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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6 - [열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26. 11:40

 

 

 

추억에 살다.

 

 

Season 6

 

열다섯 번째 이야기

 

 

 

으유.

 

순재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서, 침대 옆에 놓여 있는 문희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이렇게 고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문희가 안쓰러웠다.

 

하아.

 

늘 자신 곁에서 고생만 하고, 이제는 확실히 늙다니.

 

그 할망구를 어떻게 해야 하지?

 

자신은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다.

 

 

 

아유, 민호 할머니 오셨어요?

 

.

 

문희가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바라봤다.

 

아무 거나 다 줘.

 

?

 

주문 받는 여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 무슨?

 

여기 있는 메뉴 다 주라고.

 

문희의 표정이 단호했다.

 

알았지?

 

, .

 

주문 받는 여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문을 넣었다.

 

 

 

할머니가?

 

.

 

범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 늙으시는 거 싫은데.

 

나도.

 

민호가 입을 내밀었다.

 

나 완전 다 키워주신 분인데.

 

하아.

 

범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어?

 

민호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었다.

 

우리 할머니가 늙으셨다는데 말이야.

 

안 늙는 할머니가 어디 있어.

 

범이 민호를 안았다.

 

그냥 받아들여 드려.

 

하아.

 

민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잖아.

 

민호야.

 

범이 민호를 안았다.

 

할머니 옆에 네가 있어 주면 되잖아.

 

하아.

 

 

 

말도 안 돼.

 

문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맛이 하나도 안 느껴져.

 

문희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 나 늙은 건가?

 

 

 

으유.

 

순재는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그 할망구 자기 나이 든 거 티 난다고 늘 고민하고 그랬는데, 거기다가 대고 늙었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은 무드가 없었다.

 

그걸 어떻게 달래준다.

 

 

 

어머? 어머니 오셨어요.

 

애미야.

 

.

 

이혼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

 

해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 이혼 할 거다.

 

문희가 힘주어 말했다.

 

더 이상 이 집에서 식모 나문희로 살고 싶지 않아. 나 이제 더 이상 이곳에서 있지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순간 순재가 호통을 쳤다.

 

누가 이혼해.

 

나랑 당신.

 

문희도 지지 않았다.

 

나 이집에서 안 살아.

 

나 참.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혼해줄 줄 알아?

 

할 거야!

 

문희가 고함을 뺵 지럴ㅆ다.

 

나한테 그 정도 자유도 없어?

 

어머니.

 

해미가 문희의 팔을 잡았다.

 

조금만 더 생각해 보세요.

 

이미 나 다 생각했어.

 

문희는 단호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마음대로 해.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대신 위자료는 없어.

 

받을 생각도 없었어요.

 

문희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애미야. 이혼 그거 어떻게 하는 거냐?

 

, 어머님.

 

 

 

삼촌 큰 일 났어.

 

?

 

만화책을 보던 민용이 시선을 돌렸다.

 

뭐가 큰일이 나?

 

할머니가 이혼하겠다고 난리 중이야.

?

 

민용이 벌떡 자리에 앉았다.

 

, 누가 이혼을 해?

 

 

 

어머니 일단 저랑 이야기 좀 하시고.

 

나는 혼자서도 마음대로 못 산단 말이냐?

 

문희가 가슴을 두드렸다.

 

나에게도 그 정도 자유 정도는 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요.

 

할머니 일단 참으세요.

 

범이 문희의 손을 잡았다.

 

그게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맞아요.

 

해미도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하아.

 

문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범아 물.

 

.

 

해미가 문희의 옆에 앉았다.

 

어머니.

 

 

 

누나.

 

? 윤호야.

 

짐을 싸던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너는 짐 다 쌓어?

 

이제 싸야죠.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싸야지.

 

저기, 물어볼 게 있어요.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

 

삼촌 다 잊으셨어요?

 

!

 

신지의 눈이 흔들렸다.

 

,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누나 삼촌 다 잊으신 거냐고요.

 

윤호의 목소리에는 살짝 힘이 있었다.

 

정말 그 생활 전부 다 잊으신 거예요?

 

. 도대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니?

 

신지가 얼굴을 붉히며, 윤호에게 다시 물었다.

 

그 이야기를 지금 해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냥, 그냥, 그냥 너무 궁금해서요. 그냥 궁금해요.

 

나 이미 다 잊었어. 그러니까 지금 결혼한다는 거잖아.

 

, 그러시군요. 정말로 누나는 삼촌 다 잊으신 거였군요.

 

윤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지를 봤다.

 

그런데 왜 자꾸 제 눈에는 신지 누나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일까요?

 

, 지금 너, 너 그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건지 아니?

 

. 저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잘 알고 있다고요.

 

윤호는 아래 입술을 꽉 다물고, 다부진 표정으로 신지를 향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에 말이에요. 누나 아직도 우리 삼촌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고요.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신지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 네 삼촌 잊었어.

 

거짓말.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눈에 보이는데요?

 

이윤호.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저 아직 선생님을 못 잊었어요.

 

!

 

신지의 눈이 흔들렸다.

 

,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만일 삼촌이랑 사랑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죠?

 

윤호의 눈에 여릿여릿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저 그러면 정말로 아플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하아.

 

신지가 윤호를 꼭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