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연인 After
그들은 지금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프렌치 카페 모카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윤호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에스프레소를 내렸다.
“여깄습니다.”
“맛있다.”
손님이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
“휴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좋다. 지금 윤호가 일하는 곳은 평범한 가판대이다. 지인의 곁을 떠난 것은 지난 10월 생각보다 빨리 떠나게 되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싶었으니까.
“저기요.”
“네?”
윤호는 고개를 들다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그 놈의 선생님 소리.”
민정이 미소를 짓는다.
“장사는 어때?”
“선생님이 돈 안 벌면 굶어 죽을 겁니다.”
“에? 그렇다면 우리 사귀는 거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겠는 걸?”
“농담이에요. 장사 무지하게 잘 됩니다.”
“그러면 됐고.”
“하여간, 우리 누나는 사람 간담 서늘하게 하는 데 뭐가 있다니까.”
“어이고, 우리 윤호 놀랬어?”
“킥.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온 거야?”
“그냥 이 근처 지나다니다가.”
“거짓말. 이 근처 지나다닐 수 없는 상황인 걸?”
“그냥 그러다그러면 믿어라.”
민정이 싱긋 웃는다.
“너 보고 싶어서.”
“이렇게 추운데.”
“조금 춥긴 하다. 킥.”
“아유 이리 와 봐.”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아서 입김을 불어준다.
“야, 닭살이야.”
“네가 추운데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
민정은 윤호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냐?”
이런 자뻑만 없으면.
“나는 이만 가보련다.”
“벌써?”
“너도 일해야지.”
민정이 웃으며 고갯짓으로 손님들을 가리킨다.
“그래, 저녁에 보자.”
“응.”
민정이 가게를 나섰다.
“하아.”
도저히 다시 파리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못 꺼내겠다.
“고맙습니다.”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손님을 배웅한다. 몸은 더 고되어졌지만, 마음은 더 편안해 졌다.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라니, 정말 뿌듯하다.
“뭐 잊은 건 없나?”
윤호가 다시 한 번 주위를 살펴본다. 전등도 꺼졌고, 창문도 모두 닫겼다. 이제 문만 내리면 끝이다.
“읏차!”
윤호가 셔터를 내리고 손을 턴다.
“이제 가볼까?”
“너 그 얘기 하면 윤호 씨 기절 할 거다.”
“으휴.”
언니의 말이 자꾸만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정말 윤호는 어떻게 생각할까?
“휴.”
너무 나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새삼스럽게 미안해진다.
“선생님.”
“어? 윤호야.”
민정이 읽던 책을 내려 놓는다.
“일찍 왔네?”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히 일찍 와야죠.”
윤호가 싱긋 웃는다.
“무슨 책 읽고 있었어요?”
“어? 아, 아니야.”
민정이 가리려고 하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디자인 인 파리?”
“그냥, 재미삼아서 읽어보는 거야.”
민정이 싱긋 웃는다.
“우리 어서 나가자.”
“설마?”
윤호의 눈이 가늘게 떨린다.
“또 떠나려고?”
“어?”
직접적인 질문 민정은 할 말이 없어진다.
“진짜구나?”
“그게.”
“너무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윤호야 진정해.”
“이제는 못 보네요. 가지 말아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 지 알아요? 다시는 보내고 싶지 않아요. 제발. 제발.”
민정이 윤호의 시선을 피한다.
“정말 떠나려는 거예요?”
“응.”
“선생님!”
“다시 돌아올 거야.”
“하, 하지만.”
“그만.”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윤호의 손을 잡는다.
“이래서 조금 더 늦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너무 이기적이에요.”
“그런 건가?”
민정이 싱긋 웃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빨리 돌아올 거야. 한 두 달? 정도.”
“두 달?”
“물론 계획이야 바뀔 수 있는 거지만.”
민정이 윤호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향한다.
“어디 가요?”
“우리 밖에서, 응? 밖에서 얘기하자.”
“네.”
윤호가 순순히 따라온다.
“우와 밤 공기 좋다.”
민정이 별이 빛나는 밤을 자신의 가슴 속에 담아 둔다.
“파리라는 곳 너무 가고 싶어.”
“선생님 전공이랑도 다르잖아요?”
“그래도, 그냥 여러 가지 배울 수 있는 나라인 것 같아.”
“선생님.”
“일단 불어도 더 열심히 배우고 싶고, 미술도 배우고 싶어, 요리도 배우고 싶고.”
“…….”
“기다려 줄 거지?”
윤호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못 기다려요.”
“윤호야.”
민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생님,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
“너무, 너무 나쁜 사람이에요.”
윤호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렇게, 어떻게,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나는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기다리고 만나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자꾸만 도망치려고 해요. 이제 아무도 반대하지 않잖아요. 이제 아무도 반대하지 않잖아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
“변해요.”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는다.
“제발, 다시 생각해 줘요. 네?”
“윤호야.”
“네?”
민정이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나 충분히 많이 생각하고 결정 내린 거야.”
“선생님.”
“지금이 아니면 나 더 이상은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서른이 넘어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마지막 20대 가야해.”
“하, 하지만.”
“사랑해.”
민정이 윤호를 꼭 안는다.
“그리고 미안해.”
“선생님.”
“기다려달라는 말은 안 할 거야.”
민정이 눈을 감는다.
“그런 말 안 해도 기다려 줄 게 분명하니까.”
“선생님.”
“그리고 언제 가는 지도 말 안 해줄 거야.”
민정이 윤호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서로를 보면 울고 싶어 질 테니까.”
“하지만.”
“으음.”
민정이 고개를 젓는다.
“나 혼자 잘 갈 수 있어. 너도 괜히 힘들이지 말고, 그냥 보내.”
‘하지만.“
“부탁이야.”
민정이 싱긋 웃는다.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 걸.”
“하아.”
윤호가 먼 달을 바라본다.
“반드시 돌아올 거니까.”
“선생님.”
윤호가 민정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진짜죠?”
“응?”
“돌아온다는 말?”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됐어요.”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그러면 된 거에요.”
“응.”
둘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어차피 내게로 다시 돌아올 사람이니까, 보내주는 거예요.”
“다시 돌아오면 나를 기다려줄 사람이 있으니까, 떠나는 거야.”
“다시 돌아올 시간이 언제가 된다고 해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응, 언제든 돌아온다면 기다려줄 너를 생각하며 돌아올게. 반드시.”
“사랑해요. 파리에서 돌아오지 않을 지라도.”
“응.”
둘의 입술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영원히”
“나도.”
“하아.”
민정은 공항의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쉰다.
“그래도 가는 날은 말해줄 걸 그랬나?”
민정은 조용히 자신의 비행기 표를 만지작 거린다. 윤호가 보고 싶다.
“그래도 기다려 준다니까.”
힘이 난다. 조금은.
“인천 발 파리 행 비행기 탑승 승객께서는 12번 승강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하아.”
이제 다시 떠나는 건가? 민정은 조심스럽게 공항을 바라보았다. 윤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훗, 바보.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출국장으로 향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고맙습니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하아.”
묘한 두근거림.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할 예정입니다. 휴대 전화는 잠시 꺼두시고, 안전 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민정은 전화기를 껐다. 빈 옆자리, 다행히 조용히 파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늦으실 뻔 했어요.”
“네.”
그 때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
민정의 눈이 커진다.
“윤호야!”
사람들의 집중되는 이목,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여, 여기는 어떻게.”
“나 도저히 기다릴 자신이 없어.”
윤호가 싱긋 웃으며 민정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래서 그냥 같이 가기로 했어.”
“하지만, 어 어떻게?”
“처형이 다 말해줬어.”
“언니가?”
“응.”
언니가 가기 전에 오붓하게 잘 다녀오라는 게 이런 의미였구나.
“가게는?”
“가게?”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가게를 사달라고?”
“네.”
지인이 인상을 찌푸린다.
“우리 라이벌 업체를 구매해달라.”
“분명 이대로 간다면, 라이아 인수도 가능합니다.”
“웃기고 있네. 그런데 왜 갑자기 떠나려고 하는 거야?”
“그 사람이 파리로 간데요.”
“오, 낭만주의자?”
지인이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럼, 그래서 돈이 필요하다?”
“네.”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요?”
윤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파리에서 훌륭한 파티쉐 과정을 밟고 우리 회사에 다시 입사를 해주기 바라.”
“네?”
“지금 나는 자네에게 제품개발팀장 자리를 부탁하고 있는 거야.”
“!”
“맡아 줄 거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가게 구매 비용과, 자네의 스카우트 비용까지 합해서 이정도면 어떤가?”
윤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너무 많습니다.”
“윤호 씨의 미래에 투자하는 거야.”
지인이 미소를 짓는다.
“신경 쓸 거 없어.”
윤호가 민정의 손을 잡는다.
“다 잘 되었으니까.”
“정말?”
“그럼.”
민정은 편안함을 느낀다.
“이게 사랑이구나?”
“응.”
사랑, 사랑. 민정은 너무나도 늦었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 바로 이 남자. 윤호
“오, 멍멍해. 멍멍해.”
옆에서 귀가 멍멍하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 남자가 바로 바신의 애인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애인. 민정은 윤호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 비행기의 뒤로 눈부신 태양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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