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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5 - [열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7. 00:01

 

 

 

추억에 살다.

 

 

Season 5

 

열일곱 번째 이야기

 

 

 

너 평생, 너희 엄마 안 보고 살 자신 있어? 그리고, 평생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 자신 있어?

 

.

 

거짓말.

 

범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네 말 거짓말인 걸 모를 것 같아?

 

?

 

너 정말 유미 많이 좋아했구나.

 

범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 내일 비행기로 떠날게.

 

그러지 마.

 

민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제발 그러지 마.

 

?

 

범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날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민호가 따지 듯 물었다.

 

너랑, 그 함께 한 시간들은?

 

함께한 시간들.

 

범이 쓸쓸히 웃었다.

 

대타라니까.

 

“…….

 

강유미를 아는 사람을 곁에 둔, 이유지?

 

아니야. 그런 거.

 

민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거라면 아무라도 괜찮았어.

 

다행이네.

 

범이 민호의 앞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민호.

 

.

 

나 없이 될 수 있을 거야.

 

범아.

 

부탁이야.

 

범이 민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행복한 거 보고 싶어.

 

하아.

 

민호가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네 곁이 행복해. 그 자리가 제일 좋아.

 

결국에는 불행해질 거야.

 

범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 결국 우는 거 나는 못 봐.

 

그래서 네가 아프겠다고?

 

.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플 수 있으니까.

 

어째서?

 

여태 그랬으니까.

 

!

 

범이 민호의 눈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행복했어.

 

정말 가려는 거야?

 

.

 

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가려고 하는 거야.

 

?

 

민호가 따지 듯 물었다.

 

꼭 그렇게 가야만 하는 거야?

 

.

 

범이 미소를 지으며 민호의 볼을 쓰다듬었다.

 

꼭 가야 해.

 

어째서?

 

이게, 유일한 나의 선택일 테니까.

 

!

 

이제 너를 놓아줄게.

 

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날 아프게 생각하지 않도록 할게.

 

그러지 말라고!

 

돌아서는 범의 허리를 민호가 안았다.

 

이러지 마.

 

너 유미 대타 아니야.

 

민호의 눈에서 눈물이 연신 흘렀다.

 

너는 그저 김범이야.

 

말도 못 하잖아.

 

말 할게.

 

!

 

범이 멈칫했다.

 

, 뭐라고?

 

다 말 한다고.

 

민호가 외치 듯 속삭였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지 마.

 

민호야.

 

나 정말 더 아프기는 싫어.

 

민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사랑 떄문에 아프기 싫단 말이야.

 

 

 

이윤호, 너 떠날 준비 하고 있다며?

 

.

 

민정의 말에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하고 있어요.

 

왜 가려는 거야?

 

민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

 

.

 

윤호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

 

그 말 진심 아닌 거 보여요.

 

“…….

 

삼촌이, 좋으시잖아요.

 

너 정말 왜 그래?

 

다 보인다니까요.

 

윤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공연히 선생님 마음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윤호야.

 

진심이에요.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지금 너무나도 혼란 스러우시잖아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지금 혼란 스러워.

 

그래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있어야지.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있어 줘야지.

 

어째서요?

 

너에게 가고 싶으면 어떡해?

 

!

 

윤호는 출렁하는 기분이 들었다.

 

너에게, 너에게로 내 마음이 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럴 일 없어요.

 

윤호가 애써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벌써 흔들렸을 거예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 거잖아.

 

선생님.

 

윤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민정을 불렀다.

 

그런 건 사랑이 아니예요.

 

그럼?

 

연민.

 

!

 

동정.

 

!

 

안쓰러움.

 

, 그만해.

 

민정의 몸이 떨렸다.

 

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선생님.

 

?

 

사랑해요.

 

윤호가 민정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 윤호야.

 

그래서 떠나는 거예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자꾸만, 자꾸만 힘들어 하시잖아요.

 

, 나 안 힘들어.

 

민정이 더듬으며 말을 했다.

 

나 정말 괜찮아.

 

선생님.

 

.

 

선생님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 윤호야.

 

그리고 너무나도 좋으신 분이에요.

 

윤호가 민정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그래서 있으면 안 돼요.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민정이 따지 듯 물었다.

 

나 정말 나쁜 사람 되는 거잖아.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라고 이러는 거에요.

 

!

 

나쁜 사람 맞아서, 이러는 거라고요.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

 

정말 미워요.

 

“…….

 

선생님 정말 미워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그래서 사랑해요.

 

!

 

미워서 사랑해요.

 

두 사람의 입술이 부드럽게 부딪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