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블로그 창고

추억에 살다. Season 2 - [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2. 27. 00:06

 

 

 

추억에 살다. Season 2

 

 

다섯 번째 이야기

 

 

 

끼이익

 

누구세요?

 

, 안녕하세요.

 

신지가 황급히 손가락을 등 뒤로 감추었다.

 

무슨 일로 오셨죠?

 

집을 알아보려고요.

 

집이요?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봤다.

 

이 집 구매하시려고 오시는 분인가요?

 

.

 

민정이 신지의 앞에 나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 다행이에요.

 

남자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다음 달에 바로 출국을 해야 해서 집이 안 나가면 어쩌나 하고 되게 많이 고민했거든요.

 

다음달이요?

 

? 무슨 문제 있으세요?

 

, 아니.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남자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그렇게 써 놨는데.

 

어디요?

 

, 거기요.

 

신지가 다시 찬찬히 광고지를 읽어 보았다.

 

다음달 중순 쯤에 떠날 듯 합니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두고 있으신 분만 연락 주세요.

 

.

 

신지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민정아 가자.

 

?

 

우리는 당장 갈 집이 필요하잖아.

 

신지가 잔뜩 볼을 부풀렸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라고.

 

그래도 그 돈에.

 

서민정.

 

신지가 민정을 바라봤다.

 

우리는 지금 당장 살 집이 필요한 거야.

 

저기.

 

남자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끼어들 상황은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요?

 

집이 생각보다 넓어요.

 

남자가 살짝 자신의 몸을 비켜주었다.

 

일단 구경하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신지가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이 집 안 살 거니까요.

 

그래도 신지야.

 

민정이 살짝 신지를 바라본다.

 

집 구경이나 하자.

 

그러세요.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그냥 집 구경만 하는 거야.

 

.

 

민정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들어오세요.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문에서 완전히 비켜섰다.

 

나 참 집이 좋아봤…….

 

신지가 입을 다물었다.

 

, 민정아.

 

.

 

민정 역시 말을 더듬으며 대꾸했다.

 

집이 너무 좋다.

 

그러게.

 

신지가 입을 떡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달동네 맞냐?

 

, , 맞을 걸.

 

민정이 후다닥 뛰쳐나가서 다시 문패를 확인하고 나서 들어왔다.

 

맞아.

 

아 놔.

 

제가 건축학과거든요.

 

남자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제가 집을 조금 꾸며 봤어요.

 

조금이라고요?

 

신지가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건 완전 신도시 건설이잖아요.

 

고맙습니다.

 

남자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왜 들어오라고 하신 거예요?

 

, 건물이 두 채거든요.

 

남자가 반대편을 가리켰다. 남자의 말대로 집이 한 채 더 있는 형상이었다.

 

그래서 같이 일단 사셔도 될 거 같아서요.

 

우와.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민정을 바라봤다.

 

신지야.

 

, 하지만.

 

신지가 머뭇 거렸다.

 

그래도 모르는 남자랑 어떻게 살아?

 

그런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제 직업이 사진 작가거든요. 그래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해서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고 집에 붙어 있는다고 작업을 하고 그래서 귀찮게 해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흐음.

 

신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애인은 있으세요?

 

없습니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물론, 욕구 불만으로 이성을 잃지는 않을 겁니다.

 

, 누가 그런 것을 물어 봤어요?

 

당혹감에 신지의 얼굴이 붉어지자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신지 너도 부끄러워하는 구나?

 

시끄러워.

 

.

 

신지가 한 번 노려보자 민정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정말 이 집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죠.

 

물론입니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세요?

 

, 그건 아니지만.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계약 하죠.

 

다행이에요.

 

남자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진짜로 이 집 안 나가면 어떻게 하나 싶었거든요. 속으로 들어와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생긴 집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냥 이 집이 되게 후진 집이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그랬어요.

 

당연하죠.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꾸며 놓기 전가지는 이 집도 그랬다니까요. 정말, 못 봐줄 정도였죠.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돈은 어떻게 주시겠어요?

 

?

 

통장으로 넣어주시겠어요? 아니면 현찰로 주시겠어요?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계약은 내일 하는 게 어떨까요?

 

내일요?

 

.

 

신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는 일단 돈은 현금으로 드릴게요. 그게 더 쓰기도 편하실 테니까요. 하지만, 거래 계약서라든가, 이 집의 명의 그런 것들에 대한 것들도 좀 가져다 주실 수 있으세요? 확실한 게 좋은 거잖아요.

 

물론입니다.

 

남자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히 못 믿으시는 거 이해합니다.

 

고마워요.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희 언제부터 살 수 있는 건가요?

 

이야기가 끝나가는 분위기가 되자 민정이 황급히 질문을 던졌다.

 

저 방은 언제나 비어있으니까 아무 떄나 괜찮습니다.

 

그럼 오늘 괜찮아요?

 

?

 

,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와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민정이 잔뜩 볼을 부풀렸다.

 

너는 돌아갈 집이 있지만 나는 돌아갈 집이 없는 걸. 그러니까 나는 오늘부터 있을 곳이 필요하단 말이야.

 

나도 돌아갈 곳 없거든.

 

그러면 잘 됐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였다.

 

오늘부터 살자.

 

그래도 그건 좀.

 

신지가 남자의 눈치를 보자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그 쪽들이 편하신 대로 하세요. 저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마시고요.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 집 보러 올 사람도 없으니까요.

 

다행이다.

 

민정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캐리어들 옮겨드릴까요?

 

그래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짐가방을 방으로 옮겼다.

 

너 미쳤어?

 

?

 

민정이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재미 있잖아.

 

재미?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 번 만 더 재미 찾았다가는 죽겠다.

 

두 분 뭐하세요?

 

갑니다!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