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야기 하기

[사는 이야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 보았습니다.

권정선재 2008. 1. 29. 01:10

 

 올해 20살이 된 예비 대학생입니다.

 

 저는 다소 부끄럽지만, 단 한 번도 제 손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그렇게 돈에 큰 부담이 없었고, 항상 부모님께 손을 벌렸습니다.

 

 남자 아이지만, 화장품 같은 것을 좋아해서, 한 번에 10만원 씩 화장품을 사고도 전혀 비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난감 조립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한 번에 장난감을 5~6만 원씩 살 때도, 비싸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부모님이나 친척분들께서 항상 주셨으니까요. 크게 부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학교가 집에서 매우 가깝기에 교통비도 들지 않았고, 술과 담배도 하지 않았기에, 위의 사례들을 제외하고는 크게 돈이 들어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돈이라는 것이 그리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번다는 일이 그리 어렵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을 하고 등록금을 보니 500만원에 가까운 돈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원서비도 나올 것이고, 옷 값, 용돈 등도 필요할텐데, 더 이상 부모님께만 손을 벌리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아버지께 부탁을 드려서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호텔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순수하게 제 능력으로 얻은 일은 아니었지만요.

 

 그런데 생각보다 돈을 번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시간당 4300원인 월급을 받고, 호텔의 주방에서 일하고, 홀을 세팅하고, 나중에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처음에는 겨우 이정도 가지고라고 생각했던 일이 하루가 다 가고 나니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또한 평상시에는 음식을 그냥 버리고, 식당에서 음식 잔반에 일반 쓰레기도 함께 버리고는 했는데, 잔반 치우는 일을 하고 나니, 그런 일들이 얼마나 나쁜 일인 지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번 4만 3천원, 그나마도 바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이 되어야 받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돈을 번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일인가를 �달았습니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골랐을 신기하게 생긴 문구나, 전자 기기들도, 정말 비싸고 사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사먹던 3천원 짜리 로티보이의 캬라멜 마끼아또도, 3천원 씩이나 하는 비싼 물건임을 알았고, 예뻐서 모으던, 도라에몽, 포켓몬 등의 작은 핸드폰 악세사리 역시 굉장히 고가의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코카콜라를 한 병 사마시기 위해서는 수십 개의 접시를 비워야 하고,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세팅을 하고, 쓰레기를 버려야 하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먹기 위해서 수많은 컵들과 글라스를 식기 세척기로 씻어야 한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돈이, 이렇게 되니 정말 귀한 돈이구나, 허투루 써서는 안되는 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의 주위에서도 돈을 함부로 쓰시는 분이 있다면, 직접 일을 하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굉장히 쉬워보이는 일임에도 실제로는 쉬운 일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과 몸으로는 알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제 용돈이나마 제 손으로 스스로 벌어서, 소중히 한 푼 한 푼 감사히 여기며 써야 한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깨달은 소중한 일요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