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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 [열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1. 21. 08:39

 

 

 

추억에 살다.

 

 

열 번째 이야기

 

 

 

.

 

민용이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건 네가 나설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그 문제는 나와 서 선생님 사이에서 해야할 이야기야.

 

아니요.

 

?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제 생각이 짧았네요.

 

민정이었다.

 

저는 그저, 2년 전처럼 평범한 서민정이고 싶었어요. 이것 저것 복잡하게 생각하는 서민정이고 싶지 않았다고요. 그래서 신지에게 찾아온 건데. 저로 인해서 이렇게 갑자기 모든 것이 망가질 줄 몰랐어요.

 

민정이 심호흡을 했다.

 

할머니 방 내주신다고 하신 거 정말 감사했어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머물면 안 되겠네요.

 

선생님.

 

윤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윤호야 정말로 미안해. 그 때도 그렇게, 지금도 그렇게 선생님은 윤호에게서 도망갈 수 밖에 없겠다.

 

민정이 가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때도 너 되게 많이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해서 너무너무 미안했는데, 다시는 너에게 그런 아픔 갖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나쁜 사람처럼 또 너를 이렇게 아프게 하게 되었네.

 

민정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생각이 짧았어.

 

아니에요.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은 아무런 상관 없잖아요. 모든 게, 모든 게 다 저랑 삼촌 때문에 생긴 일인데 괜히 선생님이 힘드실 필요 없잖아요.

 

아니.

 

민정이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 일으켜서 정말 죄송합니다.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할머님, 그리고 윤호 어머니. 제게 이렇게 신경 써주셨는데 들어오자 마자 이런 일이 생겼네요.

 

민정이 작게 혀를 내밀었다.

 

이럴 거라는 거 당연히 알고 있었어야 하는데.

 

,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유?

 

문희의 얼굴이 굳었다.

 

할머니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문희 앞에 나섰다.

 

선생님은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신 거예요? 삼촌 그냥 장난 치시고 그러시는 걸 거예요. 그러니까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으셔도 되요.

 

윤호가 자신을 향해 눈을 찡긋하자 민정은 그 의미를 알아 차렸다.

 

, 일단은 지금 이 선생님 때문에 놀라셨을 거 같은데 방에 좀 들어가서 쉬세요.

 

.

 

순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우리가 자식 놈을 어떻게 키운 건지.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안방 가 계세요. 제가 꿀물 이라도 타갈게요.

 

그래라.

 

해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희와 순재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이윤호.

 

그리고 두 사람이 안방으로 들어가자 고개를 돌려 윤호를 바라봤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그게.

 

윤호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꼭 알아야 겠어?

 

당연하지.

 

해미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제 방에 와서 하세요.

 

!

 

신지의 얼굴이 온통 눈물 범벅이었다.

 

, 신지야.

 

민정이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미안해, 미안해.

 

아니야.

 

신지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님도 많이 궁금하실 텐데 일단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 제가 모든 걸 다 이야기 해 드릴게요.

 

흐음.

 

해미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만 빼고 다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런 거 같네.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갑자기 서방님이 이혼을 하겠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설마 서 선생님하고 과거에 연인이었던 거 때문에?

 

아마 그럴 거야.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엄마에게는 너무나도 죄송한 말씀이지만 진짜로 삼촌이 선생님 못 잊고 계신 거 같아요.

 

알아.

 

신지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나에게 청혼을 한 그 순간부터 오빠는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어.

 

그러면 왜.

 

윤호의 눈이 가늘게 떨리자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잖아.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데. 오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빠가 나를 좋아하게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을 했어. 그리고 준이의 동생 까지 가지고 나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지야 정말 미안해.

 

아니야. 민정아 네 잘못 아니야.

 

신지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이미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어.

 

하지만.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오지 않았더라도 오빠는 지금의 생활을 만족하지 못했을 거야. 분명해.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걸. 오빠는 이렇게 답답한 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잖아. 게다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혼이었다면……..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더더욱 싫어했을 거야.

 

오케이.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거 때문은 맞는 거네요?

 

. 형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해미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서방님이 그저 선생님을 못 잊으셔서 그런 거면 그렇다고 말을 하면 되는 거지. 왜 우리 윤호는 끌어들인 거예요?

 

그게.

 

.

 

민정과 신지의 눈에 아차하는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걸까? 두 사람은 살짝 머뭇거렸다.

 

나 때문이야.

 

?

 

해미가 윤호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선생님을 좋아했어.

 

, 뭐라고?

 

해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 네가 서 선생을 좋아했다고?

 

그래.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미를 바라봤다.

 

그래서, 그래서 삼촌이 내게 그렇게 말을 한 거야. 그 때는 삼촌도 나도 선생님의 곁에 서지 못했으니까 이번에는 선생님의 곁에 서겠다고 아마도 그렇게 말을 한 걸 거야. 분명해.

 

.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이게 지금 말이나 되는 상황이니?

 

정말 죄송합니다.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이게 다 저 때문이에요.

 

선생님이 왜요?

 

다 제가 너무나도 어리석어서 그래요. 이곳을 찾아오면 안 된다는 거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면서 괜히 와보고 싶었어요. 과거의 저를 지우지 못하여서가 아닐까 싶어요. 정말 죄송해요.

 

민정이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라봤다.

 

저 정말로 돌아가겠습니다.

 

민정아.

 

신지가 놀란 눈을 하고 민정을 바라봤다.

 

또 바보처럼 떠 돌아다닐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당장 그만 둬. 더 이상 그런 바보 가은 일 할 필요 없잖아.

 

아니야. 신지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가장 소중한 친구를 아프게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나 정말 너 힘들게 하는 거 너무나도 싫어.

 

민정아.

 

신지가 아래 입술을 깨문다.

 

왜 또 선생님이 도망 가시는 거예요?

 

?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윤호에게 몰렸다.

 

제가 나갈게요.

 

!

 

해미의 눈이 흔들렸다.

 

삼촌도 제가 없다면, 더 이상 선생님에게 아무런 마음도 가지지 못할 거예요. 저로 인해서 과거의 그 감정이 되살아 난 거 뿐일 테니까요. 단순히 과거의 일일 거예요. 지금의 선생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윤호야. 괜찮아.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은 네가 그렇게 쉽게 신경 쓸 일은 아닐 거 같아. 작은 엄마랑, 민정이랑. 그리고 네 삼촌이랑 잘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윤호 너는 그렇게 많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작은 엄마는 제가 바보 인줄 아세요?

 

?

 

윤호가 신지의 눈을 바라봤다.

 

작은 엄마도 지금 너무나도 무서우시잖아요. 지금 다시 삼촌을 잃을까봐 두려우신 거잖아요.

 

윤호야.

 

그럴 일 없게 만들어 드릴게요.

 

윤호가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저로 인해서 모든 게 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거예요. 제가 삼촌에게 이 마음을 다시 깨워준 거라고요.

 

윤호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선생님.

 

, .

 

작은 엄마 잘 부탁드려요.

 

이윤호!

 

그 순간 해미가 윤호를 불렀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일단 내가 나갈게.

 

?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그게 무슨 말이야?

 

일단은 가게에 나가서 잘 거야.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내 방 너무나도 좁아서 불편했어.

 

하지만…….

 

민정이 머뭇거리며 윤호를 바라봤다.

 

전 괜찮아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