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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 [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1. 15. 00:07

 

 

 

추억에 살다.

 

 

일곱 번째 이야기

 

 

 

이 미친 할망구가 그 많은 돈을 다 어디다가 쓰고 지금 돈이 없다고 난리야! 이 난리가. !

 

, 아니.

 

문희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알아요? 당신은 병원 일 그만두고 집에만 계시니까 그런 거 잘 모르시지, 나가서 친구들 좀 만나 보시면 그런 것쯤은 쉽게 알게 된다고요. 그거 뭐 큰 돈인가.

 

큰 돈이지!

 

순재가 뒷 목을 잡고 소파에 주저 앉았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그래.

 

신지가 놀란 표정을 짓자, 순재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물 좀 가져다 다오.

 

.

 

신지가 재빨리 부엌으로 달려갔다.

 

당신 괜찮아요?

 

시끄러.

 

순재는 눈을 감았다.

 

도대체 그 놈의 고부간의 사이는 언제 좋아질 거야?

 

흐음.

 

.

 

해미와 문희 모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주 죽겠어.

 

.

 

민정이 조심스럽게 다시 끼어 들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제가 언제부터 이 집에 들어와서 살 수 있는 건가요?

 

아무 때나 괜찮지.

 

문희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 방은 언제나 비어 있는 방이거든.

 

, 정말요.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늘부터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삼촌 제발 그만해.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삼촌이 이해가 안 돼.

 

윤호는 새빨개진 코를 훌쩍이며 민용을 바라봤다.

 

제발 내 일에 끼어들지 마.

 

그게 어떻게 네 일이야?

 

그러면?

 

윤호가 민용의 눈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삼촌 일이 될 수가 있는 건데?

 

이윤호.

 

제발.

 

윤호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 일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어. 괜히 또 삼촌이 끼어 들어서 이 일을 망치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그리고 삼촌이 괜히 이 일에 끼어들었다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긴 하지만.

 

윤호가 진저리를 쳤다.

 

삼촌이랑 작은 엄마 다시 헤어지는 거 싫어.

 

그럴 일 없어.

 

혹시 모르지.

 

윤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이미 한 번 헤어진 사이잖아.

 

이윤호.

 

그러니까 제발 나랑 선생님 사이에 끼어들지 말란 이야기야.

 

윤호가 두 손을 모았다.

 

어차피 삼촌이랑 선생님이랑 될 가망성도 없는데, 왜 내 가망성까지 그렇게 부숴버리려는 거야? 삼촌 너무 이기적이야.

 

다 너를……”

 

제발.

 

좋아.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나중에 왜 너를 안 말려줬냐고 징징거리면서 떼를 써도 나는 네 말 절대로 듣지 않을 거야.

 

좋아.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웃기시네.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서 선생 만나자마자 후회할 걸.

 

아니.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맹세해.

 

나는 네가 절대로 그럴 거라고 맹세한다.

 

삼촌.

 

오케이.

 

민용이 양 손을 들어서 손바닥을 보였다.

 

이런 논쟁 그만 하자. 괜히 힘만 들잖아.

 

좋아.

 

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용을 바라봤다.

 

대신 삼촌도 더 이상 이 이야기 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윤호가 민용의 눈을 들여다 봤다.

 

엄마에게도 이야기 하지 마.

 

흐음.

 

민용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할 거 같았냐?

 

.

 

오케이.

 

민용이 순순히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 기분이 굉장히 찜찜하다고는 이야기 하고 있지만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좋아 형수에게 말하지 않을게.

 

고마워.

 

하지만.

 

집을 향해 걷던 윤호가 다시 몸을 돌렸다.

 

너를 말리지 않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니야,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말릴 거야. 네가 다치는 건 싫으니까.

 

그래.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삼촌의 진심이라면.

 

진심이야.

 

조심해야 겠네.

 

윤호가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삼촌이 나를 막으려고 한다면 언제나 나를 막았던 사람이니까 말이야. 이번에도 그렇겠지?

 

그럼.

 

민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호를 바라봤다.

 

절대로 나를 쉽게 보지 마. 나는 네가 옳지 않은 걸 한다고 하면 절대로 못 참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알아.

 

윤호가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민정아 많이 놀랐지?

 

아니야.

 

신지의 걱정어린 물음에 민정이 미소로 답했다.

 

다행이다. 집을 구해서.

 

그러게.

 

신지도 씩 미소를 지었다.

 

너 당분간 한국에서는 뭐 할 거야?

 

?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봤다.

 

뭘 하다니?

 

일 같은 거 구해야 하잖아.

 

.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리고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아직 3월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잖아. 지금 당장 학교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당분간은 좀 쉬어야지. 안 그래?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민정아.

 

?

 

민정이 신지의 눈을 들여다 봤다.

 

왜 그래?

 

준이 좀 봐줄 수 있어?

 

준이를?

 

.

 

신지가 씩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나 일 다니려고 했거든. 그러니까 사무실에 말이야. 사무실에서 나와 같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데, 준이가 있어서 그 동안 작곡 일을 겨우 집에서 야금야금 했었던 거거든.

 

신지가 간절한 표정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어떻게 안 될까?

 

당분간은 학교를 안 가니까 상관 없지만.

 

땡큐!

 

신지가 먼저 선수를 쳤다.

 

역시 너는 내 베스트 프랜드다.

 

, 그래.

 

민정이 어정쩡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왔습니다.

 

어머, 어떻게 둘이 같이 와요?

 

민용과 윤호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며 해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게 됐습니다. 형수님.

 

민용은 여전히 틱틱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려는 찰나에.

 

기쁜 소식.

 

?

 

?

 

민용과 윤호가 해미를 돌아봤다.

 

기쁜 소식이라고요.

 

뭐가 기쁜 소식인 건데요?

 

.

 

해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모르셔도 됩니다.

 

엄마!

 

형수!

 

오케이.

 

해미가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그냥 말 해주면 되잖아요. 좋아요.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새 사람이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기로 했어요.

 

외삼촌 들어오기로 한 건 알고 있어.

 

아니.

 

다시 돌아서려던 두 사람이 멈칫했다.

 

외삼촌이 아닌데?

 

그럼?

 

윤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