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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5 - [열여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6. 00:09

 

 

 

추억에 살다.

 

 

Season 5

 

열여섯 번째 이야기

 

 

 

뭐라고?

 

민호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민호는 떨리는 눈으로 겨우, 해미의 얼굴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누가 떠나?

 

윤호.

 

해미는 담담히 말을 했다.

 

떠난대.

 

.

 

민호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라니?

 

전에 떠나고자 했던 이유가 뭐였는데?

 

민호가 당혹스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찾으러 간 거였잖아.

 

.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

 

그런데 이제는 선생님을 떠난다고?

 

.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대.

 

.

 

민호가 고개를 저었다.

 

엄마, 어떻게 그래?

 

글쎼?

 

해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좋아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

 

진짜라면 말이야.

 

해미는 가만히 민호를 바라봤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흐음.

 

민호가 미간을 모았다.

 

단 한 번도 그런 거 생각한 적 없어요.

 

그러면, 윤호가 더 어른스러운 거네.

 

해미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너도 모르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거야?

 

.

 

민호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민호야.

 

.

 

윤호, 놓아 줘.

 

!

 

윤호, 많이 아프잖아.

 

, 엄마.

 

모르는 척 하는 거야?

 

해미가 민호를 바라봤다.

 

정말 너 모르고 있는 거니?

 

!

 

, 윤호 정말 많이 아프게 했어.

 

, 하지만.

 

너를 타박하는 게 아니야.

 

해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다만 그 아이, 이제는 행복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거야.

 

엄마.

 

그게, 그게 내 부탁이다.

 

 

 

뭐라고?

 

범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줌마가 그러셨던 말이야?

 

.

 

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어.

 

.

 

범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줌마가 어떻게 너에게 그러셔?

 

?

 

민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엄마가 왜 못 그래?

 

그래도.

 

범이 미간을 모았다.

 

안 그러셨잖아.

 

그렇지.

 

민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이제 아는 거야.

 

?

 

누가 더 엄마를 사랑하는 지.

 

민호야.

 

.

 

민호가 낮게 웃었다.

 

범아.

 

?

 

우리 사이 말하면, 놀라시겠지?

 

!

 

범의 눈이 흔들렸다.

 

, 무슨 이야기야?

 

왜 우리 둘이 미국으로 갔는 지 말이야.

 

민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걸 아시면, 알게 되시면 나를 조금 더 예쁘게 봐줄까?

 

민호야.

 

범아.

 

민호의 눈이 붉어졌다.

 

나 어떡해.

 

왜 울어?

 

범이 민호의 옆에 앉았다.

 

그렇게 힘들어?

 

.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어.

 

민호야.

 

나 너무 힘들어.

 

민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너를, 좋아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

 

민호야.

 

범이 민호를 안았다.

 

미안해.

 

네가 왜 미안해?

 

민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미안할 거 없어.

 

그래도.

 

범이 가만히 민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 힘들게 했잖아.

 

하아.

 

민호가 심호흡을 했다.

 

범아.

 

?

 

우리 다시 미국 가자.

 

?

 

범이 황급히 몸을 땠다.

 

그게 무슨 말이야?

 

돌아가자고.

 

민호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 엄마에게 말 못 하겠어.

 

정말이야?

 

.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가자.

 

하아.

 

범이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속이며 살자고.

 

모르겠어.

 

민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나 유미 이후로는 그 어떤 여자도 여자로 보이지 않아. 네가 너무나도 끌려. 그 어떤 여자들도, 김범 너처럼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지가 않는데, 어떻게 하라고?

 

민호야.

 

범이 다시금 민호를 안았다.

 

그냥, 담아 두자.

 

하아.

 

그렇게 담아두자.

 

범이 민호의 머리를 쓸었다.

 

그런데 민호야.

 

?

 

우리 두 사람. 미국 같이 가지 말자.

 

?

 

민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이민호, 너 정말 잔인한 놈인 거 알아?

 

무슨 말이야?

 

네가 방금 한 말 말이야.

 

범이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 무슨?

 

그저 유미를 잊지 못한 거야.

 

범이 민호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서 유미를 대신할 사람을 구한 거지.

 

그런 게 아니야.

 

아니긴.

 

아니라고.

 

민호가 범에게 입술을 맞췄다.

 

!

 

이래도, 이래도 그런 거야?

 

.

 

범이 부드럽게 민호를 밀어 냈다.

 

이민호.

 

?

 

나는 네가 좋아.

 

!

 

정말로 좋아.

 

범아.

 

그만.

 

범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