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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2. 27. 00:05

 

 

 

추억에 살다. Season 2

 

 

네 번째 이야기

 

 

 

윤호는 좀 어때?

 

신지의 질문에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때문에 윤호가 아프다니까 나 너무나도 미안해.

 

윤호 안 되는 거야?

 

.

 

민정이 치킨 버거를 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어린 아이잖아. 우리에 비해서 너무나도 어린 아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받아 줘.

 

민정이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은 나를 사랑한다고 하겠지만, 곧 실증 낼 거야. 나는 알아.

 

아닐 거 같은데?

 

신지가 포테이토를 집으며 말했다.

 

윤호 절대로 안 변해.

 

신지야.

 

모르겠어.

 

신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윤호 마음 진심이야.

 

그건 나도 알아.

 

민정이 치킨 버거를 내려 놓았다.

 

그래서 너무너무 미안한 거야.

 

정말 받아줄 수 없는 거야?

 

.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윤호의 마음, 받아줄 수 없어. 윤호는 너무나도 어리니까.

 

마음은 안 어린 거 알고 있잖아.

 

신지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민정아.

 

나도 모르겠어.

 

민정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아무 것도 모르겠다고.

 

알았어. 미안해.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민정의 손에 치킨 버거를 다시 쥐어주었다.

 

이런 이야기 하지 않을게.

 

알아.

 

민정의 신지의 눈을 바라봤다.

 

네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말이야.

 

민정아.

 

내가 윤호를 선택하면 이 선생님은 갈 곳이 없겠지.

 

민정이 치킨 버거를 도로 내려 놓았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신지를 바라봤다.

 

내 진심이 아니니까.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억지로 진심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신지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한 거니까.

 

신지야. 정말로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미안해 하지 마.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네가 미안해 하면, 나 정말로 네가 미워질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 네가 나 미워 안 하게 안 미안해 할 게.

 

.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어서 먹어. 집 계속 알아봐야지.

 

.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입 가득 치킨 버거를 물었다.

 

 

 

우와, 집이 이렇게도 없었나?

 

그러게.

 

민정이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우리가 살았던 아파트는 꿈도 못 꾸겠다.

 

그러게.

 

신지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민정아, 너 가진 돈 그게 전부야?

 

.

 

민정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일이 없잖아.

 

그래.

 

신지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 너도 그게 전부야?

 

.

 

신지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두 여자가 가지고 있는 돈은 모두 합친다고 해도 고작 5000만원이 채 못되었다. 이 돈으로는 서울 하늘 아래에는 죽었다 깨나도 집은 구할 수 없는 돈이었다.

 

전세는 어때?

 

안 돼.

 

신지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준이랑, 우리 둘 째 있잖아.

 

신지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애들도 있는데, 마구 돌아다니며 사는 건 안 된다고.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쩌지?

 

그러게.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우리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내일 다시 나오자. 많이 힘들지?

 

, 그래야겠다.

 

민정의 제안에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집 구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그러게.

 

신지가 터덜터덜 길을 걷는데, 민정이 따라오지 않는다.

 

민정아 뭐 해?

 

, 신지야 이거 봐.

 

뭘 봐?

 

신지가 다시 길을 따라 올라가서 민정이 보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뭘 보는 건데?

 

집 광고.

 

집 광고?

 

급하게 해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국 부동산 상황이 너무나도 안 좋다는 걸 알고, 그래서 일단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내놓습니다. 사실 이 가격도 단 번에 내놓으실 분 거의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전단지라도 붙여 봅니다. 슈퍼보다 조금 위에 있고요. 집은 한 번에 3000만원입니다. 기타 세금이나 그러한 것들은 모두 제가 내고, 경매 그런 거 하나도 안 붙어 있습니다. 전화 번호는 XXX-XXXX-XXXX입니다. 자세한 것은 전화를 통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민정아.

 

.

 

이거 대박인 거지?

 

그런 거지.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민정아, 지금 우리가 이 집을 놓치면 절대로 집을 다시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인 거지?

 

당연하지.

 

민정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돈이 얼마라고 했지?

 

5000만원.

 

그럼 이걸 사도.

 

2000만원이 남지.

 

오케이.

 

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 맞지?

 

.

 

민정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우리 지금 여기서 이럴 시간 없지?

 

.

 

달려!

 

신지가 낼름 종이를 뜯어서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 하하.

 

약도에 적힌 목적지 앞에 온 신지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집 맞냐?

 

, 그러게.

 

민정 역시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하늘 아래 아직도 이런 곳이 있기는 있구나.

 

여기 도시가스는 들어온대니?

 

아니.

 

주위를 둘러본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다 저 가스 통 쓰는데.

 

, 하하.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포기해야겠지?

 

, 하지만.

 

민정이 신지를 잡는다.

 

우리 이 집 아니면 갈 곳 없잖아.

 

설마 진짜 없으려고?

 

그렇게 돌아다녀 봤잖아.

 

민정의 눈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더 이상 돌아다닐 힘이나 있어?

 

, 아니.

 

그럼, 계약 하자.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아니잖아.

 

?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왠지 앤티크 하잖아.

 

앤티크?

 

신지가 코웃음을 쳤다.

 

이건 앤티크가 아니라 고물이라고.

 

그래도.

 

민정이 신지에게 팔짱을 꼈다.

 

나 정말 힘들어서 한 발도 못 걷겠다고.

 

하아.

 

신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야.

 

좋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는 거지?

 

.

 

민정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하자.

 

진짜지?

 

.

 

헤헤.

 

민정이 해맑게 웃었다.

 

정말 다행이다.

 

이거 원 다행인 건지.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뭐 썩 나쁘지는 않겠지?

 

그럼.

 

신지가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가락을 가져가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