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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3. 22:14

 

 

 

추억에 살다. Season 2

 

 

아홉 번째 이야기

 

 

 

윤호야 안녕?

 

!

 

방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밝게 미소를 짓고 있는 민정 탓에 윤호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너야 말로 여기 어떻게 있는 거야?

 

, 작은 엄마?

 

윤호의 목소리가 살짝 비틀어졌다.

 

두 분이 왜 여기 계신 거, , 설마?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가 설득을 하러 온 내일 저 분하고 계약할 두 명의 사람이 바로 나랑 민정이 이 두 사람이다.

 

푸하하하.

 

윤호가 웃음을 터뜨리자 신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뭐가 웃겨?

 

재미있잖아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작은 엄마랑 저, 그리고 선생님 이렇게 세 사람 다 집을 나왔는데 결국에는 모두 같은 집에 있는 거잖아요.

 

그렇네.

 

서민정.

 

.

 

민정은 신지의 매서운 눈빛에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면 윤호 너는 다 알고 있겠네? 우리가 이 집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다는 거 말이야.

 

그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윤호가 씩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서자 신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지금 뭐 하려고?

 

뭘 하긴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아까 이 집 주인 분의 말씀 못 들었어요? 내일 계약하기로 한 사람들하고 잘 협의를 하라고 했잖아요. 협의 해야지요.

 

협의?

 

신지가 코웃음을 쳤다.

 

절대로 안 돼.

 

어째서요?

 

우리는 갈 데가 없으니까.

 

저도 없거든요.

 

윤호가 볼을 잔뜩 부풀렸다.

 

오히려 작은 엄마야 말로 어른이니까 포기하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어른이 돼서 치사하게 애가 살려고 하는 집 빼앗으려는 거예요?

 

어머,

 

신지가 눈을 깜빡이며 미소를 지었다.

 

너는 이제 애 아니라며? 그렇게 말 했잖아.

 

그래도 작은 엄마보다는 어리잖아요.

 

윤호가 입을 잔뜩 내밀면서 말을 했다.

 

다 늙어 가지고.

 

?

 

신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아무튼 절대로 안 돼!

 

, 저기 말이야.

 

순간 성현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었다.

 

두 사람 아는 사이야?

 

.

 

좀 알아요.

 

신지와 윤호가 싸늘한 기류를 풍기며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듣기에 이 소년이 신지 너에게 작은 엄마라고 부른 거 같은데?

 

맞아.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내가 이번에 이혼하기로 한 그 망할 놈의 조카가 바로 저 녀석이야.

 

.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너는 여기에 어떻게 온 거야?

 

우연히요.

 

윤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하자 신지가 발끈했다.

 

너 우리 뒤 밟았지?

 

아니거든요!

 

뭐가 아니야?

 

, 그만 좀 해.

 

민정이 황급히 신지를 말렸다.

 

신지 너 왜 그래? 어차피 이 집 무지하게 크잖아.

 

그런데?

 

같이 살면 돼지.

 

?

 

민정의 말에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정을 바라봤다.

 

너 미쳤어?

 

?

 

민정이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보자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가 왜 그 집에서 나와야 하는 건데?

 

저 떄문은 아니잖아요.

 

!

 

윤호의 무거운 얼굴을 본 신지가 심호흡을 했다.

 

그래 윤호야. 너 때문은 아니야. 하지만 나 너를 보면 자꾸만 민용 오빠 생각이 나. 민정이도 마찬 가질 거고.

 

난 아닌데?

 

서민정!

 

민정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그러니까 너 그냥 포기해주면 안 될까? 어차피 너는 개학하면 학교로 돌아가도 되잖아.

 

휴학했어요.

 

?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윤호를 바라봤다.

 

, 형님은 뭐라셔?

 

좋대요.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작은 엄마도 알고 계시잖아요. 엄마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거 말이에요.

 

, 그렇지.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거야?

 

성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민정이 말 대로 그냥 세 사람이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야? 사실 이 집 구조상 마당으로 나오지 않는 한 만날 일이 없다고.

 

아니, 화장실이라던가, 씻고. 막 그러려면.

 

.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신지가 다시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부엌이 보였다.

 

, 이게 뭐야?

 

헤헤, 사실 이 집을 처음 꾸몄을 때 사실 마당 한 가운데에다가 벽을 세워서 집을 팔 생각을 했었거든. 그런데 막상 팔려고 하니까 너무나도 아까워서 말이야. 아무튼 양 쪽은 독립된 공간이라고.

 

됐죠?

 

후우.

 

윤호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본 신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나도 웃긴 일이잖아.

 

어째서?

 

민정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우리도 살 곳이 필요하고 윤호도 살 곳이 필요한 거잖아? 만일 우리 둘이 다 이 집에서 살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윤호를 살게 하자.

 

?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야기가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거냐?

 

사실 그렇잖아.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말 그대로 어른이니까 집을 구하기도 더 쉬울 거 아니야. 윤호는 아직 아기고 말이야.

 

, 아기?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큰 사람을 아기라고 불러도 되는 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면.

 

같이 살아요.

 

윤호가 씩 웃었다.

 

선생님 괜찮죠?

 

?

 

갑작스러운 윤호의 물음에 민정이 당황한 듯 얼굴이 붉어졌다.

 

, 그게.

 

저에게 아무런 마음도 없다고 말씀 하셨잖아요.

 

윤호가 씩 웃자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우리 같이 살아도 괜찮을 거 같아.

 

오케이!

 

성현이 박수를 한 번 치며 씩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제 대충 복잡한 문제는 해결이 된 거지?

 

그런 거 같네.

 

신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선생님.

 

아니야. 윤호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네가 내 제자인데 선생님이 되어서 제자를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헤헤.

 

윤호가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검지로 코 아래를 비볐다.

 

그럼 이제 계약은 어떻게 되는 거야?

 

뭐가?

 

신지가 성현의 얼굴을 바라보자 성현이 살짝 움찔했다.

 

계약이 어떻게 되냐니?

 

, 이 집을 사거나 그런 금액이나 막 그런 거 말이야.

 

이 집의 계약은 내가 하는 거야.

 

신지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리고 이윤호.

 

?

 

너는 이제부터 이 집에 세들어 사는 거니까 다달이 나에게 월세를 내면 되는 거야. 오케이?

 

, 월세라니요?

 

다달이 100만원.

 

?

 

윤호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집이 얼마 짜리인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신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싫으면 나가.

 

진짜 작은 엄마 무지하게 치사하다.

 

이제 알았냐?

 

.

 

윤호가 볼을 부풀리며 대답을 하자 신지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시집살이 하나는 잘 했어.

 

신지가 윤호를 바라봤다.

 

그래서 어쩔 거야?

 

알았어요.

 

윤호가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번 달은 공짜에요.

 

.

 

신지는 한 번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