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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3 - [열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4. 2. 00:09

 

 

 

추억에 살다.

 

 

Season 3

 

열세 번째 이야기

 

 

 

그래요?

 

.

 

공인중개사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알다시피 요즘 부동산 경기가 장난 아니게 침체잖아요. 그렇게 비싼 집은 잘 안 팔려요.

 

후우.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우리 권 사장님께서는 이런 쪽에서 꽤나 능하시니까 제가 이렇게 직접 찾아 온 거죠.

 

압니다.

 

공인중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거죠.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

 

해미는 한숨을 내쉬며 부동산을 빠져 나왔다.

 

 

 

어떻게 되었냐?

 

죄송해요.

 

순재의 물음에 해미가 고개를 숙였다.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렇겠지.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경기가 얼마나 어렵냐?

 

그래도요.

 

해미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냥 그 집에 있을까요?

 

아니.

 

순재는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마음만 싱숭생숭 해.

 

그래도요.

 

해미가 순재를 바라봤다.

 

어머니도 그 집을 더 원하시고 말이에요.

 

그 할망구는 신경 쓰지 말아.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돈이 필요한 건 아니잖냐?

 

그런데요?

 

그냥 싸게 내 놔.

 

싸게요?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우리 셋 살 집 구하면 되는 거 아니냐?

 

순재가 해미를 바라봤다.

 

준하 녀석이야. 당분간 중국이랑 일본에 계속 있는다고 했고, 민호 녀석도 대학 졸업하기 전에는 안 온다고 했고, 윤호 녀석도 집을 나갔고. 민용이 녀석도 없고, 준이도 없어질 거 아니냐?

 

.

 

그런데 큰 집이 무슨 필요가 있어.

 

순재가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그러니 아무 집이나 구해.

 

어머니가 서운하실 걸요?

 

됐어.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그 할망구 비위 하나하나 맞출 필요 있어?

 

그래도요.

 

해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아버님 다시 하실 생각 없으세요?

 

?

 

침이요.

 

됐다.

 

순재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다시는 의술을 펼치지 않을 거야.

 

왜요?

 

늙었으니까.

 

순재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늙은 사람은 그렇게 행동해야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해미가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아직 멋있으세요.

 

고맙구나.

 

순재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공연히 그런 말 할 필요 없어.

 

빈 말이 아니에요.

 

해미는 고개를 저었다.

 

저 혼자 하니 너무나도 힘이 들어요.

 

나는 너무 늙었어.

 

의술에 나이가 어디 있어요?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래.

 

순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해 보마.

 

 

 

하아.

 

윤호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무지 좁네.

 

자신의 방은 신지와 민용에게 주고 살았던 방.

 

.

 

준하가 열심히 고쳐준 것을 생각하니 슬며시 미소가 나왔다.

 

?

 

아니에요.

 

문희의 물음에 윤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워서요.

 

나도 그리워.

 

문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빌 줄 누가 알았니?

 

그러게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할머니는 왜 같이 안 나가셨어요?

 

나야 뭐.

 

문희가 윤호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준이 잘 데리고 있을 수 있어?

 

.

 

윤호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저 못 믿으세요?

 

아니.

 

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윤호는 믿어야지.

 

감사해요.

 

윤호가 미소를 지었다.

 

 

 

성현아.

 

?

 

바비큐파티를 위해서 준비하던 성현이 신지를 바라봤다.

 

왜 불렀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신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혼란스러워서.

 

뭐가?

 

네가 나 좋아한다는 거.

 

.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음에 걸려?

 

.

 

신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딱 걸려서 너무 답답하게 해.

 

에궁.

 

성현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라고 말해준 거 아닌데.

 

알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게 되어 버렸어.

 

미안해.

 

아니.

 

신지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냥 솔직히 말하면 기분 좋았어.

 

?

 

성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솔직히 기분 좋잖아.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말이야.

 

그래?

 

그런데 미안해.

 

?

 

성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 너 절대로 안 돼.

 

, 신지야.

 

알잖아.

 

신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오빠 있는 거.

 

알아.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 안 하는 거야.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사귀자고도 하고 싶어.

 

, 성현아.

 

하지만 나 그런 말은 하지 않을래.

 

?

 

너 힘든 거 싫으니까.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 뭐라고?

 

내가 그런 말 하면 너 힘들 거잖아.

 

성현이 씩 웃었다.

 

아니야?

 

, 맞지만.

 

그래서 그냥 이야기만 해 두는 거야.

 

!

 

신지의 눈이 흔들렸다.

 

, 성현아.

 

신지야.

 

?

 

그냥 알아두라고.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