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야기 하기

선진 씨의 하루, 여덟 번째 - 행복도시에는 은하수 공원이 있대요.

권정선재 2009. 6. 29. 07:43

 

 

 

행복도시 이야기

 

 

#8. 행복도시에는 은하수 공원이 있대요.

 

 

 

이번 주말에 뭐 해?

 

? 나 일산에 좀 가야 해.

 

일산 멀잖아? 일산은 왜?

 

할머니.

 

.

 

그녀의 남자 친구의 말에 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천에 살고 있는 그녀의 남자 친구는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일산 근처에 있는 한 납골당에 할머니를 모셔두고 있었다.

 

그럼 데이트는 없겠네?

 

, 미안.

 

남자 친구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모으자, 선진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자기가 다른 여자를 만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 뵈러 간다는 건데 말이야.

 

역시, 우리 선진이는 착해.

 

그나저나 당신네 할머님도 행복도시에서 사셨으면, 조금 더 편하게 가셨을 지도 모르겠다.

 

?

 

남자 친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선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행복도시에는 추모 공원이랑 같이 화장장이 있거든, 자기는 인천까지 가서 화장해드리느라 고생했다며?

 

그렇지.

 

남자 친구가 살짝 몸을 떨었다.

 

게다가 같은 시의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리 잡기도 너무 힘들었고 말이야. 마지막 가시는 걸음마저도 재촉당하며 쫓기듯 겨우겨우 화장을 해 드렸어. 얼마나 죄스러운 마음이던지.

 

어휴.

 

선진이 남자 친구의 손을 잡았다.

 

행복도시에는 다 되어 있거든. 그래서 행복도시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시 행복도시로 돌아갈 수 있어.

 

좋겠다.

 

남자 친구는 선진의 코에 자신의 코를 가볍게 비볐다.

 

우리 할머니도 행복도시에서 사셨으면 참 좋으셨을 것 같아. 우리 할머니 자연을 굉장히 좋아하셨던 분이셨거든, 나무도 있고, 숲도 있고, 강도 있고, 사람도 있는 이 곳 정말 좋아하셨을 거야.

 

그래.

 

선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거기 가면 너 그냥 쫓기듯이 돌아와야 하는 거잖아. 행복도시에 있는 추모 공원인 은하수 공원은 모두가 하게 하는 공원이라서, 그런 것 전혀 느낄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마음 편히 갈 수도 있다고.

 

좋네.

 

남자 친구는 선진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는 꼭 행복한 곳에서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거다?

 

당연하지.

 

하늘 멀리 은하수가 흐르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