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2
열 번째 이야기
“누, 누구랑 같이 살아?”
“선생님이랑 작은 엄마.”
“어머.”
해미가 입을 가렸다.
“누, 누구랑 같이 산다고? 동서랑 서 선생님?”
“응.”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그렇게 살려고 한 건 아닌데, 어떻게 집을 구하다가 보니까 결국에는 그렇게 되었네.”
“안 돼.”
“어?”
주스를 먹던 윤호가 고개를 들어 해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안 된다니?”
“안 된다고.”
해미가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미쳤어? 어떻게 너 동서랑 서 선생님이랑 살 생각을 해?”
“그게 왜 미친 거야?”
윤호의 눈이 슬프게 빛이 났다.
“엄마도 내 편이 아니었던 거야?”
“지금 네 편이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해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너랑 서 선생님 두 사람이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야. 윤호야 제발 조금만 더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 수는 없는 거야? 이건 문제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안 그래.”
윤호가 슬픈 눈으로 해미를 바라봤다.
“나는 선생님을 쫓아가지 않았어. 그저 우연히 만났을 뿐이라고. 정말 우연이었어. 그리고 우연이라는 게 나와 선생님을 붙여준 거잖아. 나는 이 우연의 힘을 믿어보고 싶단 말이야. 제발 엄마. 부탁할게. 이 우연, 하늘이 주신 거잖아. 내가 일부러 만든 일들이 아닌 거잖아. 하늘도 선생님과 내가 함께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하는데 왜 엄마가 안된다고 말을 하는 거야?”
“하늘이 너를 시험하려고 그런 걸 거야.”
해미가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일단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을 하고 다시 시작을 하거나 해야 할 거 아니야? 실 타래가 엉킬대로 엉켜 있는대 이렇게 실을 더 엉키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결국에는 끊어 버려야 할 거야.”
“나와 선생님이 함께 하는 게 바로 실타래를 푸는 길이야.”
윤호가 차분한 어조로 말을 했다.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하면 모든 어긋난 것들이 다 제자리로 돌아올 거야.”
“아니.”
해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엄마!”
윤호가 비명과 같은 것을 질렀다.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사실이잖아.”
해미가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솔직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야.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그래, 우연, 우연이라는 거 인정할 게. 하지만 그걸 인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인위적인 힘이 필요해. 하지만 너와 서 선생님이 그렇게 엮일 인연은 아닌 거 같아. 윤호야. 지금은 네가 물러서야 할 때야.”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내 편이라고 그렇게 못을 박듯이 말을 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두 사람이 다시 만나고 그러는 거까지는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거까지는 이해할 수 없어. 윤호야. 결국에 두 사람은 어긋나고 망가지고 말 거라고. 엄마말 들어.”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윤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로 그럴 일 없을 거야.”
“
해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엄마가 그 동안 살아온 것을 봤을 때 이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거야. 확신해.”
“왜 항상 엄마는 엄마가 하는 말만 옳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몰이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야?”
“뭐?”
해미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너 지금 그게 엄마에게 하는 말 버릇이야?”
“미안해 엄마.”
윤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허락을 받으러 온 거 아니야. 그저 엄마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
“그리고.”
윤호가 작게 미소 지었다.
“가능하면 엄마가 잘 되었다. 라고 말을 해줬으면 하고 왔을 뿐이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었을 뿐이네.”
“너랑 서 선생님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는 게 아니야. 두 사람이 정말로 서로를 사랑한다면 세상 그 누구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을 비난하고 손가락질 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 문제가 너무나도 심각한 상황이잖아. 너희 네 사람으로 인해서 집이 발칵 뒤집혔는데, 그랬는데 어떻게 그렇게 바로 서 선생님이랑 한 집에서 산다고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야? 윤호야.”
“서 선생님이랑 나랑만 사는 거 아니라고.”
윤호가 억울하다는 듯 말을 했다.
“우리 두 사람만 사는 거라면, 휴우, 그래 엄마 말 대로 문제가 생길 거야. 나도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니고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커다란 한 남자니까.”
윤호가 당당한 눈빛으로 해미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있는 어른이야. 그렇게 서투르고 어설프게 행동하지 않아. 그리고 작은 엄마도 함께 있어.”
“하지만.”
“결코 아무 일 없을 거야.”
윤호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걱정할 거 없어.”
“그런데 너무나도 걱정이 돼.”
해미가 안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분명 엄마는 우리 아들 너무나도 믿는데 걱정 돼.”
“괜찮아.”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하아.”
해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결국에 윤호 네 말은 지금 이 엄마가 아무리 너를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너의 마음은 돌리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지?”
“응.”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
“아니야.”
해미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까지 윤호 너를 그저 내 품 안에 자식으로만 생각하고 내가 마음대로 휘두룰 수 있다고 생각을 한 내가 바보지.”
“엄마.”
“민호도 떠나 버리고 되게 많이 힘들었잖아.”
해미가 씩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너는, 우리 막둥이는 끝까지 엄마의 옆에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결국 너도 크는데, 그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리고 이렇게 네가 다 큰 걸 알고 나니까.”
해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기쁘다.”
“울지 마.”
윤호가 어설픈 표정을 지었다.
“엄마가 울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괜찮아.”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니까.”
“엄마.”
“좋아서 우는 거야.”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막둥이가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서, 너무나도 행복해서 우는 거야.”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너무나도 미안해. 엄마 너무나도 머리 복잡하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
윤호가 해미의 손을 잡았다.
“한 번만 나를 믿어줘.”
“그래.”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믿을게.”
“엄마.”
“이 엄마가 안 믿으면 우리 윤호 누가 믿어?”
해미가 윤호의 앞 머리를 쓸어 넘겼다.
“정말 멋있네.”
“헤헤.”
윤호가 어린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나 엄마가 정말 멋있어.”
“고마워.”
해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동서는 뭐라고 해?”
“응?”
“괜찮다고 해?”
“으, 응.”
신지가 반대를 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애써 돌린 해미의 마음이 다시 어떻게 바뀔 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해미에게 거짓말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선의의 거짓말도 있지 않은가? 윤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거짓말을 했다.
“작은 엄마도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다행이네.”
해미가 싱긋 웃었다.
“사실 동서가 반대할까봐도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거든.”
“작은 엄마가 왜 반대를 해?”
“그러니까.”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엄마가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치.”
윤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사랑해.”
“엄마도.”
“그리고 미안해.”
윤호가 해미를 꽉 안았다.
“엄마 곁에 이제 더 이상 있어주지 못해서.”
“아니.”
해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든든한 남자가 되어서 엄마를 지켜주잖아.”
“엄마.”
“우리 윤호 잘 커줘서 고마워.”
해미가 윤호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엄마에게 모든 이야기 해줘서 고마워.”
“아니야.”
윤호도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내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줘서 고마워.”
“그건 엄마로써 당연한 걸.”
“그럼 나도 마찬가지야.”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에게 모든 걸 다 말하는 거 아들로써 당연한 거잖아.”
“아들.”
“엄마.”
해미의 얼굴 한 가득 웃음이 번졌다.
“그럼 내일 가는 거야?”
“오늘 갈려고.”
“오늘?”
해미가 몸을 떼고 윤호를 바라봤다.
“그럼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해미의 미소를 바라보며 윤호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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