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여섯 번째 이야기
“저 어머니.”
“응?”
문희가 신지를 바라봤다.
“왜?”
“저 민정이가 살 곳이 없대요.”
“시, 신지야.”
민정은 살짝 신지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너 왜 그래?”
“가만히 있어 봐.”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복화술을 했다.
“그 동안 해외에서 여행만 다니다가 한국으로 오늘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당분간 살 곳이 없다는데.”
“이런.”
문희가 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요 어머니.”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옥탑방 비잖아요.”
“비지.”
“거기 민정이 쓰게 해도 될까요?”
“서 선생을?”
문희가 민정을 쳐다봤다.
“거기는 외풍도 심하고, 여자가 살기는 좀 그럴 텐데.”
“그래도요. 어머니 민용 오빠도 거기서 살았잖아요.”
“민용이야 남자잖아.”
문희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에요. 할머님,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괜히 걱정하실 거 없어요.”
“어머니.”
신지가 다시 재촉하자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뭐 상관 없지. 내가 그 방 만드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금 골방으로 썩고 있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알아? 거기에 사람이 살아준다고 하면 내가 더 고마운 거지. 나는 동의해.”
“고맙습니다. 어머니.”
신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자 문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고맙습니다. 할머니.”
“그래요.”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민호 녀석 하나 집에 없어서 집이 꽤나 적적했었는데, 다시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니까 너무 기쁘네.”
“어머, 어머니 문이 왜 열려 있을까?”
“애미야 너 왔냐?”
“어머니,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두시면 안 되죠.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말이에, 어머나!”
집으로 들어서던 해미가 입을 가렸다.
“어머, 이게 누구야?”
“안녕하세요?”
“서 선생님 아니야?”
해미가 민정을 꽉 끌어 안았다.
“외국에 있으시다면서요.”
“이번에 들어왔댄다.”
“어머.”
해미가 입을 가리며 놀라운 듯 민정을 바라봤다.
“드디어 돌아오셨구나.”
“그렇게 되었네요.”
“그래서 이번에 우리 집에서 머물게 했다.”
“자, 잠깐만요. 어머니.”
해미가 민정을 품에서 떼고 문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어요?”
해미가 눈을 깜빡였다.
“우리 집에 머물게 해요?”
“그래.”
“어디에요?”
“어디긴?”
문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집에 비는 공간이 여럿이니?”
“오, 설마 어머니.”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희를 바라봤다.
“옥탑방이요?”
“그래, 내가 만든 방인데 내 마음대로도 못 하니?”
“그건 아니죠. 어머니.”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 방에는 제 동생이 머물기로 했다고 말씀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가 이러시면 곤란하죠.”
“곤란하기는 뭐가 곤란하다는 거야? 너는 네 시애미가 하겠다는 일을 그리 사사건건 반대해야 속이 시원하겠냐?”
“저, 저기요.”
민정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가 방 구할.”
“선생님은 가만히 계세요.”
“가만히 있어!”
민정이 작게 끼어들려고 하자 문희와 해미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민정을 말렸다.
“너는 어쩜 그러니?”
“제가 뭘요, 어머니?”
해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시애미가 간만에 무슨 일을 좀 해보겠다고 그러는데 너는 꼭 그걸 그렇게 반대를 하고 나서야 겠냐?”
“아니, 제가 어머니꼐 이미 말씀을 드렸잖아요. 제 동생이 거기서 머물 것 같다고 말이에요.”
“그래도!”
문희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내가 선생님을 우리 집에 모시고 싶다고 말을 하잖아.”
“어머니.”
“집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여, 여보.”
“아버님.”
민정은 점점 더 당혹스러웠다.
“온 건물이 다 시끄럽게 이게 무슨 짓이야?”
“아니. 애미가.”
문희가 살짝 해미를 노려봤다.
“아유, 이거 서 선생님 아니십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민정이 어정쩡하게 순재에게 인사를 했다.
“도대체 왜들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선생님이 가실 곳이 없다고 그러세요.”
문희가 재빨리 선수를 쳤다.
“그래서 항상 비어 있는 우리 옥탑방에 들어와서 사시라고 했어요.”
“간만에 이 할망구가 마음에 드는 짓을 했구먼.”
순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해미는 당황했다.
“하지만 아버님. 그 방은 제 동생이 쓰기로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는 걸요?”
“응?”
순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때 말씀 드렸잖아요.”
해미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 동생이 이번에 회사 직원들 데리고 무인도에서 쇼를 하다가 회사도 말아먹고 쫓겨났다고 말이에요.”
“아.”
순재는 그제야 기억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동생을 우리 집 옥탑에서 재우기로 했었다고?”
“예.”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 때 어머니께서 약속을 하시고 제게 용돈까지 받아 가셨는데 이러시니까 정말 답답하네요.”
“용돈?”
순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다 늙은 할망구가 무슨 돈 쓸곳이 있다고 늘 자식들에게 그렇게 손을 못 벌려서 안달이야?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늘 그렇게 애미에게 손을 벌리면서 돈을 달라고 난리를 피우는 거야?”
“아니 내가 언제 돈을 달라고 난리를 피웠다고.”
“시끄러워!”
순재의 윽박에 문희가 움츠러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냐? 애미야.”
“네?”
자신의 편이 될 줄 알았던 해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선생님은 여기 계시잖냐?”
순재가 민정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휴.”
해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케이, 알았어요.”
해미가 문희를 바라봤다.
“대신 제가 드렸던 용돈 도로 주세요.”
“그런 게 어디 있냐?”
문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번 준 돈이면 땡이지.”
“어머님.”
해미가 팔짱을 끼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분명히 제 동생이 그 옥탑을 사용하게 될 줄 알고 어머니께 드렸던 돈이라고요. 그런데 아니라면, 당연히 그 돈을 제가 다시 돌려주셔야 맞는 거 아닌가요?”
“뭐해?”
순재도 문희를 재촉했다.
“그, 그게.”
“벌써 다 썼어?”
순재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문희를 바라보자, 문희가 고개를 숙였다.
“아니, 요즘 준하 잘 나가고, 친구들이 자꾸만 한 턱 쏘라고 그렇게 난리인데 어떻게 안 쏠 수가 있어.”
“이 할망구가 아주 미쳤구먼.”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주 미쳤어.”
“저, 저기요.”
그 순간 민정이 작게 손을 들었다.
“제가 그 돈을 윤호 어머니께 드리면 어떨까요?”
“저에게요? 선생님이 왜요?”
“그야, 그 방에 들어 사니까요.”
“그거 좋네.”
신지도 재빨리 끼어 들었다.
“어차피 그 방 월세는 안 받을 거잖아요.”
“흐음.”
순재는 미간을 찌푸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윤호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그럴 수는 없지.”
“그러니까요.”
민정이 싱긋 웃었다.
“어머니께서 할머님께 얼마 드렸는데요?”
“그럴 필요는 없는데.”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좋아요.”
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정을 바라봤다.
“오백이요.”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얼마요?”
민정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잔고를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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