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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열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5. 00:07

 

 

 

추억에 살다. Season 2

 

 

열세 번째 이야기

 

 

 

그래서 결국에는 너도 나가야 겠다는 이야기냐?

 

.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죄송한 걸 아는 놈이.

 

순재가 한심하다는 듯 민용을 바라봤다.

 

제발 한 번만 더 생각을 해 봐라.

 

아니요.

 

민용이 고개를 저으며 순재를 바라봤다.

 

이미 충분히 생각을 한 겁니다.

 

하아.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왜 그렇게 엇갈릴려고만 하는 게냐?

 

제가요?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다른 사람들하고 하루라도 빨리 다시 조각이 맞춰지기를 바라고 있는 거 뿐이에요.

 

조각?

 

.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퍼즐은 이미 부숴졌어.

 

순재가 민용의 눈을 보면서 말을 했다.

 

그리고 그 퍼즐은 새로운 판을 짜고 있다고.

 

아니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대로입니다.

 

뭐라고?

 

순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찌 그리 확신하는 게냐?

 

아버지.

 

민용이 순재를 바라봤다.

 

제발 저 한 번만 믿어주시면 안 됩니까?

 

어떻게 믿어.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리 매일 사고만 치는 막내를.

 

당신 아직도 그러고 있어요?

 

, 엄마.

 

왜 또 들어와?

 

민용이 걱정 돼서 들어왔죠.

 

문희가 침대에 턱 하니 걸터 앉았다.

 

아니 여보, 얘가 이야기 한다고 마음 돌릴 애도 아니고 말이유. 그냥 보내줍시다. 우리가 평생 얘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시끄러.

 

순재가 못 마땅한 눈길로 문희를 바라봤다.

 

당신이 늘 그렇게 말을 하니까 민용이 자식이 이 모양 아니야? 다 당신 책임이야! 하여간.

 

, 아니 왜 또 나보고 그래?

 

문희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민용아 넌 나가.

 

?

 

순재가 눈을 치켜 뜨며 문희를 바라봤다.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

 

끝나기는 할 이야기유?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돌고 돌고 다시 돌아서 원래대로 돌아올 이야기를 왜 자꾸 해서 당신도 진이 빠지고 애도 지치게 만들어요. 그냥 애가 하게 두면 되는 일 가지고 왜 이렇게 골을 썩이냐고요.

 

당신은 이혼이 아무렇지도 않아?

 

누가 그렇대요?

 

문희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슬퍼요.

 

그런데?

 

할 수 없잖아요.

 

문희가 민용을 바라봤다.

 

그건 민용이가 결정할 일이에요.

 

웃기네.

 

순재가 민용을 바라봤다.

 

민용이 너 이 자식, 정말로 이혼하고 이 집 나갈 거냐?

 

.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아버지께서 안 된다고 하셔도 그럴 겁니다.

 

고얀.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결국 이 애비를 이겨 먹겠다는 거지?

 

그런 게 아니에요.

 

민용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는 왜 늘 그렇게 생각하세요?

 

내가 뭘?

 

항상 그러시잖아요.

 

민용이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제 일입니다.

 

네 일?

 

순재의 얼굴이 굳었다.

 

그래서 부모를 무시해도 좋다는 거냐?

 

누가 무시한대요?

 

민용이 고개를 저으며 순재를 바라봤다.

 

아버지랑 엄마 무시 안 해서 이렇게 다 말씀 드리는 거잖아요. 무시 했으면 그냥 제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그냥 행동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 다 미리 말씀 드리면서 행동하잖아요.

 

윤호를 아프게 하고 싶냐?

 

!

 

순간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 당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

 

순재가 문희에게 핀잔을 줬다.

 

민용이 너 네 조카에게 상처 주고 싶어.

 

아버지.

 

말 해!

 

순재가 호통을 쳤다.

 

어서 말해 보라고.

 

“……”

 

민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상처 주기 싫은 놈이 그렇게 행동해?

 

아버지.

 

민용이 순재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저 상처 주고 싶으세요?

 

?

 

그렇잖아요.

 

민용이 빤히 순재를 바라봤다.

 

아버지는 왜 이렇게 저를 힘들게 하세요?

 

, 고얀.

 

부탁입니다.

 

민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하겠다는 것 좀 믿어주세요.

 

그럽시다.

 

가만히 좀 있으라고.

 

순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민용아.

 

.

 

어떻게 해야 하겠냐?

 

?

 

순재가 민용을 올려다 봤다.

 

어떻게 해야 하겠어?

 

아버지.

 

말 좀 해 봐라.

 

순재의 표정은 간절했다.

 

나는 너랑 윤호 사이 벌어지는 게 싫어.

 

왜요?

 

민용이 따지 듯이 물었다.

 

어째서 저보다 윤호가 우선입니까?

 

?

 

순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 아닙니까?

 

민용이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릴 적에는 형에게 뒤쳐져 늙어서는 조카에게 뒤쳐집니까?

 

그런 게 아니야.

 

아니긴요.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항상 그러셨습니다.

 

아니라고.

 

순재가 눈을 감았다 떴다.

 

어떻게 해야 마음 돌리겠느냐?

 

안 돌립니다.

 

그만 하라고요.

 

문희가 다시 한 번 순재를 말렸다.

 

왜 자꾸 민용이에게만 그래요?

 

민용이 뿐이니까.

 

!

 

순간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민용이만 내 말 듣는 자식이니까.

 

, 여보.

 

순재가 다시 민용을 올려다봤다.

 

정말 안 되는 거냐?

 

죄송합니다.

 

정말로?

 

.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결심한 일이에요. 아버지.

 

하아.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로 안 되는 일이라고?

 

.

 

민용은 다시 한 번 힘주어 대답했다.

 

아무리 아버지께서 그러셔도 안 돼요.

 

부탁이다.

 

!

 

, 아버지.

 

순간 순재가 민용에게 무릎을 꿇었다.

 

민용아 제발 부탁이다.

 

당신 일어나요!

 

문희가 황급히 순재의 팔을 잡았다.

 

어서요.

 

아니.

 

순재는 고개를 저었다.

 

민용이 저런 건 내 죄야.

 

아버지.

 

민용아.

 

순재가 다시 고개를 올려서 민용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