 맥주를 한 캔 땄다.


“어떻게 제자의 여자를 빼앗아!”


“제자의 여자는 무슨,”


윤호도 맥주를 한 캔 땄다.


“당연히 그 두 사람이 나랑 있을 때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데 무슨 상관이야.”


“넌 참 속도 좋다.”


진표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윤호가 씩 웃었다.


“그런데 말이야.”


“?”


윤호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달래 씨가 이상한 소리를 했어.”


“이상한 소리?”


“내가 뭘 알게 될 거래.”


“?”

“영화 보기로 해놓고, 그냥 갔거든. 그러면서 나에게 한 말이, 내가 선생님이 다른 남자랑 사귄다니까, 알게 될 거래. 그러면서 그냥 웃고 엘리베이터에 탔어. 그 사람 도대체 왜 그랬지?”


“아.”


진표가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어?”


윤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선생님 사귀시는 거 아니네.”


“어?”


윤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딱 보니까, 그냥 우울해서 같이 오신거구만.”


“뭐라고?”


진표는 혼자서 심취했다.


“뻔하지. 그래. 선생님이 그렇게 매정하신 분이 아니신대 말이야.”


“하, 하지만 팔짱도 꼈는 걸?”

“그러면 네가 달래 씨랑 있는데 거기서 가만히 있냐? 그러면 자기 자존심만 상하지. 안 그래?”


“그, 그런가?”


윤호는 자기도 모르게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면 말이야.”

“?”

“선생님이 나 아직도 좋아하는 거야?”


“당연하지.”


기분이 좋아하는데 조금은 착잡하다.


“왜?”


“어?”


“왜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윤호가 악을 쓴다.


“자기가 나 버린 거잖아.”


“…….”


진표는 가만히 맥주를 마셨다.


“모르겠냐?”


“응?”

“너를 위한 거잖아.”


“나를, 위한 거라고?”

윤호의 눈이 조금 떨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선생님이 처음 만날 때 그랬다며.”


“?”


윤호는 추억에 잠겼다.




“선생님. 우리 사겨요.”


“어?”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 윤호야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저 선생님이 좋아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 윤호야 농담하지마.”


“농담으로 하는 말 아니에요.”


“!”


윤호의 표정은 진지해보였다.


“서, 윤호야.”


“저 정말 선생님 좋아해요. 선생님 저 진심이에요.”


“!”


민정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선생님!”


“너 후회할꺼야.”

“네?”


다짜고짜 민정은 윤호가 후회할 거라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 대학가면 예쁜 애들 많을 거야.”


“선생님이 제일 예뻐요.”


“훗.”


민정이 낮게 웃었다.


“그거 네 착각이야.”


“!”


민정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남학생들이 여선생 좋아하잖아. 딱 그거야.”


“아니에요!”


“맞아.”


민정이 웃으면서 아이스라떼를 마셨다.


“나도 너 같은 애들 몇 명 봤어. 내 친구 중에도 있었거든. 그런데 금방 질려하더라. 그렇겠지. 나이차가 몇인데.”


민정은 고개를 저었다.


“너도 그럴 거야.”


“어떻게 알아요?”


“어?”


윤호가 민정을 똑바로 바라본다.


“저는 절대로 안 그럴 거라고요.”


“너도 모른다고!”


민정은 엄한 표정을 지었다.


“나 괜히 상처받고 싶지 않거든.”


“!”


“너 나 흔들지 마.”


민정이 조용히 말했다.


“선생님.”

“그만.”


민정은 조용히 창 밖을 내다보았다.


‘탁’


“?”


고개를 돌린 민정의 눈이 커졌다.


“윤호야!”


윤호가 무릎을 꿇었다.


“무슨짓이야!”


“선생님이 허락할테까지 이럴 거예요.”


“어리광 피우지마!”


“어리광이라고 해도 할 수 없어요.”

“!”


민정의 눈이 굳었다.


“너 후회할 거라고.”


“사귀지 않고 후회할 거라면, 사귀고 나서 후회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시간 낭비야.”


“아니에요!”


“감정 낭비라고!”


민정도 지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네 마음 접어.”


“못 접어요.”


윤호의 눈이 젖었다.


“여기가, 여기가 이렇게 선생님만 보면 쿵쾅쿵쾅 미친듯이 요동을 치는데, 어떻게 잊어요? 어떻게 잊어요!”


윤호가 자신의 왼쪽 가슴을 마구 두들겼다.


“그만해!”


“사랑한다고요!”


“그냥 지나가는 감정이야.”


“아니에요.”


민정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좋아.”


“?”


“그러면 말이야.”


“?”

“나중에 내가 찰게.”

“!”


민정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내가 질린 것 같으면 내가 찰게.”


“좋아요.”


“알았어.”


윤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사귀는 거예요?”

“그래.”


“헤헤.”


윤호가 싱긋 웃었다.


“우리 가요."


“어, 어디를?”




“커플 요금제요.”


“네, 고객님.”


“서, 윤호야.”


윤호가 이끌고 온 곳은 휴대전화 대리점이었다.


“뭐하는 거야?”


“제발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소원이에요.”


“휴.”




“헤헤.”


가게를 나오는 윤호의 표정이 너무나도 해맑다.


“그렇게 좋아?”


“네.”


윤호가 싱긋 웃었다.


“우리 이제 진짜 사귀는 거죠?”


“그래.”


윤호의 미소가 햇살처럼 빛났다.




“친구 요즘 선생님을 좀 피하지 않았는가?”


“어?”


“이벤트라고.”


“!”


윤호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선생님 네가 애인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


“!”


그럴 수도 있다.


“마, 말도 안 돼!”


“아니. 말이 된다.”


“?”


“너 매일 네가 먼저 연락했잖아. 그런데 그런 애가 열흘이나 연락이 없다고 생각해봐. 백이면 백 바람이 났다고 생각을 하겠지. 맞다. 딱 그거다. 그러니가 선생님이 너에게 헤어지자고 했지.”


“!”


설마, 설마.


“당장 전화해.”


“어.”


윤호가 전화기를 찾는다.




“하아.”


아직도 커플 요금제다.


“흐윽.”


윤호가 전화 안 할 걸 아는데 기다리는 자신이 바보 같다.


‘따르릉’


윤호?


민정이 전화를 받는다.


“네, 서민정입니다.”


“선생님.”


“!”

윤호다.


“만나요.”


‘어?“


“우리 만나요!”


“왜?”


민정은 차갑게 말했다.


“나 바람난 거 아니에요.”

“!”


민정의 표정이 굳었다.


“우리 백일 준비한 거예요.”


“!”


“노가다 뛰었어요. 힘들어 죽겠는데 선생님 위해서 일했어요. 그래서 너무 피곤해서 연락 못 했어요.”


“!”


민정의 눈이 붉어졌다.


“정말이에요.”


윤호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진짜라고요! 만나요. 우리.”


“그, 그래.”


민정이 외투를 걸친다.


“어디서 만날까?”




“만나기로 했어.”


윤호가 입술에 침을 바른다.


“모든 걸 제대로 이야기해라.”


“응.”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해 풀어야지.”


“암.”


이대로 헤민을 보낼 수 없다.


“잘 되길 빈다.”


“어.”




“하아.”


민정이 한숨을 쉰다.


“바람이 아니라고?”


미소가 지어진다.


“하아.”


다행이다. 다행이다.


민정은 기쁜 미소로 집을 나섰다.




“여기야.”


민정이 손을 들었다.


“!”


윤호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사랑해요.”


그리고 입을 맞췄다. 너무나도 뜨겁게.


“사랑해요.”


너무나도 뜨겁게 입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