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3
민용과 민정이 결혼하기로 했다면? 다섯
“이 선생님, 우리 정말로 결혼을 해야 하는 거예요?”
“갑자기 또 왜 그래요?”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에게 분명히 나랑 결혼을 할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래요?”
“신지가 울었어요.”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내가 이 선생님하고 결혼을 할 거라고 하니까, 신지가 울었어요. 너무나도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얼굴 한 가득 눈물을 담고 그렇게 울었어요. 나를 보고 울었어요.”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해요?”
“후우.”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이 선생님.”
민정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그래요?”
“이미 신지 나랑 끝난 사이입니다.”
민용은 단호히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잖아요.”
민정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신지의 마음도 충분히 중요한 거잖아요.”
“서 선생.”
“네.”
“나랑 결혼안 할 겁니까?”
“!”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처음 결혼 약속할 때 그런 거 하나도 생각 못 했어요?”
“아.”
민정은 아차했다.
“생각 안 했구나.”
“네.”
민용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하자고 한 거였어요?”
“그렇네요.”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일들 하나도 생각하지 못 했어요.”
“서 선생.”
“그냥 좋았거든요.”
민정이 민용을 바라봤다.
“그냥 결혼한다는 그 사실이 좋았어요.”
“후우.”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는 신경 쓰지 말아요.”
“네?”
민정이 민용을 쳐다봤다.
“그, 그게 무슨?”
“신지는 내가 말할게요.”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러니 서 선생은 신경 쓰지 말아요.”
“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신지야.”
“왔어?”
신지가 칵테일을 따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빠가 이렇게 직접 나를 보자고 말을 할 줄 몰랐네.”
“비꼬지 마.”
민용은 겉옷을 의자에 걸쳤다.
“진토닉 하나 주세요.”
“오빠. 결혼하는 거야?”
“어?”
민용이 신지를 바라봤다.
“내가 결혼하는 게 싫니?”
“하.”
신지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어떤 대답을 원해?”
“진짜 네 대답.”
“하아.”
신지가 술은 한 잔 들이켰다.
“싫어.”
“신지야.”
“정말 싫어.”
신지가 민용을 노려봤다.
“그게 당연한 거 아니야?’
“어째서?”
민용이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우리 이혼한 사이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그래?”
“그래도 그건 아니지.”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민정이는 아니지.”
“어째서?”
민용이 따지 듯 물었다.
“어째서 서 선생은 안 돼?”
“내 친구잖아.”
신지가 젖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도 민정이는 내 친구잖아.”
“그게 어때서?”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상관인 거야?”
“후우.”
신지가 눈을 감았다.
“그게 어떻게 상관이 없니?”
“신지야.”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냥 축하해주면 안 될까?”
“오빠 정말 잔인하다.”
신지가 민용을 노려봤다.
“이민용, 당신이라는 남자 정말로 잔인해.”
“신지야.”
“어떻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나보고 축하를 해 달래?”
‘그럼 나랑 다시 갈 거니?”
민용이 마간을 모으며 말했다.
“너 다시 나랑 결혼 할 거냐고?”
“오빠.”
신지가 다시 술을 한 잔 따랐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그럼?”
민용이 진지한 표정으로 신지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적어도 내 기분 정도는 헤아려야 하는 거 아니야?”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우리 그래도 전 남편과 전 부인 사이잖아.”
“그래서?’
민용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빠.”
신지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민용을 바라봤다.
“존중은 해야 할 거 아니야!
“내가 언제 너 존중 안 했니?”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 무시하고 있잖아.”
“내가 언제?”
“정말.”
신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집에 간다.”
“왜?”
“더 이상 오빠랑 아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신지가 슬픈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나만 더 비참해져.”
“신지야.”
“오빠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니?”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이런 말 하면 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그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민용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래도 너니까.”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해줘야지.”
신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오빠.”
“응?”
“그래도, 나는 이 결혼 반대야.”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신지야.”
“내가 어떻게 축복을 하겠니?”
신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오빠.”
“응?”
“그러니까 잘 살아.”
“!”
민용이 가만히 신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원망 들을 만큼 잘 살라고.”
신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나처럼 밖에 못 살면 너무 한심하잖아.”
“신지야.”
“나 갈게.”
신지가 지갑을 열자 민용이 그 손을 잡았다.
“내가 낼게.”
“됐어.”
신지가 돈을 꺼내 바텐더에게 건넸다.
“나도 이제 내가 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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