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2
아홉 번째 이야기
“윤호야 안녕?”
“!”
방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밝게 미소를 짓고 있는 민정 탓에 윤호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서,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너야 말로 여기 어떻게 있는 거야?”
“자, 작은 엄마?”
윤호의 목소리가 살짝 비틀어졌다.
“두 분이 왜 여기 계신 거, 서, 설마?”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가 설득을 하러 온 내일 저 분하고 계약할 두 명의 사람이 바로 나랑 민정이 이 두 사람이다.”
“푸하하하.”
윤호가 웃음을 터뜨리자 신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뭐가 웃겨?”
“재미있잖아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작은 엄마랑 저, 그리고 선생님 이렇게 세 사람 다 집을 나왔는데 결국에는 모두 같은 집에 있는 거잖아요.”
“그렇네.”
“
“피.”
민정은 신지의 매서운 눈빛에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면 윤호 너는 다 알고 있겠네? 우리가 이 집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는 거 말이야.”
“그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윤호가 씩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서자 신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지금 뭐 하려고?”
“뭘 하긴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까 이 집 주인 분의 말씀 못 들었어요? 내일 계약하기로 한 사람들하고 잘 협의를 하라고 했잖아요. 협의 해야지요.”
“협의?”
신지가 코웃음을 쳤다.
“절대로 안 돼.”
“어째서요?”
“우리는 갈 데가 없으니까.”
“저도 없거든요.”
윤호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오히려 작은 엄마야 말로 어른이니까 포기하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어른이 돼서 치사하게 애가 살려고 하는 집 빼앗으려는 거예요?”
“어머,”
신지가 눈을 깜빡이며 미소를 지었다.
“너는 이제 애 아니라며? 그렇게 말 했잖아.”
“그래도 작은 엄마보다는 어리잖아요.”
윤호가 입을 잔뜩 내밀면서 말을 했다.
“다 늙어 가지고.”
“뭐?”
신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아무튼 절대로 안 돼!”
“저, 저기 말이야.”
순간 성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
“뭐.”
“좀 알아요.”
신지와 윤호가 싸늘한 기류를 풍기며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듣기에 이 소년이 신지 너에게 작은 엄마라고 부른 거 같은데?”
“맞아.”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내가 이번에 이혼하기로 한 그 망할 놈의 조카가 바로 저 녀석이야.”
“아.”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너는 여기에 어떻게 온 거야?”
“우연히요.”
윤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하자 신지가 발끈했다.
“너 우리 뒤 밟았지?”
“아니거든요!”
“뭐가 아니야?”
“그, 그만 좀 해.”
민정이 황급히 신지를 말렸다.
“신지 너 왜 그래? 어차피 이 집 무지하게 크잖아.”
“그런데?”
“같이 살면 돼지.”
“뭐?”
민정의 말에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정을 바라봤다.
“너 미쳤어?”
“왜?”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보자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가 왜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건데?”
“저 떄문은 아니잖아요.”
“!”
윤호의 무거운 얼굴을 본 신지가 심호흡을 했다.
“그래 윤호야. 너 때문은 아니야. 하지만 나 너를 보면 자꾸만 민용 오빠 생각이 나. 민정이도 마찬 가질 거고.”
“난 아닌데?”
“
민정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그러니까 너 그냥 포기해주면 안 될까? 어차피 너는 개학하면 학교로 돌아가도 되잖아.”
“휴학했어요.”
“뭐?”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윤호를 바라봤다.
“혀, 형님은 뭐라셔?”
“좋대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작은 엄마도 알고 계시잖아요. 엄마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거 말이에요.”
“그, 그렇지.”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거야?”
성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민정이 말 대로 그냥 세 사람이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야? 사실 이 집 구조상 마당으로 나오지 않는 한 만날 일이 없다고.”
“아니, 화장실이라던가, 씻고. 막 그러려면.”
“봐.”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신지가 다시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부엌이 보였다.
“이, 이게 뭐야?”
“헤헤, 사실 이 집을 처음 꾸몄을 때 사실 마당 한 가운데에다가 벽을 세워서 집을 팔 생각을 했었거든. 그런데 막상 팔려고 하니까 너무나도 아까워서 말이야. 아무튼 양 쪽은 독립된 공간이라고.”
“됐죠?”
“후우.”
윤호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본 신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나도 웃긴 일이잖아.”
“어째서?”
민정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도 살 곳이 필요하고 윤호도 살 곳이 필요한 거잖아? 만일 우리 둘이 다 이 집에서 살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윤호를 살게 하자.”
“뭐?”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기가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냐?”
“사실 그렇잖아.”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어른이니까 집을 구하기도 더 쉬울 거 아니야. 윤호는 아직 아기고 말이야.”
“아, 아기?”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큰 사람을 아기라고 불러도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면.”
“같이 살아요.”
윤호가 씩 웃었다.
“선생님 괜찮죠?”
“어?”
갑작스러운 윤호의 물음에 민정이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게.”
“저에게 아무런 마음도 없다고 말씀 하셨잖아요.”
윤호가 씩 웃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우리 같이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오케이!”
성현이 박수를 한 번 치며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제 대충 복잡한 문제는 해결이 된 거지?”
“그런 거 같네.”
신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아니야. 윤호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네가 내 제자인데 선생님이 되어서 제자를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헤헤.”
윤호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코 아래를 비볐다.
“그럼 이제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야?”
“뭐가?”
신지가 성현의 얼굴을 바라보자 성현이 살짝 움찔했다.
“계약이 어떻게 되냐니?”
“뭐, 이 집을 사거나 그런 금액이나 막 그런 거 말이야.”
“이 집의 계약은 내가 하는 거야.”
신지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리고
“네?”
“너는 이제부터 이 집에 세들어 사는 거니까 다달이 나에게 월세를 내면 되는 거야. 오케이?”
“워, 월세라니요?”
“다달이 100만원.”
“네?”
윤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집이 얼마 짜리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신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싫으면 나가.”
“진짜 작은 엄마 무지하게 치사하다.”
“이제 알았냐?”
“네.”
윤호가 볼을 부풀리며 대답을 하자 신지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시집살이 하나는 잘 했어.”
신지가 윤호를 바라봤다.
“그래서 어쩔 거야?”
“알았어요.”
윤호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번 달은 공짜에요.”
“뭐.”
신지는 한 번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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