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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 1. 셋

권정선재 2009. 3. 13. 07:59

 

 

 

만약에, 우리……

 

Episode 1.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 왜 이렇게 시무룩해?

 

아니에요.

 

정수의 물음에 민정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엄마.

 

?

 

아이스크림 하나 엎게 한 거 얻어 먹어야 하는 걸까?

 

당연하지.

 

물질을 밝히는 정수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 또 오다가 아이스크림 사 먹었니?

 

?

 

민정이 정곡을 찔린 표정을 지었다.

 

, 그게.

 

하여간 다 큰 게.

 

정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군것질이 그렇게 좋니?

 

엄마도 좋아하잖아.

 

내가 뭘?

 

과자.

 

민정이 볼을 부풀렸다.

 

다 엄마 닮아서 그러지.

 

웃기네.

 

정수가 고개를 저으면서 두부를 뜯었다.

 

걸리적 거리니까 방으로 가.

 

.

 

민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게 심부름한 딸한테 할 말이야?

 

그래.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돈 없을 거 같아서, 심부름 값에다가 용돈까지 팍팍 얹어서 주려고 했는데.

 

했는데?

 

됐네.

 

정수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비싼 아이스크림 사 먹을 돈도 있고.

 

엄마.

 

, 됐어!

 

정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꾸 귀찮게 할래?

 

, 알았어요.

 

민정이 볼을 부풀리며 부엌을 나왔다.

 

하여간 내 엄마 맞아.

 

?

 

, 아니에요.

 

민정이 후다닥 자신의 방으로 도망쳤다.

 

하여간 저건 언제 철이 들려고.

 

정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윤호.

 

, 엄마.

 

집으로 들어서자 허리에 손을 얹고 있던 해미가 윤호를 반겼다.

 

어디 다녀와?

 

, 그게.

 

하여간.

 

, 으왓!

 

해미가 윤호의 귀를 잡아 당겼다.

 

엄마 말을 그렇게 듣기가 싫어?

 

,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긴.

 

해미가 윤호의 귀를 잡아서 방으로 끌고 갔다.

 

뭐가 아니야?

 

,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친구?

 

해미가 눈을 치켜 떴다.

 

휴대 전화도 없으면서 무슨 친구?

 

메신저로.

 

그래, 무슨 친구.

 

?

 

윤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그게.

 

너는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말썽을 피우니.

 

엄마 닮아서.

 

어머.

 

해미가 눈을 깜빡였다.

 

나는 안 그랬어.

 

그럼 아빠 닮았나 보지.

 

이윤호.

 

알았어요.

 

윤호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앉았다.

 

그래도 용돈 압수, 휴대 전화 압수, 오토바이 압수, 너무 하지 않아?

 

뭐가?

 

뭐긴?

 

윤호가 볼을 부풀렸다.

 

최소한 외출은 하게 해 줘야지.

 

외출하면 돈 필요하잖아.

 

오늘은 돈 가지고 나갔어?

 

.

 

해미가 살짝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그거야 모를 일이지?

 

엄마.

 

윤호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나는 엄마에게 거짓말은 안 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몰래 다니지.

 

그럼 뭐 해.

 

윤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바로 걸릴 걸.

 

;

 

해미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너는 집이 그렇게 갑갑하니?

 

.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이 쑤셔서 죽을 것 같아.

 

어머.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윤호를 바라봤다.

 

너 좀이 뭔지 알아?

 

?

 

윤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그거 먹는 거 아닌가?

 

뭐라고?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바라봤다.

 

다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거야.

 

알아.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엄마 가끔은 심하다는 생각 안 들어.

 

.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어떻게 하기를 원해?

 

외출이라도 풀어주라.

 

후우.

 

해미가 다시금 한숨을 토해냈다.

 

사고 안 칠 거야?

 

맹세해.

 

정말?

 

.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엄마랑 약속은 지키잖아.

 

10살까지였지.

 

.

 

윤호가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엄마.

 

그래.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 휴대 전화는 없다.

 

상관 없어.

 

너 어디에 돈 숨겨 놓은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네요.

 

윤호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진짜 외출 금지는 풀린 거지?

 

그래.

 

해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형이랑 어쩜 그렇게 다르니?

 

다른 사람이니까.

 

윤호는 너무나도 단순하게 대꾸했다.

 

그러면 엄마 설교 끝난 거야?

 

, 오늘은?

 

다행이다.

 

?

 

아니야.

 

윤호가 씩 웃자 해미는 그를 불안하게 바라봤다.

 

 

 

하아.

 

민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면 어린 앤가?

 

민정은 볼을 부풀리며 컴퓨터를 켰따.

 

후우.

 

사실 엄마의 걱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결혼 안 하니?

 

결혼은 언제 하게?

 

결혼은.

 

너 이미 노산이다.

 

후우.

 

엄마의 말이 머리 속에서 맴돌자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도 정말 너무하다니까.

 

민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큰 딸을 그렇게 못 믿나?

 

솔직히 백수인 게 미안하긴 하지만 이건 너무 했다.

 

후우.

 

돈이라도 벌어야지.

 

하아.

 

메신저를 접속하니 더 답답했다.

 

다들 일자리가 있는 거구나.

 

민정은 창을 닫고 모니터를 껐다.

 

, 너도 곧 일자리게 생길 테니까.

 

애써 마음을 다잡는 민정이다.

 

그나저나 내일 진짜 오려나?

 

민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흐음.

 

열심히 고민하는 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