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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 [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1. 19. 00:16

 

 

 

추억에 살다.

 

 

여덟 번째 이야기

 

 

 

, 하하.

 

해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용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형수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 누가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아요? 농담도 작작 하세요.

 

어머, 농담 아니에요. 서방님.

 

해미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서 선생님 우리 집에 들어오셔서 살게 되셨다고요.

 

,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 선생님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사시게 되었다니, 갑자기 왜? 어떻게?

 

, 나도 너무 갑자기라서 떨떠름하기는 한데, 네 할머니가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고 그러네.

 

할머니가?

 

.

 

윤호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는 허락 하셨어?

 

물론.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도 허락하지 않으셨는데 들어오셨을라고?

 

?

 

민용이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벌써 들어왔다는 겁니까?

 

.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옥탑에서 동서랑 이야기 하고 있는 걸요?

 

나 참.

 

민용이 재빨리 다용도실로 뛰어 갔다.

 

삼촌!

 

흐음?

 

해미가 어꺠를 한 번 으쓱했다.

 

 

 

서 선생!

 

?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지야. 이거 이 선생님 목소리 아니니?

 

그러게?

 

신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봉이 있는 출입구를 열었다.

 

, 으왓!

 

에그머니나.

 

그리고 두 여자 모두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쑤욱 민용의 머리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뭐가?

 

신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아니 왜 갑자기 서 선생이 우리 집에서 살게 된 거냐고?

 

그거야 집이 없다니까.

 

?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집 없는 사람들 다 집 사줘야 겠네.

 

오빠!

 

신지가 가볍게 민용을 노려 봤다.

 

왜 그래?

 

너야 말로 왜 그래?

 

민용이 신지를 노려 봤다.

 

너 정말 유치하다.

 

?

 

신지의 얼굴이 굳었다.

 

내가 뭐가 유치하다는 거야?

 

이 딴 식으로 하면 재미 있어?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랑 서 선생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다고! 왜 내 말을 못 믿고 이딴 일을 꾸미는 거야!

 

, 오빠.

 

신지의 얼굴이 굳었다.

 

제길.

 

, 이 선생님!

 

민용은 다시 봉을 타고 내려갔다.

 

, 민정아.

 

?

 

지금 오빠가 뭐라고 한 거야?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 그게.

 

민정은 난감해졌다.

 

 

 

삼촌.

 

봉에서 내려오자 윤호가 심각한 얼굴로 민용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뭐가?

 

도대체 왜.

 

윤호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작은 엄마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

 

왜 작은 엄마에게 그리 화를 내는 거야?

 

윤호가 민용의 눈을 바라봤다.

 

사실 삼촌 지금 삼촌에게 화가 난 거 아니야?

 

!

 

미친 듯이 흔들리는 그 마음에.

 

 

민용의 주먹이 윤호의 얼굴을 쳤다.

 

너 더 이상 함부로 지껄이지 마!

 

어머나!

 

다용도실로 따라 들어왔던 해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거야? 어머머.

 

이윤호, 더 이상 까불지 마.

 

삼촌이야 말로 오만하게 굴지 마!

 

윤호가 지지 않고 소리 쳤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두 사람의 고함을 듣고 온 순재가 고함을 쳤다.

 

조카와 삼촌 사이에 왜 이렇게 싸움질이야?

 

민용과 윤호가 서로의 눈을 피했다.

 

이거 원 남 보기 창피해서. 으이구.

 

윤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민용을 노려봤다.

 

 

 

아들, 너 왜 그런 거야?

 

뭐가?

 

삼촌이랑.

 

해미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윤호를 바라봤다.

 

서 선생님 때문이야?

 

아니야.

 

아니긴.

 

해미가 허리에 손을 얹었다.

 

엄마가 모를 것 같아? 나는 네 엄마야.

 

하아.

 

윤호가 시인의 한숨을 토해냈다.

 

서 선생님 다시 쫓을까? 나가라고 하실까?

 

아니야.

 

윤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께 피해를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러면 어쩌려고?

 

해미가 윤호를 바라봤다.

 

또 사사건건 서방님이랑 싸우게 될 거 아니야. 엄마는 네가 더 이상 서방님이랑 다투는 꼴 보고 싶지 않아. 또 네가 서방님을 때릴 수가 있니? 늘 네가 당하기만 할 거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해미를 바라봤다.

 

삼촌도 더 이상 무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

 

해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윤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삼촌도 더 이상 내게 함부로 굴지는 못할 거라고.

 

흐음.

 

해미가 눈썹을 가늘게 모았다.

 

윤호야.

 

엄마.

 

윤호가 해미의 눈을 바라봤다.

 

엄마는 나를 믿어주면 안 돼?

 

?

 

해미가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를 믿다니?

 

말 그대로.

 

윤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선생님과 나 사이, 그리고 삼촌과 나 사이. 우리 세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말고 그냥 지켜봐주라. 우리 세 사람이 어떻게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잘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을 할 테니까 말이야.

 

이윤호.

 

?

 

윤호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발.

 

후우.

 

해미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민호는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는데, 윤호 너는 항상 나를 너무나도 힘들게 하는 거 같아.

 

그래서 싫어.

 

아니.

 

해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더 좋아.

 

해미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윤호 녀석은 늘 자신이 알아서 모든 일을 하려고 해서 엄마가 끼어들 틈이 없는데, 우리 귀여운 막내 아들은 안 그렇잖아.

 

해미가 윤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엄마가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줘서 고마워.

 

아니야.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형보다 나를 더 신경 써 줘서 고맙지.

 

당연한 거잖아.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너는 막내니까.

 

.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삼촌이랑 그래도 다시 이야기를 해서 좋았어.

 

?

 

이런 식이어서 좀 그랬지만.

 

윤호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삼촌하고 이렇게 이야기 한 거 너무나도 오랜만이었거든.

 

윤호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좋았어.

 

윤호야.

 

나 선생님 좋아해.

 

윤호가 해미의 눈을 들여다 봤다.

 

진심이야.

 

알아.

 

해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윤호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