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이야기 하기

[사는 이야기] 저희 어머니는 급식 아줌마입니다.

권정선재 2008. 6. 22. 21:36

 

 저는 올해 20살인 대학생입니다.

 

 저도 초등학교 다닐 때, 중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 다닐 때, 정말 급식이 맛 없었습니다.

 

 내가 만들어도 이거보다 잘 만들겠다. (나름 요리에 자부감 있었음)

 

 저희 어머니도 저와 같은 생각이셨습니다. 메뉴가 그게 뭐냐? 애들 신경 좀 써야지...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올해 급식 아줌마가 되셨습니다. 부천에 새로 생긴 S고등학교 급식실 아주머니가 되신 겁니다.

 

 그런데 급식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거 같지가 않답니다.

 

 정부에서 특정한 재료를 그 이상 쓰게 되면 제어를 한다고 하네요. 우리 학생들이 좋아하는 고기도 마음 껏 못 주고, 싫어하는 나물이 주 메뉴인 게 바로 그 이유랍니다.

 

단백질 몇 퍼센트, 뭐 몇 퍼센트.. 그런 식으로요.

 

 게다가 저희 어머니가 일하시는 부천의 S고등학교의 경우 올해 신설고인데다가, 영양사 선생님께서도 새로 부임받으신 분이라서 아주 의지가 대단하시답니다.

 

 한우로 모든 메뉴를 준비하시기로 한 거죠.

 

 그렇게 하다보니, 단가는 그대로고 재료의 질은 높아졌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자라나는 아이들이니만큼, 더 많은 것을 먹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 마음은 정말 잘 이해하지만, 그래도 배식하는 아주머니들에게 욕을 하고 그러지는 말아주십시오.

 

 그래도 자식들 다 있으신 분인데. 그런 욕 들으시면 기분이 좋을까요?

 

 지난 주에 아마 S고에서는 고로케가 나왔을 겁니다. 그거 어머니들이 전부 손으로 만드신겁니다.

 

 양파 볶으시고 감자 으깨시고, 빚으셔서 다 만들어 드린 거예요. 그런데 모자란다고 화를 내시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들도 우리 학생분들 더 많이 먹이고 싶어하십니다. 아무렴요. 다 제자식 같은 아이들인데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걸요. 학생 여러분들의 식단에는 일정량의 칼로리와 비율을 맞추어야만 하는 걸요.

 

 그리고 생선이 싫다고 하지만, 생선 어머니들도 만드시기 정말 어렵습니다. 기름 튀고, 정말 장난 아니에요. 그래도 단백질을 위한 거니까. DHA 들어서 아이들에게 좋은 거니까 요리하시는 겁니다.

 

 급식 하시는 어머니들 발 대부분이 엄지쪽 뼈가 튀어나와 계십니다.

 

 무거운 것을 들고 장시간 서 계시니까요...

 

 저희 어머니는 지난 번에 S 고에서 밥 배식하면서 밥 통 옮기시다가 사이에 손가락이 끼이셔서 피가 흥건해지셨습니다. 그래도 배식 다 하셨어요.

 

 일이시니까. 우리 아이들 배식해야 하니까...

 

 물론 급식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거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 밥처럼 힘들어요. 조금만, 조금만 우리 어머니들을 이해해주시면 안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