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인사
“선생님.”
“어.”
엄마가 돌아가신지 어느 덧 49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데리고 갈 거죠?”
“당연하지.”
민정이 싱긋 웃었다.
“헤헤.”
윤호도 민정을 보고 마주 웃었다.
“그 날 내가 운전 할 게요.”
“아니.”
헤민이 고개를 저었다.
“힘들 테니까, 그냥 버스 타고 가자.”
“그래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시간 되게 빨리 간다.”
“그렇게.”
민정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 이상해졌다. 과거의 연인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서로에게 너무나도 큰 힘이 되고, 서로를 진짜 존중하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요즘 달래 씨 안 만나?”
“에? 그냥 친구라니까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나한테는 선생님 뿐이에요.”
“그럴까?”
“치.”
윤호가 시계를 본다.
“나 오늘부터 아르바이트 있어요.”
“그런데도 내일 가도 돼?”
“네.”
윤호가 싱긋 웃는다.
“내일 봐요!”
“그래!”
“어디서 커피를 배웠어요?”
“집에서요.”
“어머.”
윤호의 커피를 본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른다.
“너무 예쁘다.”
“헤헤.”
윤호는 라떼아트의 달인으로 불릴정도로 라떼아트 실력이 뛰어나다. 귀여운 곰, 하트, 별 모양 못 만드는 모양이 없다.
“사장님, 저 내일 못 나와요.”
“뭐?”
사장이 인상을 찌푸린다.
“왜?”
“일이 있어요.”
“안 되는데.”
“사장님!”
윤호가 사장을 바라본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휴가를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내일은 주말이잖아! 사람 많이 올 거 아니야.”
“딱 내일 하루만요.”
사장이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 따위로 할 거면 그만 둬!”
“사장님!”
“아르바이트 주제에 웬 말이 그렇게 많아!”
“!”
윤호의 얼굴이 굳었다.
“아르바이트 주제라니요?”
“맞잖아!”
“!”
윤호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리 아르바이트라지만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돈이 없어서 남의 밑에서 일하는 주제에!”
윤호가 냉수 한 컵을 사장의 얼굴에 부어버렸다.
“재주가 없어서, 남의 손을 빌리는 주제에!”
“이 개자식!”
“시끄러워요!”
윤호가 사장을 노려본다.
“여태까지, 저도 이렇게 더러운 데서 일하기 싫었거든요!”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 모여진다.
“더, 더러운 데라니!”
“와플 상자 열면 바퀴벌레들이 무도회장을 열고 있잖아요!”
“!”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너, 왜 거짓말 해!”
“제가 언제 거짓말 했어요?”
윤호가 사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딸기 잼에는 위에 곰팡이 핀 것만 걷어내고, 다시 썼잖아요! 내가 아무리 유통기한 지난 거라서 못 쓴다고 해도! 그래서 내가 억지로 손님들에게 생크림 바르시라고 권유하는 거 보고는, 일부로 딸기 잼 권하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딸기 잼이 발라져 있는 와플을 내려둔다.
“이 개자식!”
아이스크림 기계 한 번도 안 닦았다면서요!“
“!”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그만두겠어요. 저도 더 이상 이 더러운 데서 일을 못하겠어요. 그나마 내가 닦는 이 에스프레소기 추출기랑, 얼음 담는 곳 빼고는 청소도 정말 안하잖아요! 정말 이렇게 더러운 가게는 처음이에요! 전 날 팔다 남은 크레페도 다음 날 다시 팔고! 정말 더럽기 그지 없던 곳이에요. 여태까지 손님들에게 그런 거 판 저도 미친 놈이었어요! 당장 그만 두겠습니다. 진자 안 할 거예요!”
윤호가 앞치마를 바닥에 던지고 가게를 나왔다.
“하아.”
조금 더럽기는 했는데,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이었는데. 적성에도 잘 맞고, 이대로 그만두게 되다니.“
“이제 뭘하나?”
“저기요?”
그 때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네?”
웬 중년 부인이다.
“무슨 일이세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부인이 명함을 내밀었다.
“!”
‘호텔, 라이아 인사 담당자. 유지인.’
“저에게 왜?”
“이번에 호텔, 라이아가 서울에 진출합니다.”
“!”
“거기 카페에 일해주었으면 하는 군요. 할 마음이 있으면, 이번 주까지 연락해주기를 바라요. 꼭 같이 일해주길 바라요. 물론 우리는 청결하고, 휴식은 꼬박꼬박 챙겨주니, 못 쉴 생각은 안 해도 되요.”
“일 할게요.”
“네?”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할게요.”
“선생님.”
“어?”
“저 취직했어요.”
“취직?”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 이제 겨우 20살이잖아.”
“호텔, 라이아에 취직했어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라이아?”
윤호가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 축하해.”
헤민이 윤호를 꼭 껴안아줬다.
“이제 나도 자격이 되죠?”
“어?”
“선생님한테 청혼할 자격이요.”
“!”
민정의 볼이 붉어졌다.
“손 줘봐요.”
헤민이 손을 내밀었다.
“눈 감아요.”
민정이 눈을 꼭 감았다.
“!”
눈을 뜨자 예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예쁘죠?”
“어.”
“오늘 어머니께 말씀드려요.”
“그, 그래.”
“어머니! 저 왔습니다!”
윤호는 넉살도 좋게,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저희 결혼할게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정말 행복하게 해 줄게요.”
“엄마. 나 이 사람 정말 좋아. 결혼 할게. 엄마가 있을 때, 말 못해서 너무 미안해. 그런데, 이제 알게 되었어. 내가 이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다는 걸. 엄마가 이해해주기를 바라.”
민정이 싱긋 웃었다.
“야!”
언니가 소리를 친다.
“왜?”
“너 나보다 먼저 결혼하면 안 돼!”
“그런 게 어딨어?”
“야!”
윤호는 자매를 보며 싱긋 웃었다.
“여보세요?”
윤호가 휘핑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나다.”
“어머니!”
윤호의 표정이 굳었다.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구나.”
“네?”
“선생과 사귄다는.”
“!”
“맞는 게냐?”
“네.”
어머니가 잠시 말이 없었다.
“대단한 집 아이이냐?”
“아니요.”
“그럼 어떤 집 아이냐?”
“고아입니다.”
“!”
윤호의 목소리가 조금은 냉정하다.
“하지만 제가 정말 사랑합니다.”
“지금 장난을 하는 게냐?”
“어머니!”
“집에 데려와 보거라.”
“네.”
윤호가 무뚝뚝하게 전화를 끊었다.
“하.”
벌써 어머니가 아시다니. 윤호는 머리가 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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