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3
열네 번째 이야기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니요.”
민정의 물음에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오늘 늦게 끝났네요?”
“네.”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학부모님이 오셔서요.”
“학부모요?”
“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생님들 말씀 들어보니까 그 어머니가 원래 학교에서 치마 바람이 조금 세신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나 참.”
민용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그런 엄마가 있어요?”
“그러네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생님은 그런 어머니 안 계세요?”
“네.”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희 학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죠.”
“쿡.”
민정이 낮게 웃었다.
“왜 웃어요?”
“아니에요.”
민정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장 봐야 하잖아요.”
“네.”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다린 거잖아요.”
“아.”
잠시 잊고 있던 민정이었다.
“가. 가야죠.”
“쿡.”
민용이 작게 웃었다.
“준아!”
“형아!”
윤호는 준을 받아 안았다.
“오랜만이네.”
“응.”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는 형 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어.”
준이가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아유 예뻐.”
윤호가 한 번 웃어보이고는 문희를 바라봤다.
“데려갈게요.”
“그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아.”
“네.”
“엄마랑 아빠랑 사는 거 좋아?”
“네!”
준이가 미소를 지으며 밝게 대답했다.
“준이 좋아요.”
“그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네가 좋으면 그만이지.”
“할머니.”
“아니다.”
문희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윤호야.”
“네.”
“네가 준이 잘 챙겨.”
“알았어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민정이 검지를 물었다.
“뭐가 더 좋아 보여요?”
“글쎄요?”
민용도 미간을 모았다.
“똑 같은 거 아닌가요?”
“그런가?”
할인 마트에서 소주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민용과 민정이다.
“그래도 맑으니까 이슬이 낫지 않아요?”
“글쎼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게 더 좋은데.”
“흐음.”
한참동안 그들은 소주 고민을 했다.
“주스는 왜요?”
“신지 때문에요.”
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신지 못 먹잖아요.”
“아.”
민용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또 잊고 있었죠?”
“네.”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잊고 있었어요”
“나 참.”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선생님도 정말 너무하시네요.”
“내가 좀 너무합니다.”
민용이 넉살 좋게 말했다.
“몰랐어요?”
“네.”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전혀 몰랐어요.”
“쿡.”
민용이 낮게 웃었다.
“하여간.”
“이 선생님.”
“응?”
“미안해요.”
“뭐가요?”
민용이 민정을 바라봤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거예요?”
“내가 이 모든 일들을 만들었잖아요.”
민정이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나만 아니었다면.”
“아니.”
민용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 모두의 탓이에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야.”
“응?”
“너 네 오빠라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
“응.”
신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왜?”
“어?”
신지가 눈을 깜빡였다.
“왜, 왜냐니?”
“그러니까 왜 좋은 거냐고.”
성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이유라.”
신지가 검지를 물었다.
“그런 거 없어.”
“정말?”
“응.”
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 있는 사랑이 어디 있어?”
“그런가?”
“그래.”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어?”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유?”
“네가 웃는 게 너무 예뻐.”
“!”
신지의 얼굴이 붉어졌다.
“노, 농담 하지 마.”
“농담 아니야.”
성현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정말 네가 좋아.”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모르겠다.”
“같은 남자로써 말해줄까?”
“뭘?”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뭘 말해?”
“네 남편 너에게 관심 없어.”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남자가 보기에 그렇다고.”
성현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남자는 남자가 봐야 하는 거 알고 있지?”
“시, 시끄러워.”
신지가 성현을 외면했다.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신지야.”
“성현아.”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 힘들게 하지 마.”
공기가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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