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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여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2. 08:19

 

 

 

추억에 살다. Season 2

 

 

여섯 번째 이야기

 

 

 

엄마.

 

?

 

커피를 마시던 해미가 윤호를 바라봤다.

 

?

 

나도 독립할게.

 

?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윤호를 바라봤다.

 

뜬 금 없이 갑자기 독립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해미를 바라봤다.

 

형은 지금 대학교 갔다고 미국에서 혼자서 자취하고 있는데 나는 이럴 수 없잖아. 안 그래?

 

왜 그래?

 

해미가 서운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빠도 지금 외국으로 나가 있고, 이 엄마가 의지할 곳은 우리 막둥이 뿐인데 어디를 가려고 그래?

 

그냥.

 

윤호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이 집 분위기가 망가진 거 내 탓도 있잖아. 그러니까 이 집에서 좀 나가고 싶고 그래.

 

그게 왜 네 탓이야?

 

해미가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거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 아니잖아. 그 누구의 탓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고마워.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 독립하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 없어.

 

돈이나 그런 것은 어떻게 하고?

 

일단 가게를 팔려고.

 

가게를 팔아?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윤호를 바라봤다.

 

너 파티시에 한다고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했어? 그게 기특해서 자격증 따자마자 아빠가 가게를 내 준 건데 그걸 팔아?

 

거기 목이 좋잖아. 그래서 그거 팔고 그 돈으로 집도 구하고 일단 다른 사람 밑에서 일도 좀 해보려고.

 

윤호가 싱긋 웃었다.

 

엄마도 알다시피 내 성격이 조금은 제멋대로잖아. 그래서 이 성격도 죽이고 할 겸 말이야.

 

.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들 어른 다 되었네?

 

그런가?

 

.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엄마가 뭐 도와줄 건 없어?

 

.

 

윤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필요 없고, 그저 엄마가 내 편만 들어주면 돼.

 

그거야 아무 문제 없지.

 

해미가 윤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엄마는 언제나 윤호 네 편이잖아. 그거 모르고 있었어?

 

아니.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언제나 내 편인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

 

해미가 웃음을 터뜨리며 윤호의 볼을 꼬집었다.

 

아직도 이렇게 아이 같은데.

 

내가 좀 한 동안하지?

 

?

 

해미가 싱그럽게 웃었다.

 

그래서 언제 나가려고?

 

사실 말이야.

 

?

 

윤호가 살짝 어색한 표정을 짓자 해미가 고개를 갸웃하며 윤호를 바라봤다.

 

?

 

이미 가게 팔았어.

 

?

 

해미가 군을 동그랗게 떴다.

 

, 언제?

 

지난 주에 내놨었는데, 워낙 목이 좋아서 그랬는 지 모르겠는데 금방 나가버렸어. 조금 더 걸릴 줄 알았거든.

 

하여간.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먼저 저지르고 보는 건 네 아빠나 너나 정말 어쩜 그렇게 한 치 오차도 없이 붕어빵이니.

 

헤헤.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돈은 얼마나 받았어?

 

꽤 받았어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있어도 괜찮아.

 

해미가 윤호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것도 그거고, 정말 저 많이 컸잖아요.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해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더 이상 어린 아이 이윤호로 남아있고 싶지 않아요. 선생님도 그래서 저를 선택하지 않으신 걸요. 더 이상 그렇게 어린 아이로 남아있고 싶지 않아요. 계속 그렇게 어린 아이라면 평생 사랑은 하지 못할 지도 몰라요.

 

아니.

 

해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아들 너무나도 매력적이라 모든 여자들이 푹 빠질 걸?

 

엄마라서 하는 말인 거 알아요.

 

.

 

해미가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리 아들 정말 매력있어.

 

고마워요.

 

진짜야.

 

해미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윤호를 꼭 안았다.

 

많이 힘들어?

 

조금요.

 

힘들어하지 마.

 

해미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사랑이라는 거 원래 많은 거잖아.

 

엄마.

 

?

 

해미가 몸을 떼고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불러?

 

저 선생님 포기 안 했어요.

 

!

 

해미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포기하지 않아서 나가는 거예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계속 이 집에 있으면 삼촌이랑 부딪힐 테니까요.

 

윤호야.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윤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사랑이라는 걸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이라는 말을 해도 되는 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사랑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곁에 멋진 남자로 서 있고 싶어요.

 

그래.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 너무 멋있어.

 

웃기죠?

 

아니.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안 웃겨.

 

웃어도 돼요.

 

윤호가 쓸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린 아이 사랑이잖아요.

 

누가 그래?

 

해미가 윤호를 다시 안아주었다.

 

사랑은 누가 하든 아름다운 거예요.

 

엄마.

 

아들 힘 내.

 

해미가 따뜻하게 말을 했다.

 

우리 아들 사랑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돌팔매질 하고 나쁜 사랑이라고 말을 하더라도 이 엄마는 우리 아들 사랑이 이 세상의 그 누구의 사랑보다 아름다워 보여. 다른 사람들이 돌은 던지면 던지라고 그래.

 

해미가 윤호의 등을 쓸어주었다.

 

이 엄마가 그 돌 다 막아줄게.

 

고마워요.

 

고맙긴.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에게는 고맙다는 말 하는 거 아니야.

 

아니요.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가족끼리는 그런 말 더 많이 해야 해요. 그래야 서로의 마음을 알고 더 따뜻하게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거잖아요. 서로가 가족이니까 가장 잘 알거라고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는 더 많이 아플 거예요.

 

윤호가 해미를 꽉 끌어 안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저의 마음을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에게 모두 다 말을 한 거예요. 조금은 알아주십사 하고 말이에요. 그게 어떻게 다가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정말 다행이에요.

 

뭐가?

 

엄마가 있어서요.

 

윤호가 씩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힘이에요.

 

정말?

 

.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엄마가 반대할 거 같았어요.

 

?

 

그냥요.

 

윤호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합리적인 사랑이잖아요.

 

어머.

 

해미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랑을 한 번도 안 한 거 같아?

 

흐음.

 

윤호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

 

해미가 가볍게 윤호를 흘겨 보았다.

 

그러면 엄마 삼촌 편 든다.

 

농담이에요.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힘들 거 같아요.

 

그럴 거야.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힘 내.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럴려고요.

 

윤호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