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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열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4. 23:01

 

 

 

추억에 살다. Season 2

 

 

열한 번째 이야기

 

 

 

세 사람이 같이 산다고?

 

민용은 미간을 찌푸렸다. 네 사람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는데 이상하게 자신만 소외되는 기분이랄까.

 

하아.

 

민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신지는 자신이 이혼을 하자고 말을 꺼내서 이혼의 말을 듣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꼭 자신이 신지에게 이혼을 당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길.

 

이런 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다. 민정, 신지. 그 어느 쪽도 지금은 민용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두 사람 모두 너무나도 민용의 마음을 흔들어서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민용은 눈을 감고 벽에 기댔다. 서늘한 기운이 민용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하아.

 

자신이 잘못한 걸까? 민용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니, 애미야. 이게 무슨 냄새냐?

 

불고기요.

 

불고기?

 

문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해미를 바라봤다.

 

준이 애미 집 나가고, 집이 이 꼴인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고기를 다 볶고 난리야?

 

윤호 오늘 독립한데요.

 

?

 

문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해미를 바라봤다.

 

,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죠. 어머니.

 

해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윤호 이제 더 이상 이 집에서 지내지 않아요.

 

, 어머나.

 

문희가 뒤로 주춤주춤하면서 식탁 의자에 주저 앉았다.

 

, 갑자기 왜?

 

지도 큰 모양이죠.

 

해미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민호가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윤호도 많이 부러워했거든요. 자신도 떠나고 싶다고 말이에요. 사실 그 동안 윤호가 그냥 집에 붙어 있었던 건 솔직히 제 욕심이기도 했어요. 어머니.

 

그래도 말이다. 이건 너무나도 갑작스럽지 않니?

 

문희가 조심스럽게 해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혹시, 민용이랑 준이 애미 일 때문에 그런 거냐?

 

그런 것도 있고요.

 

해미가 살짝 코를 찡긋했다.

 

지도 선생님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이런 사단이 난 거잖아요. 할머니랑 할아버지에게도 너무나도 많이 미안하겠죠. 자기도 어느 정도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그러니까 어머니도 아무 말씀 하지 마세요.

 

그래도 그렇지.

 

문희가 넋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지한테 뭐라고 한다냐?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말이에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식탁에 수저를 내려 놓았다.

 

지도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나이일 텐데 무조건 잡아 놓는 것도 웃기잖아요. 그냥 내 보내려고요.

 

후우.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모르겠다. 전혀 모르겠어. 윤호, 떠나면 집이 휑하니 비어버린듯한 기분이 들 텐데 이걸 어쩌누?

 

저도 있고, 아버님도 있잖아요. 그리고 서방님도 있고요.

 

전 뺴주십시오.

 

?

 

그 순간 거실로 나온 민용의 말에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도련님을 빼 달라니요?

 

저도 이 집 나갑니다.

 

?

 

문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용의 얼굴을 바라봤다.

 

, 너는 갑자기 왜 집을 나간다고 말을 하는 거야?

 

저도 이 집에 더 이상 있을 수 없잖아요. 아버지 얼굴 보기도 좀 그렇고 말이에요. 그냥 집 나가려고요.

 

, 도련님.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갑자기 이러세요? 도련님께서 이러시면 안 되는 거잖아요.

 

왜요? 형수.

 

민용이 차가운 눈으로 해미를 바라봤다.

 

윤호는 집을 나간다고 하니까 얼씨구나 하고 내보내 주면서 저는 이 집에 붙잡으려는 이유가 뭡니까?

 

?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민용을 바라봤다.

 

이유라니요?

 

아무리 형수께서 그러셔도 윤호랑 서 선생 절대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아니 제가 못 이루어지게 할 겁니다.

 

도련님.

 

됐습니다.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도 윤호와 같이 집을 나가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저 역시 통보의 형식이고요. 그리고 엄마가 아닌 형수께서 제게 이래라 저래라 할 형편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죠.

 

흐음.

 

해미가 미간을 찌푸렸다.

 

도련님 도대체 왜 그러세요?

 

왜 그러세요?

 

민용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형수야 말로 왜 그러시는 겁니까?

 

도련님.

 

됐습니다.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거듭 말하지만 저 역시 그냥 통보입니다. 저 이 집 나갑니다. 더 이상 이 집에 안 있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그 순간 순재의 불호령이 떨여졌다.

 

이혼도 네 마음대로 하고, 모든 걸 그리도 네 마음대로 할 것이면 부모는 왜 있는 거야!

 

아버지.

 

민용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호 녀석도 이 집에서 나간다고요. 그런데 왜 저는 안 된다고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윤호는 애미의 허락을 받았잖아.

 

순재가 무덤덤하게 말을 했다.

 

윤호는, 자신의 부모의 허락을 받고 나가는 거다. 그런데 너는 아니잖냐? 포기 하거라. 독립은 절대로 안 돼.

 

싫습니다.

 

민용이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솔직히 아버지 지금 왜 제가 이 집을 나가는 걸 반대하시는 지 그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 너 이 놈.

 

아버지 더 이상 무섭지 않습니다.

 

민용이 무덤덤한 눈으로 순재를 바라봤다.

 

안쓰러울 뿐이죠.

 

!

 

순재의 얼굴이 굳었다.

 

, 네 이 놈!

 

아버지. 제발요.

 

민용이 순재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이제 더 이상, 저를 어린 아이 취급 하지 마세요.

 

어린 아이인데 어찌 하지 말라는 게야?

 

아버지!

 

날 죽여라.

 

아버지!

 

가지 말아라.

 

순재가 애잔한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준하도 없지 않느냐?

 

“…….

 

민용이 입을 다물었다.

 

제발.

 

죄송합니다.

 

민용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신지야.

 

?

 

짐을 정리하던 신지가 고개를 돌려 민정을 바라봤다.

 

바빠 죽겠는데 왜 불러?

 

그게, 나 아무래도 실수를 한 거 같아.

 

?

 

신지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민정을 바라봤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윤호 말이야. 이 집에 들어오면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서 들어오라고 그랬던 거거든?

 

그런데?

 

내가 이상해.

 

?

 

신지가 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두근 거린다고!

 

민정이 울상을 지었다.

 

윤호 그냥 학생이라고, 내 제자라고 애써 마음 다잡으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내 마음이 미친 듯이 요동을 친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해? 정말 나 미쳐 버릴 거 같아.

 

너 윤호 좋아해?

 

몰라>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저 윤호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말에 지금 마음이 두근두근 거려서 이러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내가 윤호를 좋아해서 이러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 신지야, 나 어떻게 해.

 

정말 서민정 너는 사람 머리 아프게 하는 데 무슨 재주가 있다니까.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꺠물었다.

 

일단 네 마음 오롯이 다 숨겨.

 

?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신지의 얼굴을 바라봤다.

 

내가 윤호를 좋아한다니까, 윤호가 나를 좋아하듯이?

 

그래서 사귈 거야?

 

, 뭐라고?

 

그래서 사귈 거냐고?

 

신지의 진지한 얼굴에 민정은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사귄다고 치자, 너 결혼할 거니?

 

, 결혼은.

 

거 봐.

 

신지가 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게 언제가 되든간에 너 결국에는 윤호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할 거잖아. 그러면서, 그러면서 어떻게 윤호에게 사귀자는 말을 할 수가 있어? 그리고 헤어지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거잖아.

 

그건 모르는 일이지.

 

몰라?

 

신지가 민정의 눈을 봤다.

 

너 정말 모른다고 말을 할 수 있어?

 

신지야.

 

숨겨.

 

신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윤호 사랑하면 숨겨.

 

후우.

 

민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야 하는 걸까?

 

그래.

 

민정은 마음이 무거워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