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네 번째 이야기
“그래 이제 한국에서는 어떻게 할 거야?”
“어?”
민정이 신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살려고 돌아온 거 아니야?”
“글쎄?”
민정이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너 또 외국으로 나가려고 그래?”
“사실 외국에 있으면서 너무 좋았거든.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내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말이야.”
“그거야 좋겠지.”
“솔직히 한국은 그냥 궁금해서 일단 들어와 본 거였어. 일본에 있다가 이번에 몽골로 넘어가려고 했었거든. 그러던 찰나에 그냥 넘어가기 보다는 한국에 잠시 들리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을 해서.”
“그렇구나.”
신지의 얼굴에 묘하게 안도의 기색이 스쳤다.
“내가 있는 게 싫어?”
“어?”
신지가 순간 허를 찔린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인 네가 있는 게 왜 싫어?”
“그냥 네 표정이 그렇게 말을 하는 거 같아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있어.”
신지가 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제 한국에 있어도 되는 거잖아.”
“어?”
“민용 오빠도 이미 나와 결혼을 했고, 윤호는, 그래 윤호는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걸 거야. 윤호 너를 아직 잊지 못해서 많이 힘들어하지만 그건 네가 곁에 없었기 때문이었어. 네가 이렇게 곁에 있다면 달라질 거야.”
“모르겠어.”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나도 이 곳에 있고 싶어. 아무리 여행이 좋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아닌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야.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싶어.”
“그러면 있으면 되잖아.”
“하지만.”
민정이 고개를 들어 신지를 바라봤다.
“나로 인해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아프고 막 그런 거 정말 싫어. 이미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팠었잖아. 이제는 다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짓 하고 싶지 않아.”
“네 탓이 아니었잖아.”
“그래도.”
민정이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어디를 가나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런 사람인가 봐. 그러니까, 못 있겠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신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민정의 옆에 앉았다.
“그렇게 치면 나도 마찬가지잖아.”
“어째서?”
“내가 너와 민용 오빠를 만나게 한 사람이니까.”
“신지야.”
“그런 걱정은 하지 마.”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어.”
“그래도…….”
민정이 말 끝을 흐렸다.
“그로 인해서 네가 많이 아팠잖아. 나는 네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이 선생님 쉽게 보내지 못했어.”
“결국에는 보내줬잖아.”
신지의 눈빛이 따뜻하게 민정을 바라봤다.
“너는 오빠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놓아줬잖아. 나를 위해서 그래 줬던 거였잖아.”
“신지야.”
“그걸로 충분해.”
신지가 민정의 손을 잡았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많이 나쁜 년이라서 그렇게 쉽게 너에게 보내지 못했을 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보내지 못했었을 거야.”
“아니야.”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너도 나와 같이 행동했을 거야.”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만일 내가 너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오빠를 붙잡았을 거야. 내 마음이 중요했던 거니까.”
“신지야.”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사실 너에게 말 하지 않은 게 있어?”
“어?”
민정이 신지를 바라봤다.
“뭘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야?”
“너, 오빠랑 결혼하기로 했을 때 말이야.”
“응.”
민정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그때, 오빠가 그 결혼 사실을 말해줬었거든.”
“그런데?”
“울면서 붙잡았어.”
“!”
민정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저, 정말이야?”
“응.”
신지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는데, 나에게 그럴 자격 없는 거 알고 있었는데 어쩔 수가 없었어. 너도 오빠 많이 필요로 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 마음이 더 중요했으니까, 그랬으니까 어쩔 수가 없었던 거였어.”
“이해해.”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나 너에게 너무나도 고마워.”
“신지야.”
“나는 그렇게 너의 행복을 방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너는 안 그랬잖아. 너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줬잖아.”
“나도 붙잡고 싶었어.”
“그러지 않았잖아.”
신지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네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그만 둬. 그러면 더 나쁜 나는 견딜 수 없을 거야. 응?”
“그래.”
민정이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너도잖아.”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어?”
“꼭 떠나야 겠어?”
“후우.”
신지의 물음에 민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두 사람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글쎄.”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힘들어도 그건 오래 가지 않을 거 같아.”
“정말?”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있잖아. 정말로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 두 사람의 감정도 많이 무뎌졌을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괜찮을 거야. 나는 확신해. 두 사람 정말 괜찮을 거라고 말이야.”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민정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도 더 이상 도망 다니고 싶지 않아. 그저, 나도 함께 하고 싶어. 곁에서 있고 싶어 신지야.”
“네가 원한다면 그래. 네가 원하는데 누가 그거를 원하지 않겠어? 그냥 네가 하고픈대로 해.”
“신지야.”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삼촌 제발 나를 위해주면 안 돼?”
“이게 너를 위하는 거야.”
민용의 눈은 평소의 민용 답지 않게 너무나도 진지하다.
“너는 서 선생과 함께하면 할수록 행복하지 않을 거야. 내가 확신할 수 있어. 그건 분명한 사실이야.”
“우리는 더 이상 2년 전의 그런 바보들이 아니야. 다시 만난다면 분명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윤호야.”
민용이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더 이상 어린 아이처럼 굴지 마.”
“지금 어린 아이처럼 굴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삼촌이야! 지금 어린 아이는 삼촌이라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그저 어린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는 것 같아. 다르지 않다고.”
“삼촌.”
“내 말 들어.”
윤호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어째서 그래야 하는 거야?”
“뭐?”
“어째서 내가 삼촌 말을 들어야 하는 거냐고.”
윤호가 가늘게 떨며 민용을 노려 봤다.
“삼촌은 모든 걸 다 삼촌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내가 언제?”
“결국 선생님을 버린 건 삼촌이잖아.”
“!”
“선생님이, 선생님이 보내고 싶어서 가라고 했을 줄 알아? 선생님도 너무나도 많이 힘들었을 거야. 정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삼촌에게 떠나라고 말을 했을 거라고. 그런데 삼촌은 어떻게 했어?”
윤호가 울먹였다.
“그냥 가버렸잖아. 그렇게 삼촌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님을 두고 그냥 가버렸잖아. 그러면서. 그러면서 어떻게 말을 할 수가 있어? 어떻게 지금 선생님의 행복을 짓밟을 수 있어?”
“버린 게 아니야.”
민용이 변명을 하듯 말했다.
“결국은 버린 거잖아. 다시 선생님에게 돌아가지 않았잖아. 다시 작은 엄마를 선택했잖아. 그러면서도 선생님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거야? 그러면서도 지금 선생님을 버리지 않았다고?”
윤호가 코웃음을 쳤다.
“삼촌 지금 너무 뻔뻔한 거 알아?”
“
민용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지금 말이 심해지는 거 알아?”
“무슨 상관이야?”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나는 그저 지키고 싶어.”
“뭘?”
“나와 선생님.”
윤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다시 잃고 싶지 않아.”
“진짜 행복을 왜 못 보는 거야?”
“진짜 행복?”
윤호가 코웃음을 쳤다.
“그건 도대체 뭔데?”
“
“진짜 행복이 뭐냐고!”
윤호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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