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상의 시작이다.
나는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지하철에 탑승해 있다.
내 나이 서른. 이제 막 가정을 꾸리고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인데, 벌써부터 점점 삶에 지쳐간다.
사랑하는 아내와, 그리고 얼마 뒤에 태어나게 될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내가 과연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우선, 나부터가 너무나도 불행한데, 그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빽빽하게 건물들만 들어선, 이 답답한 도시 속에서, 과연 그러한 행복을 느낄만한 여유를 가질 만한 자신이 없다.
이 무서운 도시 속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 2030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지만, 나는 갈 수가 없다.
내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도시에 남아야만 한다.
아.. 우리나라에는 도시와 환경이 조화된 꿈같은 도시가 없을까..
나 같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도시가..
만약에 있다면, 제발 누군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역은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왼쪽 문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이제 그만 넋두리는 집어 치우고, 일이나 하자.
우선, 메일함 부터 확인해보고.
죄다 스팸메일 뿐이군.
이 시대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항상 감시 당하고 있는 기분이야.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군.
어.. 이것도 스팸메일인가?
못 보던 유형인데..
이게 뭘까?
한 번 열어나 봐야겠다.
뭐 별 일 있겠어.
안녕하세요~ 깜짝 놀라셨죠??
먼저 제 소개부터 해드릴께요.
저의 이름은 행복이. 2030년 올해로, 22살이 된 발랄한 여대생이랍니다~
이 메일을 받으실 분은 이 말을 절대 믿지 못하시겠죠??
저는 이 메일을, 제가 태어난 해인 2009년에 살고 있는 분에게 보냈어요.
메일을 받는 분은 21년 후로부터 메일이 왔다고 하니, 못 믿는 것은 당연할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믿도록 노력해주세요~ 그것이 현실이든 꿈이든 간에, 현재 눈앞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만약 이 메일을 읽고 계시다면, 이것은 분명히 진실입니다.^^
제 메일을 받을 분에게 믿음을 얻기 위해서, 제가 이렇게 과거의 시간에 메일을 보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저는 요즘, 제 주변의 한 사람으로부터 과거에 살았던 도시의 삶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있어요.
시간만 나면, 지금 살고 있는 행복도시와 과거에 살던 도시와의 비교를 하며, 안 좋은 추억을 떠올리곤 하시죠.
그 이야기들을 듣고, 저는 매우 궁금해졌어요.
‘과거 사람들의 도시생활 모습은 어땠을까?’‘어떻길래, 그토록 안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것일까’라고요.
그 생생한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이 곳 행복도시에서 살아와서, 다른 곳의 생활모습은 잘 몰랐답니다.
아 어떻게 제가 과거로 메일을 보냈는지를 설명 안 드렸군요.
2009년에 살고 계시는 분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시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2030년에는 ‘타임머신’이 있답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과거든 미래든 특정 시간으로 갈 수 있지요.
하지만, 이 기계는 악용될 소지를 우려하여, 엄격히 통제되어 특정인만이 연구를 목적으로 사용되어지고 있죠.
그런데 저와 그 특정인이 잘 아는 사이라서, 그 분에게 제 편지좀 전해달라고 조르고 또 졸랐어요^^;
아무튼, 이 메일을 받게 될 당신에게서 반드시 답장이 왔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된다는 말씀만 하지 마시고, 그냥 당신의 생활 모습을 좀 들려주세요~
그렇다면, 저도 당신에게 저의 생활상을 들려 드릴게요.
꼭 답장이 오길 바라며..
이번 메일은 이것으로 끝낼게요^^
뭐야 이거.
완전 어이가 없군..
이런 황당한 얘기를 나보고 믿으라고??
이런 건 바로 삭제다.
몇일 후..
아 답답하다.
맨날 이 꽉 막힌 도로와 사람으로 가득 들어찬 지하철 안에 갇혀 있는 게 너무 싫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어도, 수많은 사람들과 자동차와 매연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이야..
어린 시절에 시골길에서 친구들과 자전거 타고 놀던 시절이 너무나도 그립다.
그러고 보니, 이놈의 도시는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 하나 없구나.
이 도시는 사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자동차를 위한 도시인 것만 같아..
지금의 도시는 이렇게 심각해도,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겠지?
과연, 미래의 도시는 어떨런지..
설마 내 아기가 성장하여, 생활할 미래의 도시가 이렇지는 않겠지..
내 아기가 크기 전에, 어서 이 도시를 벗어나야 하는데.
잠깐만..
미래도시?
미래로부터의 메일?
2030년?
행복도시??
몇일 전에, 그 황당한 메일을 쓴 사람은 자기가 행복도시에 살고 있다고 했는데..
과연 행복도시라는 곳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2030년에 그 도시에서 살고 있다면, 지금쯤 공사를 하고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어디 한번 찾아볼까..
어?? 있다!!
그렇구나! 행복도시가 바로 몇 해전에 국민공모를 했던 세종의 약칭이였구나.
그런데 세종라 하면,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된 것이 아닌가?
어디 한번 좀 더 살펴볼까..
중단된 것이 아니구나..
현재 한창 건설 중이고, 곧 있으면 첫 입주가 시작된다고??!!
그렇다면 설마 그 미래로부터 온 메일의 내용이 사실이란 말이야..??
한 번 메일을 보내볼까?
그런데 그때 삭제 시켰는데..
휴지통함에 있으려나..
오~ 있다.
일단 복구를 시키고..
설마 여기로 메일을 쓴다고 답변이 돌아 올리는 절대 없겠지?
이 메일에 답변을 쓰는 건, 완전 바보짓인데..
그런데 실제로, 행복도시도 건설 중이고... 2030년이면, 도시가 완전하게 건설된 단계인데..
그래. 또다시 메일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넋두리나 늘어놓을 겸 한번 써보자.
안녕..
지금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너무나 답답해서 그냥 한 번 넋두리나 늘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어느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2009년 현재, 30살이 된 이○○라고 해.
나는 요즘 들어서, 부쩍 예전이 그리워지고 있단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서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던 그 시절이 말이야..
하지만, 이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란 불가능한 것 같구나.
이 도시에는 온통 찻길뿐이거든..
그 수많은 자동차와 사람들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지.
그래도 요즘 들어서는, 이 도시에 자전거 도로도 깔고, 시민들을 위한 무료 자전거 대여소도 많이 만든다고는 하는데,
그것이 과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네가 사는 도시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기는 어떠니?
너의 메일이 사실이라면, 네가 사는 그 ‘행복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줄래?
아 쓰고 보니, 괜한 짓 한 것 같고.
만약 누군가 장난친 거라면, 완전 비웃음 살텐데..
근대 모르겠다~
그냥 보내보기나 하자.
몇일 후..
설마 메일이 와있진 않겠지??
한 번 열어나 볼까..
오오~ 왔다!!
메일이 와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일단 한 번 열어보자.
우와~ 아저씨.
너무나 고마워요~~ 제 메일에 답변을 해주셔서 ㅠ.ㅜ
저도 처음에 메일을 보내면서, 설마 답장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답장이 와서 너무나도 기뻐요ㅋㅋ
계속해서 아저씨와 메일을 주고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저씨가 써주신 메일을 보니, 아저씨가 살고 계신 도시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정말 불편한가 봐요.
어떻게 자동차가 우선일 수 있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네요.
자~ 그렇다면 제가 살고 있는 ‘행복도시’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저는 항상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행복도시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못 가는 곳이 없죠.
어디로 가나 자전거 도로가 깔려있어서, 자동차와 사람이랑 부딪칠 걱정 없이 마음껏 온 도시를 누비고 다니죠~
그래서 자전거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저 같은 학생만이 자전거를 애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성인들 중에서도, 아예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만약, 2030년에 아저씨가 행복도시에 와보게 되신다면,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수많은 자전거를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애용하니, 대기오염에 대한 걱정도 없겠죠? ㅋㅋ
위에 사진이 보이시죠?
이것이 2030년 행복도시의 거리 풍경이에요.
자전거 도로가 도시 전역에 깔려 있지요.
찻길에 보이는 버스가 좀 특이하지 않으세요?
이것이 BRT시스템이라는 것인데, 이건 다음에 말씀 드릴게요^^
아~ 제가 어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지에 대해 궁금하시겠죠?
그런데 사실, 저에게는 자전거가 없어요.
저는 항상 행복도시의 공용자전거를 이용을 하고 있거든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요.
본인의 자전거가 없으면 불편하지 않느냐고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자전거를 관리하지 않아도 돼서 더 좋아요.
그리고 행복도시 전역에는 수많은 자전거 대여소가 마련되어 있어서, 어디서든지 자전거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가 있거든요.
또한, 이 자전거 대여과정이 전자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특별한 시간에 구애받지도 않고 자전거를 대여할 수가 있어요.
어때요?
행복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정말 행복하겠죠?
얼른, 2030년이 되어서, 행복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싶지 않으세요? ^^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에요~
아저씨한테 반드시 다시 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릴게요~~
이거 정말 믿을 수가 없군..
메일이 온 것도 신기하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도시가 건설 중에 있다니..
앞으로, 계속해서 메일을 주고받아 볼까..
행복도시는 자전거가 행복한 도시입니다.
환상형 교통중심축을 따라 도보권내에 주요기능을 배치하고, 주요도로에는 폭 1.5m 이상의 자전거 도로 386km를 설치합니다.
환경친화적이며 접근이 편리한 첨단대중교통체계를 통해 자가용 이용율을 30% 이내로 억제하고,
자전거이용을 20% 수준으로 활성화시킵니다.
(<면적대비 자전거도로 연장비교, <행복청>)
구분 |
자전거도로 연장(㎞) |
총 면적(㎢) |
총면적대비 자전거도로 연장 |
비 고 |
행복도시 |
354 |
72.91 |
4.85 |
|
서울시 |
715 |
605.41 |
1.07 |
|
인천시 |
265 |
964.53 |
0.27 |
2010년까지144㎞추가 |
※ 대중교통수단분담률(%) : 서울66, 국내48.6, 파리59, 런던54
※ 자전거분담률(%) : 서울1, 국내3, 상주18, 일본25, 네덜란드43
이처럼, 행복도시는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1861년 미국의 링컨은 취임하면서, 국민에,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가를 건설한다는 연설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행복도시는, 인간에,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도시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그러한, 인간을 위한 도시가 건설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행복도시가 처음에 의도한대로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감시함으로써,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인간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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