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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2 - [하나]

권정선재 2009. 4. 10. 00:01

 

 

 

만약에, 우리

 

Episode.2

 

 

그와 그녀가 처음부터 사랑했다면? 하나

 

 

 

오래 기다렸어?

 

아니요.

 

윤호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혀를 내 물었다.

 

너 항상 약속 시간에 일찍 나오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알고 있었어요?

 

그럼.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터는 안 늦을게.

 

괜찮아요.

 

윤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도 계속 늦어주세요.

 

?

 

민정이 눈을 깜빡이며 윤호를 바라봤다.

 

내가 늦으면 너 기다리기 힘들잖아.

 

선생님.

 

?

 

저는요. 선생님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좋아요. 선생님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증거잖아요.

 

윤호는 씩 웃었다.

 

그러니까 천천히 와요.

 

.

 

민정이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늦게 오면 화낼 거잖아.

 

.

 

윤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겠죠?

 

못 됐어.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오늘 학원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괜찮아요.

 

윤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차피 형 가니까요.

 

.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민호가 학원 간다고 해서 민호가 필기한 거 너도 공부하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

 

.

 

윤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죠.

 

그러면서 공부하는 척은.

 

민정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호.

 

?

 

공부 좀 잘 하자.

 

여기 학교 아니거든요.

 

그냥.

 

민정이 윤호를 바라봤다.

 

나는 내 애인이 공부도 잘 했으면 좋겠어.

 

하여간 고단수라니까.

 

윤호가 투덜거렸다.

 

선생님은 늘 저에게 바라는 게 너무나도 많은 거 아니에요?

 

화 났어?

 

.

 

윤호가 입을 삐쭉이며 말했다.

 

선생님 꼭 보면요. 저랑 사귀시는 이유가 저 공부 시키려고 그거 하나 때문에 사귀는 거 같아요.

 

아니야.

 

민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 그런 이유라면 재미 없어서 어떻게 사귀어?

 

선생님!

 

윤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자꾸 장난 치실래요?

 

미안.

 

민정이 귀엽게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모았다.

 

알잖아? 윤호 너도 선생님이 원래 장난을 좋아한다는 거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조금 양해를 하라고.

 

하아.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이해가 안 가요.

 

뭐가?

 

내가 어른 같아.

 

.

 

민정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웃기시네.

 

왜요?

 

왜긴.

 

민정이 가볍게 윤호의 볼을 꼬집었다.

 

네가 얼마나 아이 같은데.

 

아니 거든요.

 

윤호가 잔뜩 볼을 부풀렸다.

 

그런 말 자꾸 할래요?

 

화 났어?

 

.

 

윤호가 입가를 씰룩였다.

 

하여간 선생님은 내가 공부를 잘 하건 못 하건 상관 없이 좋아한다고 말 해 놓고서는 항상 공부 이야기만 하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 내가 언제?

 

민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저 민호는 공부를 무지하게 잘 하니까, 너도 동생으로써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면 좋겠다는 거지.

 

됐네요.

 

윤호가 민정을 외면했다.

 

사람마다 할 수 있는게 다르다고요.

 

그래.

 

으왓!

 

민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윤호를 와락 껴안자 윤호의 볼이 붉어졌다.

 

, 뭐 하는 거예요?

 

어때서.

 

민정이 싱긋 웃었다.

 

우리는 연인이잖아.

 

, 그래도요.

 

얼마나 당황한 건지 말까지 더듬는 윤호다.

 

갑자기 왜 이래요?

 

좋아서.

 

!

 

순간 윤호는 몸부림을 멈추었다.

 

좋다.

 

뭐가요?

 

.

 

민정이 눈을 감으며 답했다.

 

네 체온도 좋고, 네 체취도 좋아. 그냥 네가 너무나도 좋아. 이윤호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뿌듯하고 가슴 가득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

 

윤호가 괜히 퉁퉁 부은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야.

 

정말이요?

 

.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에게 거짓말 할 필요 없잖아.

 

, 그거야 그렇지만.

 

미안해.

 

뭐가요?

 

늘 늦어서.

 

민정이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늘 일찍 나오려고 해도 늦어 버려.

 

괜찮다니까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그런 걸로 선생님 원망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민정이 살짝 혀를 내물었다.

 

괜히 네 시간만 버리는 거잖아.

 

아니.

 

윤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 시간 동안 선생님 기다리면서 한 번이라도 더 선생님 얼굴을 기억할 수가 있고, 한 번이라도 더 선생님 향기를 생각할 수가 있고, 한 번이라도 더 선생님 목소리를 기대할 수 있는 걸요.

 

어머.

 

민정의 양 볼이 붉어졌다.

 

너 선수 다 되었다.

 

헤헤.

 

윤호가 검지로 코 아래를 비볐다.

 

그런 가요?

 

?

 

민정이 장난스럽게 윤호를 흘겨 보았다.

 

자꾸 그럴 거야.

 

죄송합니다.

 

윤호가 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오늘은 뭐 해요?

 

뭐 할까?

 

흐음.

 

윤호가 검지를 물었다.

 

영화 볼래요?

 

영화?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문화 상품권 주셨거든요.

 

네가 쏘는 거야?

 

.

 

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좋죠?

 

.

 

민정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윤호 네가 뭐든지 해준다고 하면 나는 다 좋아. 헤헤.

 

팔불출.

 

그래도 좋아.

 

민정이 눈웃음을 지었다.

 

네 옆에 있다는 증거잖아.

 

선생님.

 

?

 

사랑해요.

 

민정이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바라봤다.

 

윤호야. 나도 사랑해.

 

헤헤.

 

두 사람 사이에 무지개가 피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