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2
여덟 번째 이야기
“미, 미안해. 내가 괜한 걸 물었나 봐.”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네가 일부러 물어본 것도 아니잖아. 너도 몰라서 물어본 거였는데 뭐. 그리고 나 이혼한 거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
“아.”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말이야. 왜 이혼했는지 물어봐도 돼?”
“그, 그건……..”
신지가 살짝 말 끝을 흐렸다.
“조금 곤란한데.”
“곤란하면 안 말해도 되고.”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 꺼내는 게 아닌데.”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먼저 너 결혼했는지 물어봤잖아.”
“그, 그래.”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민정이 손뼉을 한 번 쳤다.
“우와 그런데 되게 신기하다, 그냥 집을 구하러 와서 이렇게 고등학교 시절 동창을 다 만나고 말이야.”
“그러게.”
신지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게다가 우리의 집주인이라니.”
“아니지.”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말하면, 내일부터 이 집의 소유는 너에게 넘겨줄 거라고, 오히려 얹혀 사는 건 내 쪽이 될 걸?”
“흐음.”
신지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방세를 받아야 하나?”
“뭐?”
성현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너는 여전히 유쾌하다.”
“킥.”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딩동’
“누구지?”
벨 소리가 들리자 성현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그래.”
성현이 나가고 민정과 신지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잘 하면 조금 더 깎을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렇지.”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하고 나서 완전 우울모드로 돌아설 줄 알았는데, 하늘은 완전히 나를 버리지 않는 구나.”
“너 너무 명랑한 거 아니야?”
“뭐.”
신지가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우울모드로 눈물을 질질 짜고 있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 그리고 내 성격 못 그러다는 거 알고 있잖아?”
“뭐.”
이번에는 민정이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누구지?”
성현이 슬리퍼를 끌며 마당으로 나갔다.
“누구세요?”
“집 보러 왔는데요?”
“아.”
성현은 아차 싶었다. 분명히 처음에 집을 내 놓는다고 했을 때 옆 집의 아주머니가 이 동네는 그냥 한 군데에만 붙여야지 안 그랬다가는 나중에 집 팔고도 한참이나 지나서 집 구하러 사람들이 오기도 한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니 그 사실은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슈퍼마켓 앞에만 붙여놔서는 조금 미더웠다. 그래서 다른 곳에도 붙여 놓았는데 결국에는 이런 사단이 난 모양이었다.
“자, 잠시만요.”
성현은 한숨을 내쉬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냥 돌아가라고 하면 되는 거다. 그러면 되는 건데, 후우, 성현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잡이를 살짝 돌려서 문을 열었다. 웬 어린 아이가 서 있었다.
“여기 집 내 놓으셨죠?”
“그, 그게.”
“집 보러 왔습니다.”
소녀는 씩 미소를 지었다.
“가능하면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집이었으면 좋겠고요. 여기에 적으신 금액보다 정확히 500만원 더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오른 쪽 손을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다 쭉 펴서 성현의 눈 앞에 자랑스럽게 보였다.
“어떠세요?”
“그, 그게 말이죠.”
성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은 집이 나갔는데 말이죠.”
“네?”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성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 전단지 가져 올 때, 그 문방구 아저씨가 분명히, 정말로 분명히, 이 전단지 어제 붙였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떻게 바로 집이 나가요? 혹시 돈이 부족하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소년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바로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이거 문방구 아저씨께 여쭤보니까 대출이나 그런 것도 하나 없고, 깨끗한 상태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완전히 판매를 하시는 거라니까, 1000만원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성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소년 세상 물정 몰라도 너무나도 몰랐다. 그런 식으로 무조건 값을 높여 부른다고 해서 집을 구매한다거나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성현은 말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게 어디있어요?”
소년은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미, 민정아 이게 무슨 소리니?”
“뭐가?”
어느새 성현이 방 한 구석에 놓아둔 귤 상자를 찾아내서 양 볼 가득 귤을 담아 놓고 있던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봤다.
“소리가 나다니?”
“마당 말이야.”
신지가 조심스러운 일이라도 듣는 듯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성현이 목소리겠지.”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오랜 시간 잘 들어 왔던 목소리거든?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익숙한 그런 목소리인데 말이야.”
신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지?”
“이런 게 어디있어요!”
“!”
순간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미, 민정아. 드, 들었어?”
“으, 응.”
민정이 힘겹게 귤을 삼켰다.
“설마 저건?”
“
두 여자가 서로의 입을 틀어 막았다.
“도, 도대체 윤호가 여기를 어떻게 와 있는 거야?”
“그, 글쎼? 나는 윤호에게 집을 구하러 온다고만 말을 했지 여기로 온다는 말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걸? 혹시 네가 말을 한 거 아니야?”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쟤 오면 괜히 머리만 아파질 거 다 알고 있는데, 내가 미쳤다고 쟤를 이리로 부르겠냐? 내가 바보야?”
“그렇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윤호 쟤는 어떻게 온 거야?”
“모르지.”
신지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집을 구하러 온 거 같은데?”
“집?”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윤호는 자기 집 있잖아?”
“우리가 바보였어. 당연히 윤호도 그 집에서 견딜 수가 없겠지. 당연히 그 집에서 나오고 싶겠지.”
신지가 자신의 머리를 한대 콩 하고 쥐어 박았다.
“그걸 왜 몰랐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지?”
“뭘?”
신지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우리는 집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윤호는 이 집이 아니면 갈 곳 전혀 없고 막 그런 거 아니야?”
“웃기시네.”
신지가 잔뜩 볼을 부풀렸다.
“너 아주버님이 주식을 해서 돈을 얼마를 벌었는 지 아냐? 정말 우리나라 재벌 100대 안에 드실 정도로 돈 많이 버셨거든? 그런데 무슨 집을 구할 곳이 여기 밖에 없다고 말을 하냐?”
“그래도 말이야.”
민정이 자신의 검지를 물었다.
“막 독립 그런 거 있잖아?”
“미치겠네.”
신지가 입술을 내밀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꼬이냐?”
“그러게.”
민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 집에 내일 계약할 사람들이 와 있다는 거죠?”
“예.”
성현이 울상을 지으며 대답을 하자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제가 그 분들하고 이야기를 해서 제가 이 집을 계약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이 집을 제가 계약해도 무방하다는 건가요? 더 이상의 웃돈을 얹어 드리지 않고도 말이죠?”
“네.”
성현은 될 대로 되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만나게 해주세요.”
윤호의 눈이 반짝였다.
“집을 구해야죠.”
“알겠습니다.”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거 미친 거 아니야!”
신지가 벌떡 일어나려고 하자 민정이 신지를 붙잡았다.
“왜 그렇게 또 욱하고 그래?”
“우리에게 저 녀석을 데리고 오잖아.”
신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알아서 돌려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성현이 성격 워낙 소심하고 그랬잖아.”
“으유.”
신지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모르지.”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이 방에 있는 거죠?”
“하아.”
민정이 침을 삼켰다.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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