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꿈을 삼켰을 때

권정선재 2014. 7. 16. 23:40

[신나는 공연] 꿈을 삼켰을 때

 

[꿈을 삼켰을 때] 공연 초대를 받아 보고 나서 쓰는 리뷰입니다.

 

신체극이라는 단어를 들은 그 순간 도대체 어떤 연극을 그리려는 걸까?하고 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씨어터 송에서 공연 중인 [꿈을 삼켰을 때]는 입을 쩍 벌리고 놀라움에 푹 빠져서 볼 수 있는 공연입니다. 사실 그 동안 씨어터 송은 늘 신선한 공연을 선사했습니다. 아무래도 좁은 공간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야 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로의 그런 공연장의 형식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욱 창의적인 공연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이번 [꿈을 삼켰을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페인에서 온 무 떼아뜨로라는 극단에서 만든 공연으로 신체 움직임을 통해서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낯선 국가에서 온 공연이라 다소 신기하고 이걸 어떻게 봐야할지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이내 몸을 이용해서 모든 이야기를 다 해주기에 이런 생각은 접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몸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저절로 입이 떡 벌어지게 되는 거죠. 공연이라는 것을 이렇게 묘사할 수도 있구나. 그러면서 말이죠. 그 동안 한국에서 나름 공연을 봤다고 생각을 했지만 말 그대로 충격적인 순간입니다.

 

부제 : When The Green Swallowed a Dream

  • 장소 : 씨어터 송

  • 기간 : 2014.07.01 ~ 2014.08.03 

  • 가격 : 2만원

  • 그렇다고 해서 신체극이라는 것이 단순히 무용과 같은 것이 아니기에 더욱 더 독특하게 다가옵니다. 파블로라는 인물의 하루를 따라가는 이야기인데요. 그가 출근을 하고, 양치를 하고 자신의 생일에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 그 순간까지. 그 다채로운 모든 순간을 공연 안에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두 명의 여자 배우와 한 명의 남자 배우가 선보이는데, 이들은 파블로가 되었다가 동시에 파블로의 직장 상사가 되기도 하고, 파블로의 애인이 되기도 하며 파블로의 엄마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묘한 상황 자체가 [꿈을 삼켰을 때]가 주는 매력이 될 겁니다. 특히나 처음에 악수를 청하면서 암 빠블로. 암 빠블로.’라고 인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당황스러우면서도 곧바로 공연에 들어가게 됩니다. 게다가 땀을 흘리면서 그 바닥에서 자유로이 움직이는 몸짓을 보면 멍하니 빠져들게 됩니다. 일종의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배우들의 몸짓을 보다 보니 이것이 대사가 거의 없는 데다가 그나마의 대사도 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스페인어라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그들은 얼굴과 행동으로 자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다 들려주고 있거든요. 관객이 마음만 열고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복한 경험입니다.

     

    게다가 음악도 곁들여져 있다는 것이 강점인데 이 음악을 배우들이 직접 부르고 만들어냅니다. 특히나 방송을 통해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즉석 녹음기는 참 독특합니다. 비트를 녹음하고, 덧입히고 가사를 입히는 것으로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거죠. 워낙 한국인이 흥을 좋아하는 민족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비트가 섞인 곡이 같이 들어오게 되니 정말로 푹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되어버립니다. 아무래도 신체극인 데다가 말을 알아들을 수 없기에 집중력을 순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바로 이 음악이 그 집중력을 붙들어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거죠. 게다가 여배우의 노래 솜씨도 꽤나 훌륭한 편입니다. 어떤 노래인지 궁금해서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음악 검색을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공연이다 보니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다시 듣고만 싶은 곡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소품만을 사용하고 무대 장치라고는 할 것도 없는. 딱히 배경도 설정하지 않았기에 뭐 이런 공연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이내 그 안에 푹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가 보던 공연과 다르지만 그 자체의 맛을 가지고 있는 거죠. 특히나 무대라는 것이 따로 없기에 배우들을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최고의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특하고 묘한 경험. 그리고 배우들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면 씨어터 송에서 열리는 [꿈을 삼켰을 때]가 어떠신가요?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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