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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열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5. 00:06

 

 

 

추억에 살다. Season 2

 

 

열두 번째 이야기

 

 

 

숨겨야 하는 거라고.

 

민정은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신지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그 누구보다 민정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하아.

 

숨겨야 하는 게 맞았다. 자신의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고백하면 안 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러기에 자신의 마음은 이미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윤호야.

 

민정은 살짝 눈을 감았다.

 

후우.

 

눈을 감으니 윤호가 보였다.

 

나 어떻게 해야 좋은 거야?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숨기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커버렸다. 그를 향한 마음이.

 

너 언제부터 거기에 살았니.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살고 있다면 미리 말을 하고 들어와서 살아야 하는 거잖아.

 

민정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들어와 있으면 어쩌라는 거야.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이윤호.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너 정말 나쁜 사람이다.

 

민정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정말로, 정말로 나쁜 사람이다.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민정아, 미안해.

 

방 안의 신지는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네 마음 억지로 접으라고 해서 미안해.

 

신지는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너는 그 누구도 사랑하면 안 되는 거잖아.

 

신지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삼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뭘?

 

민용이 사나운 눈으로 윤호를 바라봤다.

 

너도 내가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래.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어째서?

 

?

 

왜 그래야 하는 거냐고.

 

민용이 따지 듯이 물었다.

 

너 지금 너의 감정만 소중하다 그 따위 말을 하려는 건 아니지?

 

아니야.

 

그런데 왜 나를 말리는 거야?

 

삼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왜 안 되는 건데?

 

?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삼촌도 죽일 거야.

 

아니.

 

민용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일 절대로 안 생겨.

 

삼촌.

 

윤호야.

 

민용이 지긋이 윤호를 바라봤다.

 

나도 내 감정이 있는 거잖아.

 

하아.

 

나도 기회가 있어야 하잖아.

 

윤호가 가만히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게 누구를 아프게 하는 거잖아.

 

어쩔 수 없어.

 

민용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로 인해서 누가 아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내가 아픈 것 보다는 다른 사람이 아픈 게 나으니까.

 

그건, 그건 너무 이기적이잖아.

 

윤호의 눈이 슬프게 빛났다.

 

삼촌이 아프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는 거 너무나도 웃기지 않아? 웃긴 일이잖아.

 

알아.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나인 걸?

 

삼촌.

 

난 아프기 싫어.

 

민용이 가만히 윤호를 바라봤다.

 

이윤호.

 

.

 

우리 둘 무너지기는 싫어.

 

!

 

윤호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그러면 삼촌이 포기하면 되잖아.

 

그렇게는 못 해.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너에게 소중한 만큼 나에게도 소중하니까.

 

제발.

 

나도 제발이야.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 내가 삼촌이랑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어.

 

나 역시 마찬 가지야.

 

민용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내게도 기회는 줘야 하잖아.

 

하아.

 

안 그래?

 

기회?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마음 이미 나를 향해 있어. 삼촌이 어떻게 뒤집을 그런 여지가 남아 있지 않다고.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야.

 

아니 알아.

 

윤호가 외치 듯이 말했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너도 틀릴 수 있는 거야.

 

?

 

윤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삼촌도 선생님 알고 있잖아.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삼촌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거야.

 

과연 그럴까?

 

그래.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작은 엄마 아프게 할 수 없으니까.

 

하아.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신지.

 

정말 그럴 거야?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이미 이혼 했어.

 

다시 되돌려야지.

 

윤호가 민용의 눈을 들여다 봤다.

 

이대로 모든 걸 다 무너뜨릴 거야?

 

모든 게 부숴져야 새로 시작이 되는 거야.

 

그걸 부숨으로써 많은 것을 잃게 되더라도?

 

잃는다.

 

민용이 슬픈 표정으로 그 말을 곱씹었다.

 

할 수 없겠지?

 

삼촌 되게 무책임 하구나.

 

윤호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런 사람이었구나?

 

그런 사람이야.

 

그렇구나.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

 

?

 

기회를 줘도 변하는 건 없어.

 

두렵니?

 

?

 

두렵냐고.

 

민용이 윤호를 보며 물었다.

 

두렵지 않아.

 

그런데 왜, 자꾸 나와 서 선생을 피하게 하려는 거야?

 

두 사람 모두 자꾸만 더 힘든 일이 되고 말 테니까.

 

우리 둘이 풀어나갈 문제야.

 

삼촌의 고집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어.

 

윤호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제발 그만 둬.

 

아니.

 

민용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시작했잖아.

 

하아.

 

그러니까 끝을 향해 가야 하잖아.

 

?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

 

도대체 끝이 어디인 건데?

 

윤호가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모르지.

 

민용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여기가 아닐 거야.

 

그래. 여기는 아니겠지. 그럴 거야.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다치게 될 거야.

 

어쩔 수 없지.

 

그게 선생님이라도?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선생님이라도 삼촌은 계속 갈 거야?

 

그래.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야.

 

삼촌 정말 잔인하다.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잔인해.

 

윤호가 가만히 민용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